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미카베리즈의 <나폴레옹 세계사>(원제는 ‘나폴레옹 전쟁‘)가 나왔을 때 이만한 두께의 책은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비록 넘어서는 건 아니지만 버금하는 책이 나왔다. 앤드루 로버츠의 <나폴레옹>이다. 1372쪽 분량(<나폴레옹 세계사>가 1440쪽이다).

나폴레옹과 그의 시대에 관한 책은 여러 종 나와있지만 이 두권과 함께 프랭크 매클린의 <나폴레옹>(1144쪽 분량)이 트리오를 구성한다. 1000쪽 클럽에 속하는 벽돌책들이다. 이 책들을 원서와 함께 모두 구비하고 있으니 나대로는 컬렉션을 갖추고 있는 셈(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만을 따로 다룬 도미닉 리븐(Dominic Lieven)까지 번역되면 금상첨화겠다.

근현대사에서 가장 많은 평전이 나온 인물로 나폴레옹과 히틀러를 꼽을 수 있지 않을까(적어도 국내에 소개된 걸로는 그렇게 보인다). 이들이 근현대사 이해에 관건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근대문학사 이해에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어서 나폴레옹 평전을 수집하고 있기도 하다(히틀러도 마찬가지다). 당장 이번주 강의에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스탕달의 <적과 흑>을 읽는데 모두 나폴레옹과 깊은 연관이 있는 작품들이다.

근대세계사의 문을 연 프랑스혁명과 관련하여 나폴레옹의 영광과 몰락은 혁명의 성취와 한계를 정확하게 대변한다. 나폴레옹의 생애를 되짚으며 어떤 가능성이 존재했고 왜 좌절되었는가를 따져보는 게 필요한 이유다. 내가 근대문학에 공부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생각하는 대목이다. <전쟁과 평화>는 두달간 읽을 예정이라 모처럼 모아둔 책들과 대면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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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4 1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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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05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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