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 비슷하게 지난 세밑에 이어서 설 전날과 설날에도 앓았다. 열감기나 가벼운 염증질환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일의 의욕을 꺾는데는 충분해서 하루 이상을 쉬었다. 휴일에 쉬었다는 말이 동어반복이지만 실상 휴일이란 내게 재택근무일일 뿐이다.

정신을 가다듬으며 몇 가지 깨달음을 적는다. 두서없이 적자면, 내가 싫어하는 커피맛이 어떤 것인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엊그제와 오늘 마신 커피맛 때문인데 사실 처음은 아니었지만(처음이 아니어서) 취향을 더 분명히 확인하게 된 것. 단순하게 말하면 수돗물 맛이 나는 커피다. 차라리 그냥 수돗물을 냉수로 마시면 더 나을텐데 따뜻하게 데워서 커피인 양 마시는 건, 그것도 비용을 지불하고 마시는 건 넌센스로 여겨진다. 쓴맛의 커피는 너무 쉽게 질 나쁜 커피로 식별할 수 있는데 거기에 더하여 수돗물 맛 커피도 내게는 최악의 커피다. 엊그제 한 체인점에서는 한 모금만 마시고 카운터에 올려놓았다(물론 한 시간쯤 책을 보다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라 책을 보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강의차 찾다가 결국에는 다시 구입했다. 책세상판만 최소한 두 권이고 다른 번역본을 포함하면 댓종은 갖고 있는 책이다. 이럴 때 책은 약에 쓰는 개똥이 된다. 짐작에 장서량이 어느 임계치를 넘어가면 그리 되는 듯하다. 도서관에서처럼 바코드를 붙여서 장서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개인 소장 장서량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정도의 숫자가 임계치일까? 1만권? 현재 3만권 안팎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듯싶은데 여러 곳에 분산되어 있으니 막상 필요할 때 찾아 읽는 일이 만만치가 않다. 언제부턴가 책을 읽는 건 찾는 일에 비하면 일도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1만권도 너무 많은 수치다. 통제가능한 장서량은 5천권 정도가 최대일까? 이것도 250권씩 책장에 꽂는다고 할 때 20개의 책장이 필요한 양이다. 다른 분들은 집에 몇 개의 책장을 놓고 계신지?

밀을 읽다가 몇 차례 ‘밀과 도스토예프스키‘를 검색했는데 두 사람을 다룬 단행본은 없는 듯싶다. 일단 도스토예프스키가 밀의 어떤 책을 읽고 무슨 코멘트를 남겼는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그걸 정리해놓은 자료가 있는지 찾고자 한 것. 러시아쪽 자료는 검색하지 않았다). 어림에 도스토예프스키는 밀을 공리주의의 대변자 정도로만 간주했다. 벤담과 밀의 차이에 대해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고 ‘자유 사회주의자‘로서의 밀의 의의도 평가하지 않은 듯싶다. 어림해서 그렇다는 것이고 확인이 필요하다(내 생각으로 밀과 도스토예프스키는 대립적이라기보다는 상생적이다. 다만 그들의 시대의 영국과 러시아 사회구성체 간의 차이가 둘을 대립적이게 만든다).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한 논문을 찾아봐야겠다.

밀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적자면 자서전 외에 읽을 만한 평전이 없다는 점. 예전에 나온 평전이 하나 있지만 분량이 소략하다. 결정본 평전이 나와있는지, 있다면 어떤 것인지 모르겠으나 소개되면 좋겠다. 검색하다 보니 밀을 ‘영국의 소크라테스‘로 평한 책도 있던데 그럴 듯해 보인다. 밀은 그 자신 말과 행위가 일치했던 인격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밀의 사상에 대해서는 <자유론>의 역자 서병훈 교수의 여러 저작을 참고할 수 있다. 대부분 갖고 있는 책이지만 역시나 개똥으로 분류된다.

커피가 다 식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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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6 1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06 1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0sun 2019-02-06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 중인데
밀의 아버지도 밀도 넘사벽~이런 아버지도 이런 아들도~
괴테의 조기교육도 헉 했는데 이쪽도 만만치 않은.
그나저나 개똥?이 점점 늘어나는것 같아 심심한 위로를~ㅎ

로쟈 2019-02-07 14:06   좋아요 0 | URL
드문 부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