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상태에서 하루를 보내다(요즘 흔히 말하는 남성 갱년기에 접어든 것인지도) 요시모토 다카아키(책에는 ‘타카아키‘로 표기. 여성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다)의 신간을 펼쳤다. <진짜와 가짜>(서커스). 일본의 대표 사상가의 한 명으로 꼽히지만 주저들은 번역되지 않았고 이번 책처럼 몆 권의 가벼운 책만 소개되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일본 근대명작 24>(새물결) 정도.

첫 머리에 실린 글이 ‘선악 이원론의 한계‘인데 다자이 오사무 얘기여서 눈길을 끈다. 밝음과 어두움의 이분법에 대해서 재고해봐야 한다면서 다자이의 예민한 통찰을 예로 든다. 단편 ‘우대신 사네모토‘에 나오는 사네모토의 대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히는데 이런 대사다. ˝헤이케는 밝다. (중략) 밝음은 스러짐의 모습일까. 사람도 집안도 어두울 때는 아직 멸망하지 않는다.˝

이 역설적인 표현에서 다자이다운 감각을 읽어내는데, 알려진 대로 그것은 다자이의 불행한 유년기에서 왔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하녀와 유모 슬하에서 자란 과정에 그런 날카로운 감각이 몸에 배었다는 것. ˝하지만 다자이 오사무라는 작가에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만한 작품을 쓸 감성이 갖춰지지 않았을 거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강의에서 주로 <인간실격>과 <사양>을 읽기에 다자이의 단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단펀집 <만년>은 강의에서 읽은 적이 있다) 다카아키 덕분에 ‘우대신 사네모토‘에도 흥미가 생겼다. 찾아보니 도서출판b의 다자이 전집 가운데 <인간실격>에 수록되어 있다(유일한 수록본 같다). 소장도서이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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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0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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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1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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