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강의에서 읽었다. 사소한 사항이라 강의에서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한 대목에서 오역(오타)이 있다. 
















한 소련인을 위해 6개월 동안 라틴어, 영어, 러시아어를 배우고 남은 것은 svidania, yatebia lioubliou karacho뿐.(18쪽)

'한 소련인'이라고 지칭되는 남자는 <단순한 열정>의 연인이다. 실제로 에르노는 1989-1990년 경에 러시아 유부남 외교관과 연인 사이였고, 그 관계에 대한 고백이 <단순한 열정>이다. 그를 위해서 러시아어를 6개월 동안 배웠는데, 몇 단어만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 라틴어와 영어는 그와 무관하다(영어판과 불어판을 모두 확인해보았다). 그 러시아어 단어가 번역본에 엉터리로 적혔다. 다시 옮기면 이렇다(불어본은 kharacho를 karacho라고 적었다. 오타인지 불어식 표기인지 확실하지 않다). 

라틴어와 영어. 그리고 한 소련인을 위해 6개월 동안 러시아어를 배우고 남은 것. da svidania(다 스비다냐), ya tebia lioubliou(야 찌뱌 류블류) kharacho(하라쇼).

이 세 러시아어 표현이 번역본 각주에는 "안녕하세요. 사랑해. 좋아"라고 옮겨졌는데,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영어로 옮기면 "Goodbye. I love you. Good."의 뜻이다. "안녕! 사랑해! 좋아!" 

독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너무 무성의한 번역이다...


한편, <단순한 열정>은 지난해에 영화화되었다. 국내에서도 개봉되는지 모르겠는데, 작품을 강의에서 몇 번 다룬 인연도 있어서 극장에서 감상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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