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다시 나온 책들'에서 한권 빠뜨린 게 있다. 케이트 밀렛(1934-2017)의 <성 정치학>(쌤앤파커스).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적 책인데(더 구체적으로는 영미 페미니즘 비평의 물꼬를 튼 책) 의외로 절판된 지 오래된 터였다.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었고 예상대로 다시 나왔다.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제도화된 남성 중심 지배 이데올로기인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은 교묘한 형태로 “내면의 식민화”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하며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끈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이 초판 출간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이 책은 ‘정치’를 정당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개념으로 보지 않고 “권력으로 구조화된 관계와 배치”로 정의해 가부장제에서 성(性)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의 이론적, 철학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었다."
원저는 1970년작. 1969년이라고도 표기되는데, 저자의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라 연도가 두 가지로 적히는 듯하다. 이번에 나온 건 2009년 번역판의 재간본인데, 최초의 한국어 번역판은 <성의 정치학>(현대사상사, 1976, 2권으로 분권)이었던 것 같다. 범조사판(1977)도 있었고, 학부시절엔가 낡은 책으로 구입했던 게 현대사상사판이었다. 그러다 절판된 책이 2009년에 새 번역본으로 나왔고, 올해 다시 나왔다. 번역본들 사이에 한 세대의 간격이 있다.
아마도 90년대에 페미니즘 비평서로 많이 언급이 돼 찾았을 성싶은데, 나란히 거명되던 책이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였다. 재작년에 <여성성의 신화>(갈라파고스)로 개명돼 다시 나왔을 때 다룬 적이 있다. 나는 평민사판(1996)부터 구입한 기억이 있다. 원저는 1963년작. 페미니즘 고전 해설서에서는 제목이 대개 '여성의 신비'라고 돼 있어서 같이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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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여성의 신비>와 <성 정치학>은 보부아르의 <제2의 성>(1949)에서 1970년대 페미니즘 비평의 개화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두 권의 책이다(<제2의 성>은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있다. 무엇이 정본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페미니즘 비평의 기본 입장과 전제, 특징들을 가늠하게 해주는 책들로서 의미가 있다.
밀렛의 책에는 '후지오 요시무라에게'라는 헌사가 붙어 있는데, '후미오 요시무라(1926-2002)'의 오타다. 후미오는 목각 모형으로 유명한 일본 조각가로 밀렛의 남편(1965-85)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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