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대작가 옌롄커의 소설이 한권 더 번역돼 나왔다. 2013년작 <작렬지>(자음과모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필두로 한 그의 작품은 대략 7-8편 가량 번역되었고 나는 강의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에 더하여 <딩씨 마을의 꿈>과 <사서>를 읽었다. <작렬지>를 포함해 아직 서너 권의 ‘여유분‘이 있는 셈.

˝해마다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호명되는 옌롄커의 신작 소설. 작가가 직접 역사지리서의 편찬을 맡아 작성한 것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시작된다. ‘자례’라는 허구의 마을이 점차 대도시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딩씨 마을의 꿈>이 에이즈에 점령당한 지독한 현실을 이미 죽어 땅에 묻힌 열두 살 소년의 시선으로 그려낸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이라면, <작렬지>는 작가 옌롄커가 자신의 고향 땅인 ‘자례’의 역사지리서를 맡아 쓰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작품이다. 이처럼 허구를 가장한 사실(중국의 현실)을 통해 작품과 현실을 더욱 단단히 밀착시킨다.˝

중국의 현실을 소설적 서사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라는 물음 혹은 과제와 관련하여 나로선 가장 주목하는 작가가 옌롄커다(위화와 쑤퉁의 소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 모든 시도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더 낫게 실패하는 사례를 옌롄커는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작렬지>에도 기대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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