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서재를 접는다고 하면서 아직 방을 비우지 못한 상황인데, 주중에 거의 페이퍼를 쓰지 못하고 있어서 나대로는 절반은 접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책이 쌓이는 것에 비례하여 페이퍼거리들도 쌓이고, 이게 또 머릿속에서는 처치곤란인 상태라 머릿속도 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안팎으로 나를 시달리게 만드는 건 책으로 가득 찬 방이다). 모든 분야에서 비워야 할 책들이 쌓여 있는데, 일단 인물과 평전 분야에서 몇 권을 방출하기로 한다.
근대 여명기 이탈리아의 걸출한 철학자 비코의 자서전이 지난 6월 하순에 나왔다. <비코 자서전>(교유서가). 비코의 <새로운 학문>(아카넷) 새 번역판의 역자 조한욱 교수가 옮겼다. 비코를 읽기 위한 교두보는 마련된 셈이라고 할까. 조한욱 교수의 비코 연구서도 기다려진다.
근대 정치철학의 대표 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평전은 최근에 나왔다. 엘로이시어스 마티니치의 <홉스>(교양인). '리바이어던의 탄생'이 부제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지만 마티니치는 홉스 연구의 최고 권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홉스의 책들을 검색해보면 알 수 있다). 역자는 <리바이어던>의 번역자 진석용 교수. 저자와 역자 모두 신뢰감을 준다. 역시나 <리바이어던> 읽기의 출발점으로 삼을 만한 책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백산서당)는 엥겔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국내서다. 대표 논문들과 그에 대한 해설을 싣고 있다. 마르크스와의 공저가 아닌 엥겔스만의 저작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 그런 점에서는 <영국 노동계급의 상황>과 같이 봐도 좋겠다. 평전은 이미 트리스트럼 헌트의 <엥겔스 평전>(글항아리)이 10년 전에 나왔다. 아직까지는 엥겔스에 관한 대표 평전으로 보인다(독어판으로도 번역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