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십 기사가 하나 눈에 띄어 옮겨온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의 도난당한 그림 한 점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사무실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소장자인 스필버그는 '장물'인 줄 알지 못하고 구입했다고. 하지만 나의 흥미를 끈 건 록웰도 스필버그도 아니고, 그림의 제목인 '러시아 교실'이다. 실제로 러시아(당시엔 소련) 학생들의 수업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뉴시스(07. 03. 03) 노먼 록웰의 도난작품, 30여년만에 스필버그 감독의 사무실에서 발견돼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미국, 1894 - 1978)의 작품 한 점이 도난당한 지 30여년 만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교실(Russian Schoolroom)'이란 제목의 이 그림은 지난 1973년 6월25일 미 미주리주의 클레이튼 미술관에서 사라졌었다.

지난 1989년 합법적인 경로로 이 작품을 구입한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 FBI에 수사를 의뢰한 지난 주까지 이것이 도난 작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FBI는 전했다. 미술품 감정사들과 FBI의 조사 결과 진품으로 판명된 이 작품의 초기 감정가는 약 70만달러(약 6억 6000만원).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흉상이 놓여진 교실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러시아 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이 유화 작품은 "처분이 결정될 때까지" 스필버그 감독의 소유로 남아 있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작품이 도난당할 당시 클레이튼 미술관에 근무하던 메리 엘렌 쇼트랜드는 작품이 사라지던 날 "록웰의 석판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 작품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함께 전시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리주의 한 고객에게 2만 5000달러에 팔릴 계획이었던 이 작품은 그러나 구매가 결정된지 며칠만에 미술관에 침입한 괴한들과 함께 사라졌다. 쇼트랜드는 "그들이 가져간 것은 이 작품뿐"이었다며 "이 작품만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후 종적이 묘연해진 이 작품은 지난 1988년 뉴올리언스 주의 한 경매소에서 7만 400달러에 보험금 10%의 조건으로 낙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쇼트랜드는 약 15년 전 뉴욕의 한 소규모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클레이튼 미술관의 모회사인 시카고의 '서클 파인 아트'에 연락을 취했으나 '러시아 교실'을 되찾는데는 실패했다고 말해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순간에 드러나는 인생의 의미를 표현하는데 뛰어났던 록웰의 작품은 '가장 미국적'이란 평가와 함께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록웰은 '러시아 교실'이 사라진지 5년 후인 1978년, 84세의 나이로 작고했다.(정진하기자)

07. 03. 04.

P.S. 생소한 이름이지만(미국은 넓다!) 찾아보니 록웰은 국내에도 소개돼 있다. 어깨가 좁고 얼굴이 긴데다가 수척해보이는 듯한 인상이 '미국식' 그림들과 잘 어울려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의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같은 그림은 '아메리카니즘'의 상징으로도 읽힌다. 관련서가 더 소개되었으면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