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이고 새봄의 첫날이다. 하루 연장된 휴일이기도 한데, 비가 와서 안팎으로 아주 조용한 하루이기도 하다. 오후에 강의와 관련한 자료들을 챙기다가(요즘은 자료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잠시 숨을 돌린다. 최근에 나온 일본 관련서를 모아놓도록 한다. 일본근대문학 강의에 이어서 이번 봄에는 현대문학 강의도 진행할 예정이라 정리해둘 필요도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태가트 머피의 <일본의 굴레>(글항아리). 지일파 학자가 쓴(역사학자는 아니고 국제정치경제 교수를 지냈다) 일본사 통론이다. 혹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쓴 일본 사회와 역사 관찰기.
"여기 태가트 머피라는 미국인이 쓴 <일본의 굴레>라는 두툼한 인문서가 있다. 부제가 독특하다. "타인의 눈으로 안에서 통찰해낸 일본의 빛과 그늘"이란 말은 이 책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이 책의 저자는 국제정치경제 전문가인 미국인으로 열다섯 살에 처음 일본 땅에 발을 내디딘 이후로 40년 이상 일본에서 생활해온 일본통이다. 그는 서양인으로서 일본의 낯설고 이질적이며 표면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모습에 흠뻑 빠졌다가 이내 거리두기를 하면서 내부자이자 동시에 외부자로서 이 사회의 모순적인 측면들을 하나둘씩 파악해간다."
그에 대해 강상중 교수의 신작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사계절)는 한반도와 관련하여 한일 관계사를 짚어보고 그 미래에 대한 조언한다. 재일 한국인이라는 저자의 독특한 입장이 한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상중은 이 책에서 한반도와 일본의 미래를 자신의 경험과 감각에 의지해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지난 70년간 한국과 북한, 그리고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이 벌인 외교 협상과 그 결과인 합의·조약들을 바탕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설득력 있는 미래를 제시한다."
그리고 야스마루 요시오의 <일본의 근대화와 민중사상>(논형)은 지난주에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리는 책이다. "역사를 추진하는 근원은 민중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통속도덕의 민중사상과 농민잇키의 민중투쟁을 중심으로 일본사상사를 조명한 책." 소개만 보면, 오에 겐자부로의 <만엔 원년의 풋볼>을 떠올리게 된다.
야스마루 요시오는 <현대일본사상론>을 비롯해 여러 권의 저작이 국내에 소개된 학자다. 표지는 낯익은데 책들은 서고 어딘가에 꽂혀 있을 듯하다. 당장은 <일본의 근대화와 민중사상>에 주목하기로.
일본 근대 혹은 메이지 유신을 다룬 책은 지난해에도 여럿 나왔었고, 모두 구입했다. 일본문학강의책을 준비하면서 한번 더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