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책들‘ 카테고리에 적는다. 절판된 책들이어서. 지난가을부터 부쩍 강의에서 피카레스크소설에 대해 언급할 일이 잦았다. 그렇게 분류되는 작품을 많이 다루어서인데 자연스레 스페인산 피카레스크소설이 근대소설 형성과 발전사에 끼친 영향이 궁금했다. 대략적인 어림은 하고 있지만 이 분야의 책이 빈곤해서(특히 작품 번역) 좀더 깊이 있는 이해에는 형편이 닿지 않는다.

특히 독일 교양소설의 형성과정에 끼친 피카레스크소설의 영향이 궁금한데 강의에서는 가설적 설명으로 대체하고 있다(러시아문학에서도 다룰 수 있는 테마다. 가령 고골의 <죽은 혼>에 미친 피카레스크소설의 영향). 관련서가 전무했던 건 아니고 영문학자 이가형 교수의 <피카레스크 소설>과 서문학자 김춘진 교수의 <스페인 피카레스크소설> 같은 기초적인 연구서는 나와있었다(절판되어 유감이다). 이 분야의 업그레이드된 연구서가 나오면 좋겠다.

독일교양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문학자의 저서가 두어 권 보이는 정도. 오한진 교수의 <독일 교양소설 연구> 같은 책이 대표적인데 20대에는 읽지 못했지만 지금은 전체를 가늠하며 읽을 수 있다. 영어로는 연구서가 몇권 있어서 보이는 대로 구입하고 있다.

이론적 쟁점 몇가지는 이렇다. 중세 로망스에서 근대소설로의 이행과정에서 피카레스크소설의 역할. 이것은 <돈키호테>와의 관계와 나란히 살펴야 한다. 로망스와 <돈키호테>의 관계, 그리고 <돈키호테>와 피카레스크소설의 관계. 그리고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서의 피카레스크소설 수용. 특히 중요한 것은 독일에서의 수용과 교양소설의 탄생이다. 그리고 피카레스크소설의 유산. 19세기와 20세기의 대표적 피카레스크소설들의 성취와 의의에 대해서 살펴야 한다. 이런 정도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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