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이 내한 공연을 갖는다. 기간은 이달말부터 내달 7일까지이고 장소는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이다. 공연 소식은 이달초에 접했는데, 자세한 일정은 오늘자 기사를 보고서 알았다. 변수들이 있긴 하지만 한편 정도는 관람하면 좋겠다.

이번에 내한 공연을 갖는 극단은 '스타니슬라프스키'(혹은 스타니슬랍스키)란 이름을 갖고 있는데 군말이 필요없는 러시아의 저명한 연극 연출가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라프스키(1863-1938)를 가리킨다. 그는 지난 19세기말과 20세기초 러시아 최고의 연출가였으며 안톤 체호프의 여러 작품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바 있다. 그의 연출론은 이미 국내에 다수 번역/소개돼 있으며(소위 '메소드 연기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자서전 <나의 예술인생>(이론과실천, 2000) 또한 나온 지 오래이다. 겸사겸사 러시아 공연문화의 정수를 감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한겨레(07. 06. 15) 나이트가운 입은 금발의 ‘카르멘’이 왔다

치렁치렁한 긴 검은 머리에 빨간 치마를 입은 정열적인 집시 여인이 금발 단발머리에 아슬아슬한 은색 나이트가운 차림의 도발적인 신세대 여성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볼쇼이극장과 마린스키극장과 더불어 러시아 공연예술의 중심축으로 꼽히는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이 오페라 <카르멘>을 ‘스타니슬라프스키 시스템’으로 해석해 1999년 초연한 작품의 여주인공 모습이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 오페라단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오페라하우스)에서 ‘고양아람누리 개관 예술제’ 하이라이트를 꾸민다. 스타니슬라프스키 극장은 20세기 사실주의 연극 이론의 정신적 지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배우 겸 연출가, 제작자인 콘스탄틴 세르게예비치 스타니슬라프스키(1863~1938)의 의지를 60년 넘게 지켜오며 혁신적인 무대작품을 꾸준히 올리는 공연예술센터다. 이번에 방한하는 공연단은 오페라단을 비롯해 합창단, 발레단, 오케스트라, 무용단 등 210여명에 이른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이 선보이는 오페라는 비제의 <카르멘>(6월28~30일)과 차이코프스키의 <스페이드의 여왕>(7월5~7일) 등 두 작품이다. <카르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의 걸작으로 국내에서도 한해 최소 2~3차례는 무대에 오르는 인기 작품이지만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은 ‘이제까지의 <카르멘>은 잊어라’고 요구한다. 집시 여인 카르멘이 신세대 여성으로 변신하는 등 배역 해석부터 파격적이다. 또한 대부분 기존 오페라들이 화려한 세트와 의상의 시각적인 부분, 그리고 가창력과 연관되는 청각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데 견줘 스타니슬라프스키식 카르멘은 배우(성악가)들이 배역에 완전히 몰입하는 섬세한 내면 연기가 도드라진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지난 2000년 볼쇼이극장이 국내에 첫선을 보였으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오페라는 아니다. 차이코프스키는 1890년 동생 모데스트가 푸시킨의 소설을 토대로 쓴 오페라 대본을 읽고 44일 만에 3막짜리 <스페이드의 여왕>을 완성했다. 부귀와 명예를 찾아 도박에 빠진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허망한 인생의 최후를 다룬다.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의 <스페이드의 여왕>은 지난 20여년간 극장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레프 미하일로프가 성악가들에게 심리적인 연기 부분을 강조해 해석한 버전으로 1976년 초연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현 예술감독인 알렉산드르 티텔이 연출을 맡아 레프 미하일로프의 해석에 자신의 새로운 스타일을 더해 <카르멘>과 함께 첫 외국나들이에 나선다. 알렉산드르 티텔은 함께 내한하는 노지휘자 볼프 고렐리크(74)와 함께 러시아 정부로부터 인민예술가 지위를 받았다.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볼쇼이극장 오페라단 주역 가수로 활동했던 손성래(39) 서울종합예술원 외래 교수는 “모스크바에서 스타니슬라프스키극장이 공연한 <카르멘>과 <스페이드의 여왕>을 자주 봤는데 작품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부분이 많아 독특한 공연 경험을 맛볼 것이다”라며 “앞으로 한-러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져 수준 높은 공연이 꾸준히 소개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단은 특별공연으로 1일에는 노루목 야외극장에서 ‘러시아 음악의 밤’(전석 무료), 2일에는 아람음악당에서 ‘오페라 갈라 콘서트’도 연다.(정상영 기자)

07. 06. 15.

P.S. 참고로, 오페라 <카르멘>보다는 덜 알려진 <스페이드의 여왕>의 공연 시놉시스를 옮겨놓는다(나는 예전에 영국에서 공연된 작품을 DVD로 본 적이 있다). 아래에는 주인공이 '헤르만'이라고 표기돼 있는데 영어식 표기이며 러시아 이름은 '게르만'이다. 그리고 결말은 주인공의 자살로 돼 있지만 푸슈킨의 원작에서는 정신병원에 감금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오페라 외에 이 작품은 러시아와 영어권에서 여러 차례 영화화된 바 있다.   

 

제1막
1장: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여름 정원
여름철의 정원, 태양은 빛나고 유모가 어린아이를 재우고 있다. 꼬마들은 군대놀이를 하고 있다. 헤르만은 그의 친구인 톰스키 백작(바리톤)에게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때 헤르만이 사랑하는 바로 그 여자 리자(소프라노)의 약혼자인 에레츠키 공을 만나 2중창으로 감정의 평행선을 긋고 뒤이어 정원에 리자와 그녀의 조모 백작부인(메조소프라노)이 나타난다. 톰스키는 헤르만에게 백작부인이 젊었을 때 대단한 도박꾼이었고 미녀여서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매혹되었다고 이야기해준다. 그 남자들 중 한 명이 백작부인에게 도박에서 반드시 등장할 수 있는 ‘3장의 카드의 비밀'을 가르쳐 주었고 그 후 그녀는 그 비밀을 다른 두 명의 남자에게 전했다. 그러나 꿈속에서 만약 그 비밀을 제3의 사나이에게 전하려고 하면자신이 죽게된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헤르만은 자기에게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암울한 운명을 느끼며 리자에 대한 사랑의 의지를 다진다.

2장: 리자의 방
조용한 저녁. 백작부인의 저택 리자의 방. 리자는 친구들과 함께 쓸쓸한 자신의 심정과 애수를 노래한다.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 즐거운 러시아 민속무용을 노래하며 춤추다 가정교사에게 들켜 일단 소동은 가라앉는다. 쫓겨 나간 친구들을 뒤로하고 혼자 남은 리자는 는 집요하게 다가오는 헤르만의 형상에 안타까워한다. 그때 갑자기 나무 그늘에서 나타난 헤르만. 발코니에서 만난 두 사람은 사랑의 아리아를 부르며 서로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한다.

제2막
제1장 : 화려한 무도회장
어느 귀족의 가면무도회장. 헤르만과 리자는 무도회에서 만나고 그녀는 헤르만에게 백작부인의 방 열쇠를 건네준다. 3장의 승리의 카드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다짐하는 헤르만.



제2장 : 백작 부인의 침실, 늦은 밤
백작부인의 침실. 헤르만은 백작부인의 방에 몰래 들어가 3장의 카드의 비밀을 알려달라고 간청한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그는 권총으로 그녀를 협박하고 그녀는 공포에 질려 숨을 거둔다. 리자가 그 자리에 들어와 “당신이 얻고자 하는 것은 제가 아니라 카드의 비밀이었군요” 라고 말하며 절망적으로 외친다.

제3막
제1장 : 막사의 헤르만의 방
헤르만은 테이블에 앉아 리자의 편지를 읽고 있다. 죄책감과 아쉬움에 어쩔 줄 모르는 헤르만 앞에 백작부인의 망령이 음산한 음악과 함께 나타난다. (3, 7, 에이스) 라는 카드의 비밀을 가르쳐주고 리자와의 결혼을 요구하며 떠나는 망령. 게르만은 넋을 잃고 망령의 말을 반복한다.

제2장 : 한방의 강둑
짐니 운하의 기슭. 리자는 슬픈 아리아를 부르며 게르만을 기다린다. 뒤이어 나타난 헤르만과 함께 사랑의 노래를 부르지만 헤르만은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다. 3장의 카드를 사용하기 위해 도박장에 가겠다고 하는 헤르만. 그에게 밀쳐진 리자는 절망적인 심정이 되어 물속으로 몸을 던진다.

제3장 : 도박장
시끄러운 소음과 노래들. 헤르만이 나타나 테이블에 앉는다. 3장의 카드의 비밀을 사용해 2번을 내리 이기는 헤르만. 마지막 큰 승부의 상대는 연적 에레츠키 공. 마지막 카드 에이스로 승부를 내려는 게르만에게 주어진 카드는 에이스가 아니라 스페이드 퀸. 게르만은 그 스페이드 퀸에서 백작부인의 망령을 보고 그 자리에서 자살하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urblue 2007-06-15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싸서 다 보지는 못하겠고, <스페이드의 여왕> 정도는 봐야겠습니다.

로쟈 2007-06-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빙고입니다.^^

수유 2007-06-1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은 아주아주 멀군요. 외삼촌댁이 있긴 하지만.. 놀토도 아니고. 그나저나 저 이파리는 깻잎? 아님 수국 이파리일까요? 열 때마다 녹색의 하늘과 이파리가 시원합니다.

로쟈 2007-06-15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더 멀지요.--; 그리고 이파리는 깻잎이란 설이 있지만 깻잎은 아니고 비슷한 종류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모스크바대학 산책로에 널려 있었는데 깻잎인 줄 알고 따먹으려고 했지만 먹는 건 아니라더군요...

sophie 2009-12-07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나 하고 검색해봤는데 스페이드의 여왕이 있네요. 저번에 <보리스 고두노프>는 짤즈부르그에서 상연된 비디오 클립으로 봤는데 무대며 코러스 신에서 나오는 러시아 전통민요, 주인공 보리스 고두노프, 사제 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도 역시 푸쉬킨의 작품이네요. 선생님이 푸쉬킨을 무척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이번 주엔 빠질까 했는데 아무래도 가게 될 것 같아요. 공연 시놉시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