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전집까지 나와 있기에 카프카의 작품집이 나온다는 건 뉴스거리가 아니다. 세계문학전집판이어도 그렇다. 그럼에도 특기한다. 창비판으로 나온 ‘프란츠 카프카 단편선‘, <변신. 단식광대>.
몇가지 특이사항과 의의를 적자면, 먼저 창비판으론 <성>에 이어서 두번째로 나온 카프카 작품이다(더 계획돼 있을까?). 솔출판사의 전집을 제외하면 각 세계문학전집의 카프카 레퍼토리는 제각각이다. 민음사는 단편집으로 <변신. 시골의사> 한권, 문학동네는 <소송> 한권, 열린책들은 단편집 <변신>과 <소송> 두권, 을유문화사는 단편집 <변신. 선고>와 <소송> 두권. 펭귄클래식은 <소송>과 <성> 두권 등이다. 주로 단편집과 <소송>이 번역돼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전집판과 기타 번역본을 더할 수 있으니 카프카는 나름대로 풍족한 편이다.
두번째 특이사항은 2인공역이라는 점. 배분을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 정도 분량의 작품집을 공역한 사례는 희소하다. 카프카 전공의 편영수 교수와 괴테 전공의(창비판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역자) 임홍배 교수의 합작인데 어떤 결과물이 나온 것인지 궁금하다. 소개에 따르면 120쪽에 이르는 해설이 실렸는데 이 또한 관심거리다. 카프카의 주요 작품들을 강의에서 읽었고 나대로의 견해도 갖고 있어서다.
특이사항과는 별도로 내게 이 번역본이 갖는 의의는 다소 엉뚱한 데 있다. 그건 작품 제목을 확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장편과 달리 카프카의 단편들은 번역본들마다 제목이 조금씩 달라서 지칭하기가 불편했다. ‘단식광대‘만 하더라도 ‘단식술사‘(을유문화사)나 ‘어느 단식광대‘(솔)로 표기가 엇갈렸다. 제목에 관해서라면 창비판을 표준으로 삼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