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식포털'이란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심봤다!'가 아니라 이 또한 '요지경' 속이다. 왜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이 모양인가? 아마도 아침신문의 기획특집쯤 되는 모양인데(정치만 고민할 일이 아니다!), 근심스러운 기사이지만 남의 일로 치부할 수도 없는지라 옮겨놓고 함께 고민해보시길 제안한다.

한국일보(07. 03. 06) 국가지식포털은 '정보의 고물상'

“지식의 만물상이라고요? 여기저기 헤매다 시간만 버렸어요.”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사업 자료를 찾기 위해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에 접속한 P사 대표 박모(39)씨의 푸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등 1,000여 단체가 보유한 지식정보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은 차라리 비아냥거림 같았다. 검색된 자료 대부분이 DMB 서비스가 시작되기 이전 것인데다 원문보기를 누르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기 일쑤였다. 박씨는 “운영자가 최신 이슈에 관해 선별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자랑한 ‘테마지식’ 코너마저 철 지난 자료들만 올려놓았다”라며 “지식의 미로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지식포털’(이하 지식포털)에 쏟아 부은 예산의 규모를 알게 되면, 박 씨는 아예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포털의 기반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500억원을 투자했고, 포털 구축에만 20억원을 썼다. 정통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지식정보자원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1년까지 5년간 DB 확충 등에 1,831억원이 추가로 투자될 예정이다.

지식포털 구축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될 ‘공공정보의 재이용(Re-Use)’, 다시 말해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 그러나 1일 평균 순방문자(UV)는 지난해 말까지 500명 미만, 검색 기능 등을 강화해 재 개장한 올 1월에도 1,300명에 그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것. 검색의 정확도가 떨어져 같은 정보가 수십 건 중복 검색되는가 하면,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할 ‘요약’ 정보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운영자가 선별한 ‘테마지식’의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자료 중 ‘전염병 위기관리 전략’을 찾아보자. 한국관광공사의 공식 자료인데도 요약 정보에는 발행처 ‘미확인’으로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공공 DB 구축 사업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공공정보의 DB화와 보급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어느 기관이 어떤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활용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공공 지식정보자원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DB화를 추진하다 보니 정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희정기자)

한국일보(07. 03. 06) "정부주도 포털 필요한가" 무용론 제기

국가지식포털의 운영은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문화진흥원에서 직원 단 1명이 맡고 있다. 콘텐츠 관리부터 신규서비스 기획까지 하고 있지만, 이용자 질문에 답하고 오류를 점검하기에도 벅차다. 진흥원측은 3월 중 민간기업 가운데 운영업체를 선정하고, 서포터즈 3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공공 정보의 관리를 민간 업체에 맡길 수 있느냐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지식포털 활성화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식포털의 부실은 그 기반인 공공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통합ㆍ연계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우선 지식포털이 제공하는 공공 정보가 제한돼있다. 공공 DB는 1993~97년 구축한 초창기 DB와 외환위기 당시 정보화근로산업 성과, 2005년부터 행정자치부 주도로 구축한 행정DB 등 여럿이지만, 지식포털에서는 정보통신부 주관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에 따라 구축된 DB만 서비스한다. 게다가 DB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아 애초부터 공공 포털 형태로 통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 기관들마저 지식포털보다는 민간포털과 직접 손잡고 싶어하는 실정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사이트 방문자수로 실적 평가를 받는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지식포털과 제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통합사이트를 운영하는 대신에 민간의 정보가공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꾸는 게 어떠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들도 “민간포털에서 쉽게 각 기관의 사이트를 찾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정부 주도 포털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이희정기자)

한국일보(07. 03. 06) 엉뚱한 정보·잠자는 코너

지식과 정보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정보화시대 국가의 의무다. 가령 국가가 보유한 과학 정보를 공유하면 대학과 연구기관의 신기술 생산으로 이어지고, 첨단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가치가 확산된다. 정보통신부가 내세운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ㆍ이하 지식포털)의 목표도 정부ㆍ공공ㆍ민간 기관 등 1,000여 곳이 보유한 활용가치 높은 지식정보자원을 누구나 손쉽게 찾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원 스톱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의 만물상’이라는 화려한 포장과 달리, 실상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초라하다.

이름값 못하는 국가포털

정통부는 1월 지식포털 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대폭 개편했다고 밝혔다. 검색 기능 업그레이드, 분류체계 개선, 블로그를 비롯한 개인화 서비스 강화 등이 골자다. 그러나 여전히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없다. 같은 정보의 중복 검색 문제도 여전하고, 주제별 분류체계도 일반 기사가 ‘연극/영화’ 항목에 뜨는 등 엉터리가 많다.  요약 정보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어떤 것은 목차, 어떤 것은 원문 일부를 맥락 없이 뚝 떼내 보여주는 등 기준이 제 각각이고 내용도 부실하다.

간판과 달리 검색 가능한 DB가 제한된 경우도 있다. 초기 화면에 배너까지 달아 서비스 하는 ‘국가전자도서관’은 본래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 등 7개 주요 국립도서관의 통합검색 시스템이지만, 지식포털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만 이용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 유통을 위해 개설한 국가지식포럼과 국가지식블로그의 운영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식포럼 개설자의 상당수가 포털 운영자인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직원들이고, 인기포럼이라는 곳도 개설자가 자료 몇 건을 올려놓았을 뿐 사실상 ‘휴면상태’다. 블로그 서비스는 업로드 한 글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글자가 깨지는 일이 잦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식포털은 지난해 공공부문 우수 웹사이트로 선정돼 ‘2006 웹어워드’를 수상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이 상을 수여한 웹어워드코리아의 후원기관이다. 정보화의 거센 물결도 우리나라의 관료주의 만큼은 깨뜨릴 수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저작권 개념이 없는 지식사업

경기 양평에 국악음반박물관을 운영하는 노재명(38)씨는 지난달 14일 정통부 장관을 저작권 침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가 20년간 전국을 돌며 발품과 돈을 들여 수집하고 정리한 국악 관련 자료 가운데 1만여점을 지식포털에서 허락 없이 무단 게재했기 때문이다.

노씨가 인터넷((www.hearkorea.com)에 올린 이 자료들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센터가 운영하는 문화포털(www.culture.go.kr)을 통해 지식포털에 제공됐다. 지식포털에 연계된 5개 전문정보센터의 하나인 문화포털은 민간 콘텐츠까지 검색로봇을 활용한 웹 수집 방식으로 검색한다. 문화포털의 경우 제목과 2, 3줄의 정보만 보여주고 클릭하면 원문 사이트로 이동하는 딥 링크(Deep Link) 방식인 반면, 지식포털은 팝업 창을 통해 제공하는 요약정보에 원문 전체 혹은 일부를 그대로 띄워놓는다.

저작권조정심의위원회 이영록 책임연구원은 “딥 링크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견해가 갈리지만,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문 전체 혹은 일부를 그대로 보여줄 경우 저작권 침해”라면서 “요약 정보도 원문의 창작적 표현이 포함되면 2차 저작물에 해당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포털은 노씨가 지난달 초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자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고, 노씨가 고소장을 낸 직후인 지난달 17일 문화포털의 웹 수집 방식으로 들어온 자료 37만건을 모두 삭제했다.

한국일보(07. 03. 06) 외국의 공공정보 관리 실태

위성의 지리정보, 경찰의 교통정보, 기상청의 날씨정보…이 같은 공공정보를 민간이 가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조한다. 컨설팅그룹 파이라 인터내셔널이 집계한 데 따르면 미국에서 공공정보 활용으로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2000년 기준 약 877조원, 유럽연합(EU)에선 약 79조 5,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의‘국가지식포털’처럼 정부 주도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 하게 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미국 유럽은 민간이 공공 정보를 자유롭게 가공ㆍ유통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정보 공개’를 넘어 적극적인 ‘정보 배포’로 정책을 전환했다. 2003년 11월 유럽의회는 ‘공공정보 재이용(Re-useㆍ상업적 이용)에 관한 지침’을 공표했다. 회원국 간 제도의 차이를 최소화해 기업들이 공공정보 활용을 통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EU는 민간 수요가 많은 지리 교육 문화 과학 학술 등 정보를 활용해 기업과 공공기관이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e콘텐츠플러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2005년부터 4년간 총 1억4,900만 유로가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공공정보의 활용을 시장에 일임해왔다. 1966년‘정보자유법’이 연방정부 정보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을 보장한 이후, 미국은 정부 문서의 이용, 재판매ㆍ재배포 제한금지 등 일정한 원칙을 정해 민간에서 정부의 지식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켰다. 자치단체와 공기업은 지적재산권을 판매할 뿐 아니라, 민간기업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문준모기자)

07. 03. 06.

P.S. 정보화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란 용어가 유행어처럼 쓰인 적이 있었다. "정보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따라 정보 습득 능력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격차가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사회적 불평등이 계층별 정보화 수준(인터넷 활용 등)에 있어서 격차를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불평등의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걸 경계하는 말이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국가간/언어간 '콘텐츠 디바이드'라는 걸 근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엊저녁 한 모임에서도 화제가 됐었지만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 정보의 양과 질에서의 차이를 고려하면 이 '디바이드'는 만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 같지 않다. 10년, 20년후에도 인터넷세상에서 지식언어로 한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가지식포털' 같은 마인드라면 이미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진 게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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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culp 2007-03-06 12:35   좋아요 0 | URL
그 차이라는것이 지금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영어능력의 차이로 나타날것 같습니다.초등학교 3학년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데 이건 공적인 배움이고 사적으로는 미국원어민들보다 쓰기나 단어능력들은 한 2-3살 위에 이르도록 배우는것이 지금 현실이니까요. 그대로 먹고살만하면 다들 외국으로 보내는지도?
올해들어 회사때문에 미국과 캐나다로 떠난 두분이 있는데 자식들은 초딩이고 한국에서 영어유치원 다니면서 영어공부했는데 그쪽나라 가서 언어테스트하고 나서는 한학년 월반했다고 하더군요.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만큼이나 영어를 원어민 수준에서 하면서 영어로 과외받으면서 크는 애들과 그렇지 못한 애들, 국가에서 뭘 해주길 바라는거, 그것이 도서관이나 접할수 있는 자료(한겨레인가 학교 도서관 상황에 대한 기사도 본것 같은데)같은, 거의 요원하지 않나 싶습니다.

로쟈 2007-03-06 19:57   좋아요 0 | URL
제가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개인간 차이가 궁극적으론 국가간/언어간 차이로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에 대한 의미있는 자료도 영어로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게 아닌가 염려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