이번 아프간 사태에 관한 칼럼을 아침에 읽고 늦게서야 시간을 내 옮겨놓으려 하다가 그만 딴데 눈길을 팔게 되었다(칼럼은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707/h2007073017584024400.htm). 강렬한 원색이 잠시 뒤숭숭한 상념과 착잡함을 잊도록 해준 탓인 듯하다. '텍스트 인 바디스케이프'란 전시회 소식을 대신 옮겨놓는다(그러고 보니 같은 시립미술관에서 하는 모네 전시회에도 못 가봤군)...

경향신문(07. 08. 01) 작가 27명의 ‘텍스트 인 바디스테이프’ 전

미술작품들은 대부분 다양한 소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드러낸다. 문학이나 음악 등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로 화가나 시인, 음악가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한길 사람 속’을 나름대로 표현한다. 그 작품들로 관객, 독자, 청중들은 감동하고, 느끼고, 비판과 공감을 통해 또 스스로의 내면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서울시립미술관의 ‘텍스트 인 바디스케이프(Text in Bodyscape)’전은 작가들이 인간의 몸, 신체를 통해 이야기하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 끝 없는 욕망이나 욕구, 기억, 지울 수 없는 상처, 꿈이나 희망, 고민, 향수, 불안한 심사 등이 다양한 신체의 풍경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미술관 본관 1층에 마련된 전시장에는 모두 27명의 작가가 회화, 영상, 사진, 조각, 설치작품 8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작가마다 독특하게 드러내는 다채로운 내면세계가 한 여름의 한 때를 뜻깊게 한다. 한 공간에서 다양한 매체를 동시에 선보이면서 매체 간의 특성들도 비교해 흥미롭다.

김윤경은 인도에서 기증 받은 많은 옷들을 큰 하나의 옷으로 재구성한 설치, 곽윤주는 징그러운 칼자국의 상처를 여자의 등에 표현하고 이를 찍은 사진을 통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과거의 사건과 그 흔적을 이야기한다. 한 켤레의 하이힐과 흑백의 여행지 풍경을 담은 안경 등으로 구성된 영상(황혜선)에서도 기억과 연결돼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느껴진다. 밥그릇을 머리맡에 놓고 바닥에 엎드린 인물상의 조각작품(이종빈)은 배고픈 시절의 한 장면. 녹이 잔뜩 낀 밥그릇에 관객들은 동전과 지폐까지 던져넣고 있어 작품과 관객이 잘 소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속에 사진작업 당시 상황을 쓴 설명 팻말을 삽입한 김나음의 작품은 촬영 당시의 한 순간을 관객으로 하여금 되살리게 한다.

안재홍의 구리선으로 만든 거대한 인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어쩌면 불안정한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것 아닐까. 젖병의 고무 젖꼭지를 활용한 김주연의 설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벌거벗은 몸 위에 화려한 문신을 그려넣은 김준의 사진, 무한정한 번식을 괴기스럽게 담아낸 이희명의 설치 등은 원초적인 욕망, 욕구의 표현이다.

전시장에는 또 가는 스프링 줄에 인체 일부를 프린트해낸 설치(홍성철), 센서를 통해 관객의 몸짓을 따라 움직이는 눈동자 영상작업(전인혁) 등 작가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재료 등도 눈길을 끈다. 이종구 구경숙 민재영 이윤태 이배경 정소영 박진호 김병직 송은영 이건용 이수경 김선주 백기은 박수만 전수경 김재옥의 작품도 볼 수 있다. 이은주 큐레이터는 “몸, 신체 담론이 풍성하다”며 “그러나 이번 전시회는 몸 담론과 관계된다기보다는 작가들이 몸이 담고 있는 내면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12일까지.(도재기 기자)

07.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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