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06. 12. 22) 개신교 목회자 삭발 70명 넘어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개신교계의 대여당 압박이 22일에도 계속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와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사무총장을 겸하고 있는 조성기 목사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에서 여야 협상과정을 지켜본 뒤 오늘 중 긴급 교단장 회의를 열 예정”이라며 “사학법 재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낙선운동을 포함한 조직적인 저항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 목사는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이 대거 삭발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여당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일제 당시 신사참배를 거부하며 숭실학교를 폐교했듯, 학교 폐쇄를 각오하고 사학법 독소 조항을 반드시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장통합은 이에 앞서 21일 오후 서울 영락교회에서 대의원 15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상기도회를 개최하고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순교를 각오하는 마음으로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이날 비상기도회에서는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를 비롯, 영락교회 이철신 목사, 장로회신학대 이만규 이사장, 목민교회 김동엽 목사, 뉴라이트 계열의 서경석 목사 등 30여명이 또 다시 집단 삭발했다. 이에 따라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을 한 목사와 신도들은 모두 70여명으로 늘었다.

예장통합 이광선 총회장은 이날 기도회에서 “목사들이 삭발한 것은 단지 수십여 명의 목사가 아니라 한국 교회 전체의 목회자들이 한 것”이라면서 “정부는 교회의 소리를 똑똑히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의 기도회에 이어 ‘한국교회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도 이날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목사·평신도 등 2000여명이 참석한 비상기도회를 열고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사학법 재개정안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개방형 이사제’를 전혀 수정하지 않은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면서 “개방형 이사제와 임원승인 취소 사유 확대 등의 조항을 철폐하라”고 요구했다.(김종락 기자)

문화일보(06. 12. 21) “사학법 재개정 안되면 학교 문 닫는 건 당연”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기독교계의 중심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이광선 총회장이 서 있다. 영락교회, 명성교회 등의 대형교회를 포함, 약 7000 교회 250만 신도를 포용한 예장통합은 한국 기독교계 최대 교단. 서울 종로구 종로5가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5일째 삭발한 채 금식기도 중인 이 총회장은 21일 오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방형 이사제가 폐지될 때까지 줄기차게, 끝까지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기독교계가 사학법을 재개정하라고 제시한 시한이 오늘이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기독교 교단장들과 함께 기도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회기를 연장해서라도 사학법을 재개정하라는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와 사학의 육성을 위해 사학법은 반드시 재개정돼야 한다. 현행 사학법은 사학을 말살하려는 악법이다.”

―지난 17일 이 총회장이 삭발한 것에 이어, 20일에는 35명의 목사와 신도들이 집단 삭발했다. 심정은.

“목회자들의 삭발은 신앙 발전과 선교를 위한 순교자적 표현이다. 사도 바울도 순교를 위한 서원을 세우고 삭발한 적이 있다. 목회자들이 순교도 불사하려고 할 만큼 사학법 문제는 심각하다.”

―21일 오후 영락교회에서 여는 예장통합 비상기도회와 22개 교단 소속 목사 및 장로들의 기도회는 어떤 의의를 지녔는가.

“사학법 문제의 심각성을 교회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1000만 성도들에게 알리자는 것이다. 사학의 비리를 두둔하는 것이 아니다. 비리가 있으면 관련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면 된다. 현행 사학법은 나라를 위한 법이 아니다. 사악한 의도가 실려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개방형 이사제를 절대 반대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개방형 이사제를 받아들이되,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회가 아닌, 교단이나 종단에서 파송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예장통합은 두 단체에 모두 소속돼 있는데….

“독소조항인 개방형 이사제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교단에서 이사를 파송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다.”

―사학법이 재개정되지 않으면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했다. 정말인가.

“기독교계 학교에서 선교를 못하게 하면 학교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하다.”

문화일보(06. 12. 21) “기독교 사상 첫 소수종교로 전락”

‘기독교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는 물론 유럽에서도 소수 종교다. 세계 지성계의 흐름이 기독교에 적대적으로 가고 있다. 국제정치 환경도 기독교에 호의적이지 않다. 각 지역의 전통종교들이 발흥하고 있다….

기독교와 관계없는 제3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에든버러대 신학부에 유학 중 이 대학 사상 처음으로 졸업도 하기 전에 교수로 임명된 뒤 현재 미국 고든-콘웰 신학교에서 강의중인 이문장 교수를 비롯, 앤드루 월즈 에든버러대 신학부 은퇴교수, 라민 싸네 미국 예일대 신학부 교수, 존 음비비티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 교수 등 세계적인 신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각 대륙 출신인 이들 6인의 신학자는 최근 함께 펴낸 ‘기독교의 미래’(청림출판)에서 “지난 300여년 동안 기독교는 서구 선교의 결과로 세계적인 종교가 될 수 있었으나, 이와 동시에 서구 교회가 쇠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는 소수 종교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밝히는,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일어나는 가장 뚜렷한 현상은 세계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 소수자가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유럽 대륙은 물론이고, 한때 세계 선교의 중심이었던 영국의 상황을 보더라도 교회 출석 인구는 5%를 밑돈다. 2000년 기독교 역사상 처음으로 서구사회에서 기독교가 소수자의 종교로 바뀌면서 정신 세계를 주도하거나 통제하는 규범으로서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독교가 서구 사회를 떠났으나 기독교가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여전히 소수 종교라는 것. 필리핀과 한국,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기독교 인구는 1%를 밑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탈현대주의나 종교다원주의와 어우러져 세계 지성계의 흐름이 반기독교적으로 가는 반면에 불교, 힌두교 및 이슬람 등 전통종교들은 급부상하고 있다는 게 신학자들의 위기의식을 더한다. 게다가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대상으로 한 9·11 사태 이후 아시아 대다수 지역에서의 종교 환경과 국제정치 환경이 기독교에 비우호적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어떤가. 서구 신학계에서 한국적 신학, 한국적 성경읽기의 대가로 알려진 이 교수의 진단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 교회는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교회를 붕괴시키는 자해행위도 동시에 진행해 왔다. 교단의 분열이나 교회 지도자의 비윤리적인 행태, 교회 세습 문제 등이 그 사례다.

이 교수는 특히 한국인이 기독교에 반감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한국 교회가 종교적이지 않은 데 있다고 말한다. 종교인이라면 진리의 체득에 있어 치열함, 자기를 부정하는 모습, 사랑의 실천, 세속의 재물과 권세와 명예에 초연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보통사람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교회 지도자와 성도들의 윤리적 평가가 그리 좋지 않은 점 ▲종교적인 깊이가 없음 ▲한국 교회에 뿌리박힌 서구적 모습 ▲물량주의, 성장주의, 경쟁 논리 및 상업주의를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가치관 ▲배타성과 패권주의 등도 한국인들이 교회에 등을 돌리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 특히 한국에서 새롭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교수는 기독교가 한국(아시아) 종교로 자리잡으려면, 성경의 세계를 깨닫는 깊이와 영적인 능력이 통전적으로 어우러지는 것과 동시에 한민족의 종교적 심성을 심층적으로 고려, 한민족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한국 교회가 한민족의 삶에 뿌리내리려면 기독교의 원형을 회복해야 한다”며 “한국 교회 안에 하나님이 살아있고, 예수 정신이 살아있고, 민족의 소망과 나아갈 길이 있다면 하나님은 한국 교회를 사용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종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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