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의 <에크리> 완역본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지만, 사실 <에크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라캉 읽기의 과제이고 난제다. 슬라보예 지젝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에크리>는 <세미나> 읽기에 의해 보완되어야 하는데, 현재 불어핀으로도 완간돼 있지 않은 <세미나>가 한국어로 다 번역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읽을 수 있는 번역이냐라는 문제와는 별개로 무망한 일이다(<세미나> 전체는 27권 정도의 규모이고 한국어판은 두 권 나와있다). 그럼에도 기대하는 것이 있다면 라캉의 사랑론을 담고 있는 <세미나 20: 앙코르>가 번역되는 것이다. 라캉의 사랑 개념을 다룬 두 권의 책이 이번에 나와서 든 생각이다.

<라캉, 사랑, 바디우>(에디투스)가 먼저 나왔는데 라캉과 바디우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받았다는 저자의 첫 책이다(바디우의 책들은 번역한 바 있다). 희소성 때문에라도 관심을 가질 만한데, 저자의 번역서가 이번에 나란히 나왔고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장 알루슈의 <라캉의 사랑>(세창출판사)이 그것이다. 장 알루슈는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이 주제의 책들은 보통 라캉의 <세미나 20>에 대한 해설이나 해석을 포함하기 마련인데 그에 관해서는 지젝이 편집한 <성화>(인간사랑)을 포함하여 몇권의 책이 나와있다. 요는 라캉의 사랑론(내지 여성론)에 관해서 어느 정도 규모의 독서가 가능해졌다는 것.

물론 그 규모가 감당할 만한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경험상 라캉 읽기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읽었는지 어디까지 읽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그래도 <라캉, 사랑, 바디우>와 <라캉의 사랑>이 얼마간 길잡이가 되어줄지 모른다. <세미나 20>도 근간 목록에 들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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