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주간 밀린 책들이 많아서 페이퍼 거리도 쌓여 있는데(처리에 며칠이 걸릴 듯싶다) 일단 제쳐놓고 오늘 눈에 띈 책에 대해서. 미국의 심리학자 샌드라 립시츠 벰(샌드라 벰)의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김영사)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젠더 문제에 관한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한다. <젠더의 렌즈>가 대표작.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은 <색다른 가족>(1998)의 번역본이다('언컨벤셔널 패밀리'를 어떻게 옮겨야 할까?). 저자 자신의 결혼생활을 모델로 실험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탐색과 제안을 담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여성과 남성, 아내와 남편,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 사회 관습이 부여한 성역할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 형태를 고민했던 페미니즘 학자의 자전적 실천기. 남편의 커리어를 위해 아내가 희생하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구분되며 딸과 아들을 성별에 맞게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세상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진다. 동등한 파트너이자 부모로 역할을 다하고 젠더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한 저자는 학문적 페미니즘이 일상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낮에 케이트 쇼팽의 <각성>에 대한 짧은 리뷰를 쓰느라 여성과 결혼과 가정 문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 터라 샌드라 벰의 책에도 눈길을 주게 된 것. 샌드라는 심리학자인 남편 대릴과 학생과 교수의 관계로 만나 결혼하고 '평등주의 결혼생활'을 실천했다고 한다.
다른 실험적 사례로는 헬린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도 떠올려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은 또다른 결혼에 대한 모색일 텐데, 조만간 보부아르에 관한 페이퍼를 적으며 따로 생각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