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강의하는(이 분야의 한국인 석학이다) 장하석 교수의 책이 하나 더 번역돼 나왔다. 첫 저작 <온도계의 철학>(2004)에 뒤이은 <물은 H2O인가?>(2012). 국내에는 2014년의 EBS강연을 엮은 <과학, 철학을 만나다>가 먼저 소개되었었다(그러니까 한국어판만 있는 책이다). 과학철학 입문서이면서 장하석 소개서였다면, 번역된 두 책은 그에게 학자로서의 명망을 가져다준 역작들이다.

˝세계적인 과학철학자 장하석 교수의 ‘상보적 과학’ 프로젝트 두 번째 책. ‘상보적 과학’이란 과학지식을 역사적, 철학적으로 재조명함으로써 과학자들이 가르쳐주지 않는 과학을 배울 수 있다는 저자의 과학사-과학철학적 비전이다. 그 첫 번째 책 <온도계의 철학>에서 저자는 ‘온도 측정법’에 얽힌 난제를 상보적 과학으로 풀어내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온도계’에 이은 상보적 과학의 두 번째 연구 대상은 ‘H2O’, 즉 화학적 물이다. 예리하고 풍부한 과학사적 탐구를 바탕으로 저자는 현대 과학철학에서 핵심적인 주제인 실재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원주의를 옹호한다.˝

토머스 쿤이나 포퍼, 러커토시 같은 학자들의 이름을 주워섬기게 되는 학문분야에서 한국인 학자가 쓴 높은 평판의 책을 읽는 것은 지적 만족에 더불어 자긍심까지 느끼게 한다. 젊은 과학도들에게(고등학생도?) 널리 읽히면 좋겠다. 일반독자라면 서가에 꽂아두는 것만으로도 이 분야에 일조할 수 있다(책이 계속 나올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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