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 2006-09-06  

로자님.
평소 관심있게 여겼던 것들을 누군가가 친절히 소개해주는것만큼 기분좋은 일은 없는것 같습니다. 이곳이 그러한 곳이네요... 예전에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을 읽고 몇칠동안 주인공들의 성향을 생각해본적이 있었습니다. 서로 소통이 잘 안되는것도 같지만, 비참하고 절절하게 사랑하는 주인공들로 인해 삶의 또다른 측면을 발견한것같은...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그 후부터 러시아 작가들에 조금씩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러던 참에 로자님이 올리신 체호프의 6호병동에 관한 글을 읽고 나서 당장 그 책을 사보았지요. 음...어떻게 뭐라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이 작품은 저를 동요시킵니다. 사실 전 철학 전공이고 월요일날 중요한 발제가 있어서 체호프단편집은 틈틈히 전철안에서 읽곤 하였지요. 집중해서 전공서적 읽어야 할 시기에 이반 드미뜨리치와 안드레이 에피미치의 대화들이 제 주위를 맴돌며 살살 괴롭히네요...^^ 청명하고 맑은 계절입니다. 한살한살 늘어갈수록 삶이 더욱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세요^^
 
 
로쟈 2006-09-06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홉은 대표적인 反철학 작가인데요(^^) 전공공부에 장애가 되지 않을까요?..

송연 2006-09-06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의미신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음...철학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반철학 작가임을 선언하는것은 모순처럼 여겨지는군요...
철학함은 관념이나 이론만을 대변하지는 않으니까요...^^

로쟈 2006-09-0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호실>에도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어떤 사안을 '철학화'하는 것에 대해서 체홉은 혐오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대사들 중에도 '철학화하지 말라'는 충고가 가끔 나오지요. 이반의 말대로, 철학은 따뜻한 그리스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러시아에는 맞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죠(혹은 러시아식 철학은 좀 다른 종류이거나)...

송연 2006-09-06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일방적으로 보고만 가다가 이렇게 나마 로쟈님과 대화를 나누니 솔직히... 넘 신기하고 기뻐요 ㅎㅎ
그런데...지금 이상황은 한가지 동일한 문제에 대한 서로의 이견은 아닌듯 합니다. 출발하는 전제부터가 다른것 같아서요.
먼저, 로자님은 체홉이 대표적인 반 철학작가라고 하셨습니다. 그에 대해 저는 체홉은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가라고 하였고 때문에 그가 반 철학작가의 대표라고 언급되는것은 모순이라고 하였지요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듯 싶습니다.

송연 2006-09-0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는 철학적인 사고자체를 부정한다라기보다는 어떠한 사태를 단지 철학적 이론틀로만 규격화시키는것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삶은, 거칠고 복잡다단한 삶이라는것은 정교한 철학이론처럼 그리 간단명료하게 설명되어질수 있는 성질이 아니니까요.
제가 체홉이 철학을 이야기하는 작가라고 표현한것은, 그가 스토아철학이론을 안드레이를 통해 6호병동에 접목시켰다고해서가 아니라 이반과 안드레이의 대조적 사고를 통해 그가 표출하고자 했던 삶의 철학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로쟈 2006-09-0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삶의 철학'이라는 말에서 방점이 '삶'에 찍히면 오해의 여지는 줄어들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 <6호병동>은 체홉에게서는 좀 예외적인 작품입니다. 그런 식의 '장황한' 대화장면이 자주 나오지는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