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저명한 전쟁사가 아자 가트의 신간이 나왔다. 공저인데 이번에는 단출하게도 제목이 <민족>(교유서가)이다. 앞서 나온 책들이 <문명과 전쟁>과 <전쟁과 평화>여서 단출하다고 한 것. 민족까지 더하면, 문명과 전쟁, 평화, 민족이 네 가지 키워드가 되겠다.
"<문명과 전쟁> <전쟁과 평화>로 주목받는 아자 가트의 문제작. 민족주의는 어떻게 기원했으며, 어째서 이토록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는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종족은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고 민족과 민족국가는 수천 년 전 국가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왔음을 보여준다."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로서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주장은(이제는 유명해진 주장) 인류학자 베네틱트 앤더슨의 것이다. 그에 대해 반박한다는 것. 상반된 주장이니 만큼 비교, 대조해볼 수 있겠다. 나로선 앤더슨의 입장에 더 공감하는 편이지만, 통상적인 민족주의자라면 아자 가트의 주장을 환영할 만하다.
사실 민족이란 주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1812년 조국전쟁을 계기로 해서 러시아 '민족'이 발명되었다고 보는 견해와 그와는 다르게 러시아민족이 이미 역사적으로 존재해왔다고 보는, 두 가지 관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경우에 흥미로운 것은 바로 조국전쟁(나폴레옹 전쟁)의 결과로 최초의 통사인 카람진의 <러시아 국가사>가 쓰였다는 점이다. 그러한 사례를 참고하면, 민족이란 근대의 산물이되, 그것이 탄생하는 순간 이미 오래된 기원을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는 것. 아자 가트는 이를 어떻게 반박할지 궁금하다...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관련서가 많이 나와 있다. 이 분야의 대표 학자는 어네스트 겔너와 앤서니 스미스 등이다(내가 이 주제의 책을 처음 읽을 때는 한스 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