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에 관한 페이퍼를 하나 더 적는다. <해변의 묘지>의 시인 폴 발레리의 산문과 (아일랜드 작가이지만 불어로 작품을 쓴)사뮈엘 베케트의 소설이 번역돼 나와서다.
이번에 '폴 발레리 비평선'으로 두 권이 나왔는데, <정신의 위기>는 문명비평을 모은 것이고, <인간과 조개껍질>은 예술론 모음이다. 지난 2016년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방법 입문>이 출간됐었다. 일회적인 것인가 했더니 연속해서 나왔고 '문학론'으로 <말하지 않았던 것들>도 예고돼 있다(아무래도 가장 기대가 되는 타이틀이다).
발레리의 책으로 시집 외에 읽은 건 김현 선생이 옮겼던 <드가. 춤 데생>이 처음이었다. 너무 얇았던 책. 지난여름에는 <폴 발레리의 문장들>도 나왔는데, 모두가 발레리의 노트(카이에)를 편집한 책들 같다. 그 '카이에'의 규모가 엄청나다.
"발레리의 아포리즘은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에서 탄생했다. 문학에 심취했던 젊은 시절, 한 사건을 계기로 문학에 회의를 느끼고 실존적 위기를 겪은 발레리는 그때부터 매일 새벽에 일어나 문학, 언어, 기억, 역사, 정치 등 방대한 관심사에 대한 단상을 노트, 즉 ‘카이에(cahier)’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51년간 이어지고, 발레리는 카이에 261권을 남겼다."
261권의 분량이 3만 페이지에 이른다고 한다. 선집에 만족하는 수밖에.
'사뮈엘 베케트 선집'에 하나로 <말론 죽다>가 번역돼 나왔다. 선집으로는 열번째 책이다. 특별히 언급하게 되는 건 소위 '3부작'을 구성하는 작품이기 때문. 베케트의 3부작은 <몰로이>(1951), <말론 죽다>(1951), <이름 붙일 수 없는 자>(1952) 세 권을 가리킨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는 2016년에 선집 첫 권으로 나왔었다. 이후 5년만에 <말론 죽다>가 나온 것. <몰로이>도 이미 다른 출판사의 번역본이 있지만, 선집의 목록에도 추가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