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지수라는 게 있다면 요즘은 나쁨과 보통만 있는 것 같다. 미세먼지와 연동돼 있을 리 없지만(알레르기는 무관하지 않겠다) 여하튼 안팎으로 상태가 저조하다. 문제는 여러 가지 의욕 감퇴로 나타나는데 책을 구입하는 페이스는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알라딘의 구매내역상으로 그렇다) 강의 외 독서는 리뷰를 쓰는 일도 벅찰 정도로 줄어들었다. 독서력의 일부는 독서체력이라는 걸 또 확인한다(물론 전부는 아니다. 백혈병과 투병하면서도 독서는 이루어지니까).

거창하지만 신에 대한 책도 밀렸다. 두꺼운 책을 위해서 얇은 책을 구입했는데 아마도 신에 관한 가장 앏은 책일 성싶은 게 키스 워드의 <신>(비아)이다. ‘우주와 인류의 궁극적 의미‘가 부제. 문고본 판형으로 100쪽이 겨우 넘는다. 저자는 영국의 신학자이자 성공회 사제이며 옥스퍼드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했다.

˝신에 관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불가분하게 엮여 있음을 오늘날 신 논쟁들은 보여준다. 지은이 키스 워드는 모든 이가 납득할 수 있는 시작점을 다시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찬찬히 논증을 해나감으로써 신에 관해 잘못된 이해를 불러일으키는 생각을 조정하고 상당한 발전을 이룬 현대 과학과 기존의 신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키스 워드의 책이 얇은 책이라면 김용규의 <신>(IVP)은 두꺼운 책이다. 932쪽이니 적어도 국내서로는 최대 분량이지 않을까 싶다. 앞서 나왔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휴머니스트)의 개정판으로 60쪽가량 증면되었다. 그리고 부제는 ‘인문학으로 읽는 하나님과 서양문명 이야기‘로 바뀌었다.

˝서양문명의 심층에 자리한 기독교의 신에 대한 방대하고도 치밀한 지적 탐사를 통해 신학과 철학과 과학을 조화시킬 뿐 아니라, 문화·역사·미술·음악을 넘나들며 인문학적으로 성서와 기독교를 이해하는 전범을 제시하고, 기독교적 사유의 본질을 규명하는 한 편의 대서사시. 신의 정체와 서양문명의 핵심을 밝히는 이 기획은 현실과 역사에 대한 피상적 이해에서 나온 우리 시대의 문제들을 풀어 나갈 실천적 지혜, 곧 인간의 참된 본성을 숙고하고 미래를 모색할 든든한 디딤돌을 제공할 것이다.˝

신에 대한 나의 관심은 불경하게도 신 자체에 있지 않다. 나의 관심 주제는 근대적 개인과 자아의 탄생에 신 관념이 미친 영향이다. 곧 ‘자아의 원천들‘ 가운데 하나로 주목하는 것이다. 가설적인 견해는 강의에서 자주 얘기하는데 좀더 체계적인 내용으로 구성하기 위해서(책도 쓰려고 한다면) 신학과 기독교 문화사도 검토를 해봐야 한다. 범위를 한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이런 책들이 유익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문제는 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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