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스컬레이터는 종종
몬트리올의 예수를 떠올리게 한다
드니 아르캉의 영화 몬트리올 예수
몬트리올에 가본 적 없고 연고도 없다
오직 에스컬레이터
예수를 무대에 올리는 영화였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에스컬레이터밖에는
오르내리는 에스컬레이터밖에는
그게 결말이던가
그러고 자리를 떴던가
매일같이 상승하고 하강할 줄
누가 알았으랴
이 많은 인구가 무쇠열차에서 쏟아져 나와
올라가고 또 내려오고
무표정하게 상승하고 하강하고
하강해도 지옥이 아니고
상승해도 천국이 아니다
적당한 높이에서 시소처럼 오르내린다
여기가 연옥인가
연옥에도 24시간 야간진료 병원이 있고
주유소가 있고 편의점이 있다
가로수가 있고 아파트단지가 있다
매일같이 걸어나왔다가 걸어
들어가지 언젠가
실려나갈 때까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예수는 무표정이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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