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올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 4관왕에 올랐다. 많은 이들이 기대와 함께 예견한 결과이지만 그래도 ‘쾌거‘의 의미가 감소하지는 않는다(‘기생충이 바이러스를 삼킨 날‘이라고 중얼거렸다). 봉 감독과 한국영화뿐 아니라 아카데미와 세계영화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래 영화의 한 방향성을 이 영화가 제시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영화관에서 <기생충>을 봤을 때(칸 영화제에서 이미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후였을 것이다) 나는 ‘물건‘이 나왔구나 싶었다. 바로 전해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안겨준 께름칙함에서 벗어나게 해준 쾌작이었기 때문에. <버닝>에서 <기생충>으로의 이행은 문학에 비유하자면 세련된 신경향파 문학에서(그러니까 여전히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영리한 계급문학으로의 진화에 해당한다. 영화라는 매체의 강점 덕분에 <기생충>은 한국영화의 성취를 넘어서 대번에 세계영화의 성취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예술사가 하우저는 20세기가 영화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20세기 문학은 19세기말에 발명된 영화에 맞서 여전히 한수 위의 성과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폴란드의 거장 키에슬롭스키가 낙담한 대로). 그렇지만 21세기에는? 영화의 역사도 이제는 125년에 이르고 문학에 대한 채무도 거의 청산한 것처럼 보인다. <설국열차>가 내게 불만스러웠던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니었던 탓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각본상까지 받은 <기생충>은 일단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성취에 크게 힘입고 있다. 봉 감독을 높이 평가하게 되는 것은 그 자신이 각본작업에 참여한 실력자여서다.

<기생충>을 본 날도 나는 한국문학을 비교해서 떠올렸는데 항상 앞에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더는 그렇다고 말할수 없게 되었다. 한국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기생충>만큼 정확하게, 그리고 실감나게 묘파한 2000년대 한국문학을 우리가 갖고 있는가. <기생충>은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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