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304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헤밍웨이의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소담출판사)를 다뤘다. 결말 부분이 소설로서는 흥미롭지만 사회소설로서의 결함이라고 생각되었다. 헤밍웨이 작품 가운데 최고 졸작으로 평가되는 <강 건너 숲속으로>도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싶다(과거 전집판으로 한 차례 출간된 적이 있다). 여러 모로 반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영화 <소유와 무소유>(1944)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원작이지만 소설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다. 영화 각색에는 포크너도 참여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주간경향(18. 12. 03) 헤밍웨이의 미국 대공황 사회소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는 가장 유명한 미국 작가라고 해야 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가장 덜 알려진 소설이다. 생전에 발표한 다섯 편의 주요 장편소설 가운데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와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가 대표작으로 환대를 받았다면 <노인과 바다> 직전에 발표한 <강 건너 숲속으로>와 함께 이 작품은 작가의 명성에 못미치는 작품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럼에도 이 소설에 관심을 갖는 건 거장의 ‘졸작’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헤밍웨이의 작품으로선 희귀하게도 미국의 현실을 다룬 ‘사회소설’이라는 점 때문이다.


1920년대에 발표한 두 편의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공간적 배경은 미국과 거리가 멀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 와서야 비로소 미국 사회의 현실을 다루게 되는데, 소설이 쓰인 1930년대 중반은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빈부격차가 심화하던 때였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제목 자체가 이 시기의 문제적 상황을 압축하고 있다. 자연스레 주목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분신적인 ‘고독한 개인’을 주인공으로 삼아온 헤밍웨이가 ‘가진 자(유산계급)’와 ‘못 가진 자(무산계급)’의 대립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느냐다.



주인공 해리 모건은 플로리다 남단 키웨스트에서 낚싯배 대여를 생업으로 삼고 있는 중년 가장이다. 그에게는 아내와 세 딸이 있다. 키웨스트는 쿠바와 가까워서 큰돈을 주겠다는 밀항자들이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까지 저지르려고 하지는 않는다. 자칫 가족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그런데 그에게 몇 주간 배를 빌리고 바다낚시 중에 낚시도구들까지도 날려버린 한 부자가 그의 돈을 떼먹고 달아나는 일이 벌어진다. 졸지에 빈털터리가 된 해리는 하는 수 없이 밀항자들과 거래를 하고 급기야는 살인까지 저지른다. 


그의 추락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데, 쿠바에서 술을 밀수하다가 쿠바 경비대의 총격으로 한쪽 팔을 잃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관리에게 밀수사실이 적발돼 배마저 압류당한다. 바닥에까지 내몰린 해리는 거액의 돈을 받는 조건으로 압류된 배를 훔쳐내 쿠바 혁명조직의 밀항을 거들지만 도중에 그들과 교전이 벌어져 숨지고 만다. 그가 숨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은 “한 사람으로는 안 돼”라는 것이다. 

보통의 사회소설에서라면 해리의 마지막 각성은 사회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이며 그 해결은 집단적 차원, 계급적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유도된다. 하지만 노동운동이나 쿠바에서의 혁명 시도에 회의적이었던 헤밍웨이는 이 작품에서도 예상 밖의 결말을 제시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이 역전돼 부유층 여성들이 실제로는 해리와 같은 남자다운 남자를 ‘갖지 못한 여자’이며, 반대로 해리의 아내 마리는 가난하지만 해리와 같은 남자를 ‘가진 여자’라는 것이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이 이렇게 해소되기에 헤밍웨이는 빈부의 문제를 더 이상 다룰 필요가 없어진다. 헤밍웨이식 사회소설의 흥미로운 결론이다.


18.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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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1-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당황스러운 결론이였어요.
헤밍웨이가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것은 아닌지
이미 가진 자라서 그 문제를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그리고 또한가지,
여자에 대해서, 결혼(부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은 아닌가~

로쟈 2018-11-27 23:16   좋아요 0 | URL
헤밍웨이가 기대하는 여성상이라고 생각해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여우 2018-12-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입하고 아직 읽지 않앗는데.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