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 거리가 한참 밀렸다(누구를 위한 페이퍼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이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그들>부터다. 지난 주초에 강의하고 적으려던 페이퍼가 미뤄지다 보니, 다른 페이퍼들까지도 연쇄적으로 적체된 상황. 그래서 입막음용으로라도 몇 자 적는다. 

















존 업다이크가 같이 등장한 것은 같은 세대 작가로서 오츠를 매우 높이 평가한 인연 때문이다. "포크너 이후로, 오츠만큼 상상으로 만들어낸 소재에 매혹된 미국 작가, 그 소재들을 그토록 완고하게 배양한 작가는 없었던 것 같다"고 업다이크는 평했다. 그 오츠의 초기 대표작이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그들>(1969)인데, 한편으론 그 후속작인 <원더랜드>(1971)까지 포함해 4부작의 세번째 작품이다. 마지막 작품의 이름을 따서 '원더랜드 4부작'이다(물론 이 원더랜드는 당대 '미국'이다). 50편 이상의 장편을 썼지만, 오츠의 작품으로 중요한 것은 일단 초기의 이 '원더랜드 4부작'이다. 발표순으로는 두번째 장편부터 다섯번째 장편까지인데,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1967)

<사치스러운 사람들>(1968)

<그들>(1969)

<원더랜드>(1971)

















유갑스럽게도 <그들> 외에는 번역돼 있지 않다. 오츠의 소설은 주로 2000년대 이후 작품이 많이 번역돼 있는데, 나로선 초기작들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리고 내게 작명 권한이 있다면 '원더랜드 4부작'보다는 '그들 4부작'이리고 이름 붙이고 싶다(오츠는 어릴 때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원더랜드'란 말을 가져온다). 오츠의 '그들(them)'은 미국문학의 차원을 벗어나, 세계문학적 견지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해서다. 
















오츠가 자기 작품 중에 <그들>과 함께 추천한 책은 마릴린 먼로의 삶을 소재로 한 <블론드>였다(현재는 절판된 듯하다. 다행히 책은 몇년 전에 구해놓았다). 
















오츠 읽기 목록에 대해선 페이퍼로 정리해놓은 적이 있지만, 혹 강의에서 다루게 된다면 <멀베이니 가족><카시지><그림자 없는 남자> 등을 후보로 올려놓고 싶다. 단편도 뛰어난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나의 관심은 주로 장편에 놓여 있어서. 그렇지만, '원더랜드 4부작' 가운데 한두 편 정도라도 더 번역되면 좋겠다. 
















시기적으로는 오츠의 4부작부터 먼저 발표되기 시작했지만 더 늦게 완결되는 업다이크의 '토끼 4부작'도 번역을 기대하는 책이다. 이 역시도 첫 소설 <달려라, 토끼>(1960)만 번역돼 있다(작가의 두번째 소설이면서 '토끼 4부작'의 쳣 소설이다). 오츠의 소설이 미국 대도시(디트로이트)의 백인 노동계급을 다룬다면, 업다이크는 중소도시이의 소시민 세계를 묘사한다. 이 점이 두 작가에게 필수적으로 자리를 할애해야 하는 이유다(이 기준은 한국문학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업다이크는 주인공 래빗 앵스트롬의 생애를 마치 생애사의 대상처럼 다룬다. 그렇게 하여 쓰여지는 '토끼 4부작'은 1990년에 완결된다(30년이 소요된다!). 이런 순서다(영어판은 네 권 합본판도 있다). 


<달려라 토끼>(1960)

<돌아온 토끼>(1971)

<토끼는 부자다>(1981)

<토끼 잠들다>(1990)

















이 '토끼 4부작'과 함께 가장 중요한 작품은 <커플들>(1968)인데, 한국어판은 <커플>(1994)로 번역됐다가 절판되고 소식이 없다. 업다이크와 관련하여 기대하는 것은 '토끼 4부작'의 나머지 작품들과 이 <커플들>이 번역돼 나오는 것이다(이 두 작가의 4부작에 이어지는 것이 코맥 매카시의 국경 3부작과 필립 로스의 미국 3부작 등이다).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을 강의하면서 갖는 바람인데, 흠, 뜻대로 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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