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보다 한두 시간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휴일의 유익은 없는 편이다. 내내 강의자료를 만드는 등의 강의준비로 채워지기에. 그렇다고 미뤄둔 책을 마음놓고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만한 여유 시간이 없어서다. 지난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도 스무 권 가량은 당장 손에 들어볼 만하지만 이 또한 가능하지 않다. 겨우 몇 권 정도 목차를 들여다볼 뿐. 그런 책 가운데 하나가 장세진의 <숨겨진 미래>(푸른역사)다. 제목의 뜻은 부제까지 봐야 가늠할 수 있다. ‘탈냉전 상상의 계보 1945-1972‘.

저자의 주 관심분야는 동아시아의 냉전 문화이고 이에 대한 연구서들을 낸 바 있다. 냉전 연구자가 동시에 탈냉전에 대한 통찰도 가질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단체제를 넘어서 한반도의 탈냉전, 더 나아가 평화체제 발명과 구축이 시대적 과제가 된 시점에서 지난 시대 탈냉전 상상의 계보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시의적절하면서도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작업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강의자료를 만드는 중에 유튜브에서 도올 김용옥의 ‘여순 민중항쟁 특강‘을 들었는데(올해가 70주기였다) 모처럼 깊이 공감하면서 역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난 정권하에서라면 이런 특강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을 터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역사적 사건이 제대로 해석되기까지 70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우리는 그날그날의 일상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이러한 역사적 시간의 증인이고 목격자이며 기록자다. 70년 뒤에 기억될 지금 시대를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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