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시리즈가 '러시아문학'에서도 나올지 몰랐다. 러시아의 대표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출판사 표기는 '푸쉬킨')의 시선집이 '1837년판 초판본'이라고 출간되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써네스트). 물론 초판본이 그런 제목으로 나왔을 리는 없다. 표지 제목은 <푸시킨 선집>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가 널리 알려져 있기에(예전에 모스크바에 있을 때 이 제목으로 나온 푸시킨 시집을 딱 한번 본 적이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이번에 다시 나온 박형규 교수의 번역판을 포함해 몇 차례 출간됐었다.
"러시아의 대표 시인, 푸쉬킨의 작품을 모은 시선집이다. 낭만적이지만 결코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던 그의 시 작품들. 자유를 사랑하고 젊음과 낭만을 꿈꾸던 그의 문학을 만날 수 있다. 푸쉬킨은 러시아 시인으로서의 자기 개성, 그 거대한 정신적 에너지와 꾸밈없는 도덕적 아름다움, 모순되고 준엄하고 불가해하지만 그의 마음 속 깊이 담겨진 끝없이 소중한 러시아인의 내음과 러시아인의 삶의 세계, 그 현재와 과거, 미래, 그리고 러시아인으로서의 자신과의 끈끈한 연결고리, 그 모든 것을 투명하리만큼 자기의 완벽한 언어 속에 담아낸 서정시인이며, 그 삶의 찬미와 함께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한 천재적 연애시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러시아 민중의 자유, 희망, 동경, 기대를 그의 작품 속에 충실히 반영한 시민시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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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시리즈가 여전히 나오고 있는 건('초판본' 한국시집 나왔을 때 불러일으킨 열풍!) 물론 상업적 기대 때문이다. 초판본에 반응하는 독자들이 꽤 있기에 멈추지 않고 나오는 것인데, 과연 푸시킨 시집에까지도 그런 현상이 이어질지 궁금하다.
푸시킨의 작품 가운데서는 얼마전에 <벨킨 이야기>가 표지와 제목(<눈보라>)을 바꿔서 출간돼 새롭게 주목받은 적이 있다. 한 차례 적은 대로, 특이한 현상이었다. 새 번역본이더라도 <벨킨 이야기>라는 제목이었다면 독자의 손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독자는 <벨킨 이야기>보다는 <눈보라>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초판본' 현상도 마찬가지인데, 읽기 위한 용도라기보다는 소장하기 위한 용도다. 다만 러시아어판 표지는 그렇게 특출하지 않다. 푸시킨 작품집들의 일반적인 표지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