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기간이기도 해서 8월을 독서에 좋은 달이지만, 올해는 예년 같지 않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라도 하는데 갈수록 기후변화가 난폭해질 거라고 하니까(사피엔스라는 종의 자업자득인 면이 크다)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를 갖기도 어렵다. 그렇다고는 해도 냉방이 잘 되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독서 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는 게 8월이다.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1. 문학예술


노벨문학상 강의를 오랫동안 해온 덕분에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들이 수상작가들인데, 최근에 몇몇 작가들의 작품과 작품집이 연이어 나왔다. 그 가운데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문예출판사)와 르 클레지오의 <원무, 그 밖에 다양한 사건사고>(문학동네) 등은 소설집이다. <19호실로 가다>는 레싱의 초기 단편소설들로 <사랑하는 습관>이라는 제목의 작품집이 뒤를 이을 예정이라 한다. 르 클레지오의 작품집은 앞서 <배회, 그리고 여러 사건들>(한불문화출판, 1988)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는데(노란색 표지가 기억난다), 이번에 새로 번역되었다. 1988년이면, 르 클레지오 작품으로서는 최초로 소개된 단편집인 것도 같다. 그리고 쿳시의 <소년시절>(문학동네)도 이번에 출판사를 옮겨서 다시 나왔다.   


 

아직 현역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오르한 파묵의 신작 <빨강머리 여인>(민음사), 그리고 노벨상 수상작가 대우라고 해야 할 필립 로스의 자전적 에세이 두 권, <사실들>과 <아버지의 유산>(문학동네)도 따로 챙겨두어야 하는 책들이다. 



2. 인문학


인문 쪽에서는 밀린 숙제로 묵혀 두었던 책을 읽으려고 한다. 고대희랍문학사에 대한 책을 볼 겸,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전3권)을 읽어보려고 하는 것. 찔끔찔끔 읽다가는 읽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 목록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의 루마니아 여행기로서 <유럽의 그림자>(글누림)은 올여름의 여행서로 꼽을 만한 책이고, 바이킹의 역사를 다룬 라스 브라운워스의 <바다의 늑대>(에코리브르)와 래리 고닉의 '만화 미국사'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미국사>(궁리)는 청소년도 읽어볼 만한 책으로 더 고른다. 



3. 사회과학


제목이 신의 한 수로 여겨지는 에릭 클라이넨버그의 <폭염사회>(글항아리)와 기본소득 문제를 다룬 기본서와 결정판에 해당하는 가이 스탠딩의 <기본소득>(창비)와 필리프 판 파레이스 등의 <21세기 기본소득>(흐름출판)은 좀 무거운 주제의 책이지만, 땀 흘려 읽어볼 만한 책으로 고른다. 



국내서로는 4대강 지킴이 김종술의 <위대한 강의 삶과 죽음>(한겨레출판), 정욱식의 <핵과 인간>(서해문집),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휴가 도서라고 주목받은 진천규의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타커스) 등을 모두 한국사회 이슈 도서로 읽어봄직하다. 


 


이론서로는 새로 번역돼 나온 캘리니코스의 <카를 마르크스의 혁명적 사상>(책갈피)과 좀비 현상의 의미를 고찰한 후지타 나오야의 <좀비 사회학>(요다), 그리고 일본의 대표적 페미니스트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의 <여성은 어떻게 살아남을까>(챕터하우스)를 고른다. 이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이슈 이론서'로 시간을 내서 읽어볼 만하다. 



4. 과학


세계적인 한국 수학자 김민형의 수학 교양서 <수학이 필요한 순간>(인플루엔셜)은 수학적 사고의 본질이 무엇인지 감을 잡게 해주는 책이다. 프랑스 수학자 미카엘 로네의 <수학에 관한 어마어마한 이야기>(클)도 수학 대중화를 겨냥한 책. 영국의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의 <보통 사람을 위한 현대수학>(휴머니스트)은 저자의 지명도로 봐서는 매우 훌륭한 책임에 분명하지만, 필시 저자의 '보통 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달에 읽어야 할 두꺼운 과학서는 단연 제프리 웨스트의 <스케일>(김영사)이다. 한번 소개한 적이 있기에 군말은 생략한다. 그리고 제럴드 폴락의 <물의 과학>(동아시아). 평이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물에 관해서 우리가 어디까지 아는지 확인해보면 좋겠다. 한겨레의 과학전문기자 조홍섭의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지오북)은 따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분들 위한 책으로도 골랐다. 나부터가 그런 경우다.



5. 책읽기/글쓰기


알베르트 망구엘의 모든 책은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그가 서재의 책들을 상자에 넣고 포장하며 느낀 소회를 적었다. 나 역시도 이달에 일부 책을 옮겨야 해서 남의 얘기로 읽히지 않는다(솔직하게 말하면 읽기 싫은 책이다!).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북바이북)는 <독서만담>의 저자 박균호의 신작이다. 자신만의 독서와 글쓰기 비법을 알려준다. 조현행의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질문하는 소설들>(이비락)은 '카프카/ 카뮈/ 쿤데라 깊이 읽기'가 부제여서 관심을 갖게 된다. 세 작가에 대해서라면 남못지 않게 많이 강의한 터라 다른 이들의 강의도 읽어보는 편이다. 일반 독자들이라면 고전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읽어도 되겠다...


18. 08. 05.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독일 작가 제발트(1944-2001)의 마지막 작품 <아우스터리츠>(2001)를 고른다. 한데, <아우스터리츠>를 읽기 위해서는 제발트의 작가적 여정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 최소한 <공중전과 문학>과 <토성의 고리> 정도는.




제발트의 초기작과 휴작으로 <자연을 따라. 기초시>와 <현기증. 감정들>, 그리고 <캄포 산토>는 옵션이다. 물론 제발트의 세계에 일단 발을 들여놓은 독자라면, 이 책들에서 발을 빼기가 어렵다. 제발트와의 몇 주를 보내고 나면 폭염이 사그라져 있을까. 우리는 가을에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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