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727호(07. 06. 05) 소설가 김훈 “소설을 정치적으로 읽는 건 위험”

소설가 김훈(59)의 작업실은 일산 정발산역 부근에 있다. 10여 평 남짓 돼 보이는 작업실의 절반은 ㄱ자형의 넓은 책상이 차지하고 있다. 책상 위에는 컴퓨터 모니터 대신 연필과 지우개 그리고 200자 원고지 뭉치가 놓여 있다. 김훈은 글을 쓸 때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고지에 연필로 쓰고 지우개로 지워가며 이야기를 만든다. 기자생활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다. 연필로 꾹꾹 눌러쓴 수많은 글자가 원고지를 채울수록 그의 책상에는 지우개똥도 수북이 쌓일 것이다.

그가 늘 타고 다니는 자전거도 한쪽 벽면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김훈은 이 자전거로 작업실과 역시 일산에 있는 집을 오간다. 벽에는 예비용 자전거 바퀴 두 개가 걸려 있다. 소설 ‘남한산성’을 탈고한 후 김훈은 자주 이 자전거를 타고 선들선들 바람이 부는 한강가나 고요한 파주평야에 나가 논다.

지난 4월 12일 출간된 소설 ‘남한산성’은 출간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5월 25일 현재 이미 9만5000부나 팔렸다. 김훈은 “앞으로 한 1년간 생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하는 안도감과 행복감이 있다”며 “다만 내가 이루어내지 못한 게 많은 것이 걱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가 말한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란, 소설 ‘남한산성’에 다 담지 못한 병자호란 전후의 비극과 갈등이다.

소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의 삼전도 굴욕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이다. 1636년 음력 12월, 청의 대군은 압록강을 건너 서울로 진격해 왔다. 방비를 갖추지 못한 채 척화를 내세우던 조선 조정은 9년 전 정묘호란 때처럼 강화도로 파천하려 했으나, 길이 끊겨 남한산성으로 들었다. 소설은 인조가 남한산성에 든 그해 12월 14일부터 이듬해 1월 30일까지 47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고립무원의 성에서 벌어진 갈등과 좌절, 삶과 죽음의 등치에 관한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기록이다.

김훈은 왜 남한산성을 소재로 소설을 썼을까. “3년 전부터 남한산성에 자주 놀러갔어요. 이상한 충격을 받았죠. 구석구석에서 말할 수 없는 억눌림과 비통함, 세상의 더러움과 악을 느꼈고, 그에 맞서다 패배한 깊은 슬픔을 맛본 거예요. 난 무지 괴로웠어요. 눈이 가득 쌓이는 날엔 성 주변을 무작정 헤매며 돌아다녔죠. 이 통한의 역사를 소설로 쓰게 되겠구나 했어요.”

그로부터 2년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데 매달렸다. 하지만 공식적 자료는 취재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정사(正史) 대접을 받지 않은 문건이나 전설이 도움이 됐다. 김훈은 정확하게 취재했을 때라야 글을 쓰기 쉽고 독자에게도 절실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한 뼈대 외에는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했다. 김훈은 가장 중요한 자료는 ‘성벽’이었다고 말한다.

“성벽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옛 사람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했어요. 집필에 소요된 기간은 7개월이었죠. 그 기간 중에도 남한산성을 찾아가곤 했어요. 운전을 못 하니까 지하철을 타고 모란역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타고 갔지요.”

김훈은 책 서두에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 자들은 갇힌 성 안에서 싸우고 또 싸웠고,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고 전했다. 실제 소설 ‘남한산성’에는 신료들 사이의 ‘말’의 부딪침과 깨짐이 자주 표현된다.

“성에 갇혀 있으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말밖에 없잖아요. 침략자와 싸우자는 놈도 있고 성문을 열고 투항해 살길을 찾자는 놈도 있죠. 아무리 멋지고 간절한 말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의 말에 의해 무너지길 반복해요. 말은 그런 거예요. 말의 덧없음, 말의 아름다움, 말의 힘 이런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어요. 또 한 가지는 저마다 다른 말을 하지만 그들이 그 말을 하는 데는 나름의 정당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걸 훼손하면 안 되요. 말이 부딪치는 것은 여러 사람의 정당성이 서로 충돌하는 것인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독자가 우리의 현실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어요. 내용이 뭐든 간에 자기 자신만 정당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돌이켜보기를 바래요.”

김훈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 장편소설 ‘칼의 노래’ 때와 마찬가지로 ‘남한산성’을 읽는 적잖은 독자가 이 소설을 당대와 연계해 해석한다. 세계열강 속에서 자주냐, 동맹이냐의 갈림길에 선 조국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시각부터 삶의 기로에 선 개인의 선택에 대한 갈등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이 주는 파장은 심상찮다. 얼마 전 체결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에 비유하는 이도 많다. 김훈은 “난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작가가 독자의 독법을 관여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소설을 정치적으로 외연을 넓혀 읽는 것은 위태로운 일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게 부담스럽다기보다는 내가 의도한 게 아니라는 얘기예요.”

김훈은 1973년 한국일보 입사를 시작으로 27년간 언론인으로 일했다. 누구 말대로 ‘웬만한 작가는 그에게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글 잘 쓰는 문학기자로 유명했다’고 한다. 국민일보, 한겨레신문을 거쳤고 시사저널 편집국장도 했다. 그 사이 사표를 쓴 것만도 20번. 그는 “기자라는 것은 가혹한 질서 속에 사는 직업으로 살인적인 삶이었다”고 회고한다.

“매일 마감하는 삶이었죠. 내 기자생활은 실패예요. 나뿐 아니라 그 시대가 다 실패한 거예요. 억압과 경제지상주의적 정책이 빚은 결과죠. 그 시대에는 그래야 했다고 해도, 아무도 그 시대의 실패를 말하지 않아요. 그 시대가 실패했는데 개인이 성공한 삶을 살 순 없는 거죠.”

기자로서 저널리즘에 입각한 글쓰기의 경험은 작가로서 문학에 기반한 글쓰기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김훈은 “삶의 디테일을 묘사하는 데 기자시절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된다”며 “문장을 압축해 요점만 쓰겠다는 글쓰기의 태도도 기자생활을 통해 정립한 좋은 습관”이라고 설명했다. 김훈은 많은 정보를 논리적으로 나열한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에는 생리대와 속옷, 머리핀과 같은 여성이 사용하는 온갖 것이 나오잖아요. 다른 직업의 사람에게는 쓰레기로 버릴 일상의 것들이 소설가에게는 언젠가 다 활용할 보석과 같은 소품들이죠. 세상의 모든 정보를 버리지 말고 수집해야 해요. 그 작품을 쓰기 위해 ‘코스모폴리탄’이나 ‘얼루어’와 같은 여성지 1년치를 한꺼번에 가져다놓고 공부했어요. 그런 잡지에 실린 광고를 통해 여성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소품이 뭔지, 사용법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거든요. 홈쇼핑의 란제리광고도 도움이 되죠. 또 다른 단편소설 ‘화장’을 쓸 땐 타락하고 부패한 세상을 살아가는 화장품회사 오 상무에 대한 묘사를 하기 위해 그와 유사한 일을 하는 친구를 찾아가 술을 사주면서 이야기를 들었어요. 영업이나 광고를 어떻게 하는지를 그를 통해 알 수 있었죠. 화장품 회사도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다 기자시절을 겪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훈은 1990년대 중반, ‘풍경과 상처’(1994) ‘빗살무늬토기의 추억’(1995)을 잇따라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 2001년 첫 장편 ‘칼의 노래’로 동인문학상을, 2004년 단편 ‘화장(火葬)’으로 이상문학상을, 2005년 단편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칼의 노래’는 그가 ‘시사저널’ 편집국장 시절 경쟁지 ‘한겨레21’과의 대담에서 한 발언(1980년대 5공 정권을 찬양한 글을 쓴 것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여성이 열등하다고 말한 것)이 시비가 돼 2000년 가을 언론계를 떠난 후 초야에 묻혀 쓴 작품이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할 무렵부터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까지 2년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천한 책이라 하여 더욱 화제가 됐다.

‘화장’은 나이 어린 동료 직원에게 연정을 품은 초로의 사내가 주인공이다.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할 뿐,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하는 남자다. 뇌종양인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동안에도 젊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수줍게 흔들리는 중년남자의 심리와 병들고 시들어가는 인간의 몸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가 돋보인 작품이다. 또 ‘언니의 폐경’은 인생의 황혼기를 예민하지만 조용히 맞는 자매의 이야기를 잔잔하면서도 치밀한 묘사로 그려냈다.

“애초 난 소설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기자로 일하면서 그저 하루하루 생활인으로 살아갔을 뿐이었죠. 기자를 그만두고 나니까 내 속에 막연히 떠돌던 글에 대한 환상을 실현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문학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계문제 해결이고, 또 한 가지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에요.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에요. 괴롭죠. 무거운 짐을 지고 한없이 먼 길을 혼자 걸어가는 것과 같아요. 가다 거꾸러진다 해도 일으켜줄 사람은 없어요. 거꾸러지면 그냥 거꾸러지는 거예요.”

‘시사저널’ 편집국장 출신으로서 최근의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한 그의 견해가 궁금했다. 그는 “비통하다”고 표현하면서 그러나 “경영진에게는 기사에 관여할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가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사저널’은 18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요. 비록 작지만 독립된 기능을 가진 언론으로서 많은 것을 성취했어요. 이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하는데 지난 수개월간 한발짝의 진전도 없었다는 것은 심각한 무능을 보여주는 거예요.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타협하는 것이 타협이고, 파업의 목적은 파업을 끝내고 정상화하는 것이어야 해요. 기자들에게는 무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게 쉬운 길이에요. 정상화 과정에서 어느 쪽이 더 손해를 보더라도 그것은 일단 정상화부터 실현한 후 추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 되는 거예요. 또 사장은 편집국의 방향을 지휘할 수 있어요. 미국 ‘뉴욕타임스’도 사장이 편집권에 대해 강력히 관여하고 있죠. 만약 기자들이 경영진은 편집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된 생각이에요.”

김훈은 노무현 정권에 대해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인정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사회의 비리와 모순, 억압에 맞서 싸우고 개선하려는 뜻은 높이 산다”며 “하지만 정권을 잡은 후 실제 사회를 개선하는 데는 실패했고 오히려 부유층과 빈곤층의 대립과 양극화만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분배의 문제는 법치주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해요. 우리 사회의 빈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의 힘이 있는데,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정치리더십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노 정권은 강남을 욕하며 부유층을 마치 악의 무리로 보는데 그런 시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불신과 양극화만 깊어질 뿐이죠.”

김훈은 “노 정권의 최고 업적은 한·미 FTA 체결”이라고 말한다. “도덕과 이념의 문제로 반대하는 사람도 있는데, 도덕과 이념보다 국가의 이익을 생각해야 해요. 국가가 이익 추구에 실패하는 건 국민을 도탄에 빠지게 하는 것이므로 죄악이에요. 또 어떤 이는 한·미 FTA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자고 하는데, 거대한 세계무역질서 속에서 돌아가는 FTA를 국민에게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으며 설명한다 해도, 알아듣기 어려운 문제 아닌가요? 대체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왜 뽑고, 전문가는 왜 필요한 것인가요? 툭 하면 신문사설에서도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라고 써대는데 이거야말로 교묘하게 빠져나가기 위한 세련되고 우아한 거짓말이에요. 무책임한 발언이죠. 이제 정부는 FTA 체결로 우리나라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올 수 있도록, 또 그 이익이 한 계층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돌아가도록 정책을 잘 세워야 해요.”

김훈은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한다. 뒤숭숭하고 불안하고 천둥벌거숭이 같은 시절을 이미 지나갔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편하고 자유로워 늙은 게 좋다는 생각이다. 김훈은 “젊음이라는 게 누구나 지향하는 가치가 아닐뿐더러 젊음이 늙음보다 미학적·도덕적으로 좋은 것도 아니다”라며 “각자 자기가 처한 자리가 가장 편안하고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람 소리, 식기 달그락거리는 소리 등 작은 소음도 싫어해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평생 본 영화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사람 붐비는 곳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 다섯 편이 안 되는 관람영화도 학창시절에 단체 관람한 것이다.(기계를 전혀 다룰 줄 몰라 비디오로도 영화를 본 적이 없단다). 김훈은 홀로 노을을, 새를, 강을, 산야를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그는 “앞으로 역사소설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당대의 좌절과 실패, 성취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지지고 볶는 이야기를 쓸 생각이다. 김·훈·은·일·산·에·있·다.(글·박주연 기자)

서울신문(07. 06. 04) '남한산성’ 한국소설 중흥 신호탄?

소설가 김훈씨의 역사장편소설 ‘남한산성’이 출간 한 달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벌써 10만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문단은 당연히 반색이다. 한국소설의 위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요즈음 ‘남한산성’이 한국소설 중흥의 단초를 제공하길 바라고 있다.

대형 작가들 신간·연재물 잇따라 분위기 ´고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대형작가들이 잇따라 신간을 발표하고 있는데다, 신문이나 문예지 연재물들도 많아 파도를 타듯 한국소설의 인기가 지속될 물적 토대는 갖춰져 있는 셈이다.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으로 피란간 조선 왕조의 47일간의 치욕적인 기록을 담은 ‘남한산성’은 한때 한국소설을 떠났던 남성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조를 사이에 두고 주화파 최명길과 척화파 김상헌이 벌이는 논쟁, 그리고 이들의 중간에서 줄타기를 하는 영의정 김류의 좌고우면, 전쟁과는 무관하게 조정이 떠나기만을 바라는 궁안마을 백성들의 바람, 인조가 칸 앞에 무릎을 꿇은 삼전도의 치욕 등은 남성 독자들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그동안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치욕의 역사를 다룬 것도 독자들로서는 뜻밖이었다.

지난해 9월 이후 한국소설 첫 쾌거
그럼 과연 `남한산성´의 인기는 한국소설 중흥의 계기가 될 것인가. 한국소설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지난해 9월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후 거의 9개월 만이다. 그동안 한국소설은 아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중간에 김원일씨의 ‘전갈’, 조정래씨의 `오 하느님´, 김영현씨의 ‘낯선 사람들’ 등 대형작가들의 장편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독자들은 일본소설만 찾을 뿐 우리 소설을 외면해 왔다. 문학평론가인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는 “하위계급의 남성 및 여성 독자와 상층계급의 남성 독자는 소설로부터 이탈했다.”면서 “남은 건 엽기·추리·무협 등 하위 서사장르를 소비하는 남성 중간계급 일부와 여성 중간계급뿐이다.”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우리 소설이 중간계급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떠났던 상위 계급 남성독자 발길 되돌려
헌데 그렇게 떠난 상층계급의 남성 독자들이 ‘남한산성’을 계기로 돌아왔다. 여기에 탄탄한 서사와 맛깔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형작가 신경숙씨가 최근 장편 ‘리진’을 발표했다. 조선말 프랑스 외교관을 따라 파리로 떠났다 돌아온 궁중무희의 사랑과 비극적인 삶을 소설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신문연재때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었다.

여기에 베스트셀러 작가 공지영씨도 자신의 가족사를 다룬 ‘즐거운 우리집’을 일간신문에 연재하고 있는데다 ‘객주’의 작가 김주영씨도 새로운 장편 ‘붉은 단추-최근에 있었던 옛날 이야기’를 현대문학 6월호부터 연재하기 시작해 이들의 작품이 완성돼 나올 내년 초까지 한국소설 붐이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떠났던 독자들의 눈길을 되돌릴 수 있는 한국소설의 저력이 되살아날지 문단 안팎은 베스트셀러 목록을 주목하고 있다.(박홍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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