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무어와 함께 20세기 구상조작을 대표한다는 이탈리아의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의 대규모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나로선 생소한 작가인데, 실상 조각과 관련한 책들 들춰본 게 하도 오래전이니 나의 무지에 핑계가 없는 건 아니다. 관련기사와 함께 몇 작품을 미리 감상해본다.

한국일보(07. 02. 12) 구상조각 거장 마리니, 그가 왔다

전후 세계의 불안과 비극을 표현한 기마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조각가 마리노 마리니(1901~1980)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국내 첫 전시가 덕수궁미술관과 선화랑에서 나란히 시작한다. 마리니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헨리 무어와 함께 20세기 구상조각을 대표하는 작가. 두 전시는 조각 뿐 아니라 미술작가로서 그의 출발점이었던 그림도 함께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4일부터 덕수궁미술관에서 여는 <마리노 마리니-기적을 기다리며> 전은 조각과 회화 105점으로 그의 예술 생애 전반을 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크게 세 가지 주제, 기마상과 포모나, 초상조각으로 분류해 시기별로 전시를 구성했다.

고대 그리스ㆍ로마 작품에서 착안한 마리니의 기마상은 비극적 시대의 표상이다. 1930년대 후반의 초기 기마상에서 보이던 말과 자연의 조화로운 결합은 2차 대전을 지나면서 불안한 긴장감을 띠고 1950, 60년대로 갈수록 격렬하게 요동친다. 말은 난폭하게 몸부림치고 기수는 통제력을 잃은 채 간신히 매달려 있거나 땅으로 처박힌다. 60년대에 들어서면 말과 기수는 형체조차 무너져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사그라져 가는 비극의 절정에 이른다. 그의 작품 중 가장 거대한, 59년 네덜란드의 헤이그 광장에 설치한 높이 6m의 청동 기마상에는 말굽들 중 하나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 “우리는 건설하며 우리는 파괴한다. 이 세계에는 절망적인 노래만 남아 맴돈다.”



비극적 시대를 구원할 기적을 기다리는 마음은 풍만한 육체의 여성 누드, 포모나 시리즈로 표현됐다. 포모나는 고대 이탈리아의 에트루리아 문화에 등장하는 과일나무와 풍요의 여신이다. 마리니 자신의 발언에 따르면 포모나는 “비극적인 전쟁으로 망가진 행복의 시기를 의미한다.” 둥글게 부풀어오른 배와 커다란 가슴을 지닌 마리니의 포모나에서 풍기는 풍요와 관능은 대지의 치유력을 상징한다.



마리니의 조각은 특히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사진), 화가 샤갈 등 예술가의 초상으로 유명하다. 예술가의 예민한 기질과 내면을 포착한 걸작들이 이번 전시에 나온다. 색채에 매혹된 추상화가로서 마리니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강렬한 원색의 그림도 볼 수 있다.

22일 시작하는 선화랑의 마리노 마리니 전은 40여 점을 선보인다. 조각도 있지만, 그가 조각의 거장이 되기까지 작품의 바탕이 되었던 회화와 드로잉, 판화를 중심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덕수궁미술관 전시는 4월 22일까지, 선화랑 전시는 3월 21일까지 한다.(오미환기자)

07. 02. 12.

P.S. 마리니의 작품들을 검색해보았는데, 개인적으로 조각보다 더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은 원색의 회화 작품들이다. 그리고 기수가 말안장에 얌전하게 앉아 있는 조각상이 아니라 목을 아주 길게 뺀 말 조각상. 마음에 드는 몇 작품의 이미지를 더 옮겨놓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