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휴일에 걸맞게 늦잠을 자고 오후부터 강의준비를 하면서 동시에 많은 책에 대한 서핑을 했다. 철학과 역사 정치분야의 책들에 대한. 그리고 시집들에 대한. 분야별로 페이퍼를 따로 써야 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철학 쪽부터.
얼마전 리하르트 다비드 프레히트(어떻게 줄여 불러야 할지)의 신간을 다룬 적이 있는데, 그의 '철학하는 철학사'는 3권 <너 자신이 되어라>를 근간으로 앞두고 있다. 그렇지만 <사냥꾼, 목동, 비평가>를 읽기에 앞서 2권 <너 자신을 알라>를 먼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르네상스부터 독일 관념론까지'다. 이 시기 철학 고전들을 직접 읽을 여력은 없고, 근대문학사를 이해하는 데(혹은 강의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일람해보기 위해서다.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기준으로 하면 3부(근현대철학)에 해당한다(1부가 고대철학, 2부가 가톨릴철학이다). 생가해보면 학부 1학년 때 처음 <서양철학사>를 추천받고 읽은 것도, 상/하 두 권 가운데 하권이었던 것 같다(상권은 나중에 구입하고). 프랭크 틸리의 <서양철학사>도 지난봄에 구입했는데, 이 참에 필요한 대목은 참고하면 되겠다.
철학자들 가운데는 마키아벨리와 함께 근대 정치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홉스에 대해서. 옥스퍼드대학출판부의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홉스>(교유서가)가 번역돼 나왔는데, 앞서는 평전 <홉스>(교양인)이 출간되기도 했다. 진작에 구했지만 아직 손에 들지 못하던 참이다.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볼테르'도 <인간 볼테르>(후마니타스)로 지난가을에 나왔다. 이 시리즈의 책으로는 <루소>가 아직 나오지 않은 셈.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로 따라간다면, 최근에 나온 <루터>를 <마키아벨리> 다음 편으로 읽을 수 있겠다. 이 시리즈에서는 <루터> 다음이 <흄>인 것 같다. 나는 강의차 <에리히 프롬>을 먼저 읽을 듯싶다.
홉스 혹은 그의 <리바이어던>과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가 공저한 <웨이크 업콜>(따님)이다. 서구적 시스템이 한계, 위기상황에 봉착했다고 진단하고 코로나19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서구식 모델은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내년 상반기까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다(사정은 우리도 같다. '한국식 모델'도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자연스레 관심이 국가론으로 이동했는데,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 애쓰모글루가 '좋은 국가'의 모델을 제시하는 <좁은 회랑>(시공사)도 미뤄놓았던 독서거리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안부를 묻는 책들. 니이에르 다산디의 <민주주의는 실패했는가?>에서부터 조슈아 컬랜칙의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들녘), 스티븐 레비츠키 등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어크로스) 등 여러 권의 책이 나와있다. 검란과 법란 사태가 불거지면서 다시금 눈길이 간 책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