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도서관에서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계기 삼아서 알베르 티보데의 <귀스타브 플로베르>와 <미친 사랑의 서>에서 플로베르 장을 읽었다. 플로베르와 그의 정부 루이즈 콜레의 관계에 대해서 좀더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편지가 플로베르 서간집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플로베르 서간집은 영어판의 경우 두 권으로 나와있다), 조르주 상드와 주고받은 편지와 비교해서 어느 쪽이 더 많은지 모르겠다(짐작엔 둘다 책 분량은 된다).
<감정교육>의 아르누 부인의 모델인 엘리자 슐레쟁제가 플로베르 인생의 여인으로 얘기되지만 엘리자는 꿈속의 연인이자 문학적 형상에 가깝고 실제 현실에서의 연인은 루이즈 콜레였다. 두 사람의 관계는 1846년부터 대략 8년간 지속되었다. 엘리자와 루이즈, 모두 1810년생으로 플로베르보다는 열한살 연상이다. 말년에 긴밀한 교분을 나눈 조르주 상드는 1804년생으로 플로베르보다 열일곱 살이 더 많다. 이렇듯 연상의 여인과 연하남의 관계가 프랑스식 ‘감정교육‘의 기본모델이다(<프랑스식 사랑의 역사> 참조).
플로베르보다 더 적극적인 정부였던 루이즈 콜레와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환멸과 증오로 일단락된다. 결혼을 혐오했던 플로베르는 가끔씩의 만남과 편지교환 상대로서의 정부만을 필요로 했을 뿐이었다(여러 가지로 플로베르는 카프카의 롤 모델이다). 플로베르의 허락 없이 그가 창작에만 열중하며 칩거해 있던 크루아세를 방문했다가 콜레는 냉대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슐레쟁제와 콜레, 그리고 상드를 플로베르 인생의 세 여인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어머니와 조카딸 같은 가족을 제외하면). 이 여성들이 플로베르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오후에 몇 자 적으려고 했던 글인데 핸드폰을 몇 시간 유실했다가 찾게 되는 바람에 늦어졌다. 피로하기도 하여 짧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