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볼링>(2000)으로 화제를 모았던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퍼트남의 후속작 <업스윙>이 출간됐다. 이번이 아니라 지난봄에. 2020년작이 2022년에 번역됐으니 늦은 건 아니다. 대신 뒤늦게 주목하게 된 건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여정에 대해 강의해온 것과 그의 사회학적 문제의식이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여서다(도스토옙스키 강의책을 이번봄에 출간할 예정이다).

가령 <업스윙>의 부제 ‘나 홀로 사회인가 우리 함께 사회인가‘는 곧바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주제 아닌가? 에피그라프로 쓰인 요한복음의 구절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가 뜻하는 바이기도 하다. <나 홀로 볼링>을 <지하로부터의 수기>에 대응시킨다면, <우리 아이들>(2015)을 거쳐서 <업스윙>에 이르는 여정은 곧바로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 <카라마조프>에 이르는 도스토옙스키의 여정이기도 하다.

퍼트남의 이론적 관심이 독자적인 것인지 문학적 영감에 따른 것인지 문득 궁금하다(가령 철학자 레비나스 같은 경우는 도스토옙스키로부터 받은 영감과 영향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독자적인 것이라 해도 내게는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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