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들이 한꺼번에 많이 나온 건 신학기여서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나는 출판평론가가 아니다. 일개 서평가일 뿐). 한두 권이 아니어서 '단체로' 모아놓기로 했다. 서양고대사부터 유럽사까지다.
정기문 교수의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책과함께)는 제목이 모든 걸 말해준다. "30여 년간 서양고대사와 기독교의 역사를 탐구하는 데 힘을 쏟아온 정기문 교수가 서양의 고대를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다룬 개론서다." 개론서인 만큼 너무 무겁지도 빡빡하지도 않다. 이 분야에서는 대학교재용 책으로 <서양고대사강의>(한울)가 나와있는데, 공동저작이라는 게 특징이자 약점이다(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게 공동저작의 특징). 저자의 책이 이 '공백'을 채워줄 듯싶다. 부제는 '메소포타미아·이집트 문명부터 서로마제국 멸망까지'다.
어린이용 세계사로 유명한 수잔 바우어의 세계사 중세편이 나왔다. 두 권의 두툼한 분량이다. 중세라는 주제와 두툼한 분량만으로도 어린이용은 넘어선다. 성인 교양서로 읽을 만하다. 일반적인 중세사 개관으로는 브라이언 타이어니 등의 <서양중세사>(집문당)이 교과서격의 책이다.
최근에 나온 유럽사로 놀라게 한 책은 <노먼 데이비스의 유럽사>다. '런던 대학교 슬라브 및 동유럽 연구 대학의 폴란드사 교수'라지만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자. 네 권으로 분권돼 있는데, 원서를 보니 그럴 만하다. 무려 1392쪽. 아무튼 유럽 통사로서는 당분간 간판 노릇을 할 듯싶다.
유럽사 입문으로는 데이비드 메이슨의 <처음 읽는 유럽사>(사월의책), 그리고 특색 있는 유럽사로는 한동일 교수의 <법으로 읽는 유럽사>, 백승종 교수의 <도시로 보는 유럽사>(사우) 등도 참고할 수 있는 책들이다.
그런 가운데 '서프라이즈'에 해당하는 책은 작가 D.H. 로렌스의 <유럽사 이야기>(페이퍼로드)다.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에 옥스퍼드대학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집필하여 가명으로 발표한 책이라고. 로렌스에 대해서 여러 번 강의에서 다루었지만, 나도 존재를 몰랐던 책이다(원저를 찾아봐야겠다). 아무려나 로렌스의 역사책이라는 이유만으로 흥미를 갖게 되는 책이다.
작가가 역사서를 쓰는 건 드문 일은 아니어서 찰스 디킨스도 <영국사 산책>을 펴낸 바 있다. 앙드레 모루아의 <영국사> 외 다수의 영국사를 갖고 있는 터라 비교해서 읽어본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아직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영국사는 국내 저자의 책도 여럿 나와있기에 참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