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신문의 기사들을 미리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기사가 있어서 옮겨놓는다. 대략 '러시아'란 단어만 들어가면 기사를 클릭해보게 되는데, "이것이 러시아 '갈매기'"란 타이틀이 걸려 있으니까 눈이 커질 수밖에. 러시아 극단의 내한 공연인가 했더니 그건 아니고 이전에 내한한 바 있는 저명한 러시아 연출가 카마 긴카스 초빙 공연이다(러시아에서 긴카스 극단의 공연을 두어 차례 관람한 적이 있다). 그가 연출을 맡고 국내 배우들이 연기를 맡은 분업 공연이다. 작품은 체홉의 <갈매기>. 안 그래도 <갈매기>에 관한 논문도 준비중이던 차에 공연소식을 접하니 반갑다. 공연은 3월에 예정돼 있으니 봄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하긴 요즘 날씨가 이미 봄날씨와 구별이 가지 않지만). 성공적인 공연이 되기를 바란다.  

한국일보(07.01. 24)  이것이 러시아 '갈매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연출가 카마 긴카스(66)를 위해 LG아트센터가 또 몸을 잔뜩 웅크렸다. 1,100석 규모의 극장이 절반인 660석 극장으로 기꺼이 거듭난다. 특히 이번에 긴카스의 연출로 거듭날 작품은 국내에서도 자주 상연되는 <갈매기>여서, 우리 무대와 세계적인 무대는 어떻게 다른가를 실증할 기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세기말 모스크바 근교의 영지에 모인 한무리의 귀족ㆍ예술가 등이 어떻게 서서히 절망의 늪으로 빠져드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근에도 2006 서울공연예술제, 애플씨어터, 극단 김금지, 체홉 서거 100주년 기념, 안톤 체홉 서거 100주년 기념 등의 자리를 통해 공연됐을 만큼 한국인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무대.

지난해 10월 하루 10시간씩 모두 6차례에 걸쳐 이뤄진 공개 오디션의 열기부터 관심을 모았다. 러시아 세프킨 연극 학교 등을 졸업한 배우 이항나(아르카지나 역)는 “절대 울지 않는 강한 여인은 불행과 어떻게 맞서는가를 보여야 한다”며 “유학 기간(1993~96년) 동안, 러시아 연극의 역사라는 긴카스의 작품을 숱하게 봐 온 사람으로서 대단한 영광”이라고 300대 1의 경쟁률을 넘어선 소감을 밝혔다.

긴카스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연극 이론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것은 물론, 혁명적 무대 메커니즘의 선두 주자로서도 이름 높다. 이번에 선보일 무대는 지난 2002년에 비하면 약과다. 2002년 LG아트센터 기획 공연으로 올려졌던 긴카스의 첫 한국 무대 <검은 수사>에서는 5분의 1 남짓한 200석이었다. 진중한 삶의 의미가 간결하게 함축된 수작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거의 극장 개조 수준.

20톤에 달하는 물이 무대에 넘나든다. 40~100㎝로 채워질 물은 극의 진행에 맞춰 드나들며 계절의 변화를 관객에게 체감시킨다. 배우들이 수영복 입고 물놀이하거나 낚시도 하는 등 진짜 물로 자아내는 무대의 실존감은 새로운 관극 체험을 제공한다. 물의 출입은 LG 극장이 보유한 물탱크와 펌프로 제어된다. 물이 소도구가 아니라, 무대를 구성하는 환경으로 구사된 것은 우리 공연 사상 최초의 일.

이번 무대는 뮤지컬 제작사로만 인식돼 온 오디뮤지컬컴퍼니가 펼치는 변신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표 신춘수 씨는 “상업적 뮤지컬을 하지만 모든 공연 예술의 근간은 연극”이라며 “드라마적 여백을 메워 창작 뮤지컬로 연계시켜 나가는 작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작업을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명명, 매년 오디션을 거쳐 <세 자매> <벚꽃 동산> 등 체홉의 대표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긴카스는 모스크바 연극예술학교, 헬싱키의 스웨덴 연극 아카데미의 교수로 후학을 키우고 있다. 기존 경계를 초탈한 그의 연출법은 세계 각지의 연극 현장을 두루 섭렵한 탈경계적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무대를 위해 지난 10월 1차 입국한 뒤, 무대 구성과 연출 등의 이유로 두 차례 더 왕래하는 등 두 번째 한국 무대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오승명 조민기 김태훈 등 출연. 3월 15~25일 화~금 오후 7시 30분, 수ㆍ토 3시 7시 30분, 일 2시 6시 30분. (02)2005-0114 (장병욱 기자)

07. 01. 23.

P.S. LG아트센터 홈피에 올라와 있는 작품소개는 이렇다: "오디뮤지컬컴퍼니,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연극 진출 선언. 그 첫번째 무대 갈매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그리스>, <돈키호테>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작품들을 제작하며 국내 뮤지컬계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오디뮤지컬컴퍼니가 ‘체홉의 가을’ 프로젝트로 본격적인 연극계 진출을 선언한다. ‘체홉의 가을’은 중장기적인 연극 프로젝트명으로, 매년 최고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체홉의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이며 그 첫 작품으로 갈매기가 선정되었다.

세계적인 러시아 연출가 까마 긴까스와 러시아 최고의 아티스트들이 선보이는 혁신적인 무대연출, 1,100석 규모의 공연장을 660석 규모로, 객석까지 무대로 활용하는 상상 그 이상의 공간. 지난 2002년, LG아트센터 기획공연이었던 <검은수사>를 통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바 있는 러시아의 국보급 연출가 까마 긴까스와 현재 러시아가 가장 주목하는 차세대 연출가 막심 깔신 (협력연출), 그리고 몽환적이며 판타스틱한 무대와 의상을 창조해내는 알렉세이 보챠코프가 의상 및 무대디자인을 맡아 환상적인 의상과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300여명이 넘게 지원한 공개 오디션, 매일 10시간씩 6차가 넘는 접전 끝에 최고의 배우들 선정 하루에 10시간씩 총 6차가 넘는 오디션을 통해 오승명, 조민기, 김태훈, 이항나 등 이미 연기력을 인정 받은 실력파 배우들과 이원재, 한송이 등 새로운 신예배우까지 골고루 갈매기에 함께 하게 되었다."

 

 

 

 

 

 

 

 

 

P.S.2. 긴카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몇몇 작품들도 레퍼토리로 갖고 있는데, 그가 공연한 체홉 목록에 <갈매기>도 포함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모스크바에서 봤던 공연은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을 각색한 작품이었다(모스크바통신에 감상평을 몇 작 적어놓은 기억이 있다). 스틸사진 몇 장을 옮겨놓는다.

Режиссер Кама Гинкас задумал поставить в Московском ТЮЗе трилогию по Чехову под названием "Жизнь прекрасна". "Дама с собачкой" - вторая часть трилогии

Это одна из самых необычных постановок нынешнего сезона. Актеры играют прямо в зрительном зале и периодически падают с балконов вниз головой

이번 <갈매기> 공연에서도 무대를 특이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소개돼 있지만 독특한 무대 구성과 활용은 긴카스의 전매특허라 할 만하다(그런데, 좌석이 660석으로 줄면 관람료는 그만큼 반비례하는 것인가?). 한국에서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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