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는 입센의 희곡(마지막 작품)을 떠올렸다. 설마 같은 제목의 책을? 이라고 생각했지만, 원저는 에세이 선집이다. 미국의 시인이자 비평가 에이드리언 리치의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바다출판사). 시인이자 비평가에 덧붙여 페미니스트 운동가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몇 년간 문학계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온 시인이다.
"리치는 상상력의 세계로 뛰어들었던 사람. 현실의 속박에서 상상력을 발휘해 희망을 품는 삶이야말로 새로운 언어와 공간을 찾게 해준다는 사실을 평생 시와 산문을 쓰는 것으로 보여주었다. 이 책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는 그의 삶을 통해 '살아남은 보물'과 같은 산문집이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이번 학기에도 계속 읽고 있어서 자연스레 챙겨두게 된다. 시집은 강의에서 다루기가 어려운 점이 있었는데, 에세이 선집이라(분량은 좀 된다) 반갑다.
두 권의 시집(시선입)이 소개돼 있지만, 리치의 책으로 가장 먼저 나왔던 건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다. 2002년에 나오고 2018년에 재간되었다. 모성 신화를 비판한 책(모성애에 대한 재고가 알려진 대로 페미니즘의 주요 주제 가운데 하나다). 리치의 책들을 챙기면서 구해놓았는데, 생각해보니 또 행방은 모르겠다(당장 이번주 강의할 책 가운데 토니 모리슨의 <술라>도 못 찾고 있다).
전지적 강사 시점에 따라 나로선 언제 강의에서 다룰 수 있을지가 관심사인데, 아직은 일정은 잡을 수 없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