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카잔차키스 공항. 보딩을 한시간 남겨두어서인지 대기 승객이 많지 않다. 길다란 직사각형의 건물이어서 특별해보이진 않지만 이제 보니 카잔차키스 공항은 지중해를 눈앞의 전망으로 보여준다. 카잔차키스의 무덤에서 바라보게 되는 바다 역시 지중해. 현대문학 독자에게 지중해는 카뮈의 바다이기도 하지만 카잔차키스의 바다이기도 하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카잔차키스의 무덤은 해변가 언덕에 있어서 해안도로에서 하차해서는 10분쯤 걸어올라가야 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바다가 같이 보여서 막연히 바닷가에 위치한 것으로 알았다.

1957년 10월 독일에서 사망하고 카잔차키스의 시신은 그리스로 운구되지만 러시아 정교회와의 갈등으로 장례가 치러지지 않다가 어럽사리 묻힐 수 있었다. 반골의 자유정신을 죽어서도 과시한 경우라고 할까. 덕분에 카잔차키스는 그의 주인공 조르바와 함께(부처와 그리스도, 성프란치스코와 레닌이 자유인으로서 그와 나란하다) 영원한 자유인의 표상이 된다.

카잔차키스의 작품은 <그리스인 조르바>와 <그리스도최후의 유혹>, 그리고 <영혼의 자서전>을 강의에서 다루었는데 절판된 책들이 다시 나온다면 <수난>과 <미할리스 대장> 등 후기작들도 목록에 더 얹고 싶다. <오디세이아>까지 포함하면 제 규모의 카잔차키스 읽기가 가능하겠다. 카잔차키스를 찾는 여정의 끝에서 다시금 카잔차키스로 되돌아가는 반복의 여정. 발레리가 ‘해변의 묘지‘에서 적은 교훈을 반복할 따름이다. ˝언제나 다시 시작하는 바다.~˝

크레타를 다시 찾을 일이 또 있을지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몸으로 직접 찾아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 크레타에서 머물렀던 1박2일의 짧은 시간도 되돌릴 수 없는 시간으로 등록되고 간직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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