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리버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더블린공항으로 출발했던 어제 일정은 그래스미어에 있는 워즈워스의 도브코티지(1799년부터 1808년까지 살았던 곳)와 묘지를 방문하고 인근 윈더미어(호수)까지 둘러보는 것이었다. 윈더미어는 영국 호수지역(레이크디스트릭트)의 최대 호수. 빙하의 흔적으로 생긴 호수와 주변경관은 영국이 자랑하는 자연관광의 명소다.

당초 도브코티지가 공사중이라 내부 관람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관람이 혀용되었고 센터 안내인의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한국어로 된 안내문도 비치돼 있었다). 뜻밖의 유익한 일정이었다.

도브코티지에 세를 내 처음 이사올 때 워즈워스(윌리엄)는 동생 도로시와 둘이었지만 1802년 워즈워스가 메리 허친슨과 결혼하면서 식구가 는다. 이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도로시가 일기(그래스미어 저널)를 통해 자세히 적어놓고 있어서 흥미로운 자료가 된다(워즈워스 가족 다음의 도브코티지 세입자가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의 저자 드 퀸시와 그의 가족이라는 건 이번에 알았다).

영국문학기행에서 호수지역보다 먼저 선택한 건 워즈워스이고 그의 자연시의 배경이 되는 이 지역이 자연스레 방문장소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강의에서 고른 건 <서곡>(1850)인데, 사후 유작으로 발표된 이 ‘개인 서사시‘가 워즈워스뿐 아니라 영국 낭만주의와 서정시의 특성, 그리고 그 운명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생각이다.

워즈워스는 케임브리지 재학중이던 1790년 알프스 여행차 처음 프랑스를 찾게 되고 이듬해 대혁명의 한복판에 다시 뛰어들어 프랑스 여인(그리고 혁명)과 사랑에 빠진다. <서곡>에서도 가장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는 시기인데, 문제는 영국으로 떠나고 1793-4년 공포정치를 목도하면서 차츰 혁명에 대해 불신하게 된다는 점이다(젊은 진보주의 청년에서 늙은 보수주의자로의 자연스런 이행?). <서곡>에는 두 명의 워즈워스가 모순적으로 공존하고 또 충돌하고 있기도 하다(<서곡> 자체가 네 종류의 판본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1805년판과 1850년판이 번역본으로 나와있다).

호수지역을 떠나 리버풀로 돌아오는 길에 대략 이런 내용 위주로 강의를 했고 비가 흩뿌리는 리버풀에서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오늘 저녁에는 비틀즈의 자취를 찾아볼지도 모르겠다. 리버풀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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