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두번째 소설이면서 독일 교양소설의 원조가 되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7)의 초고로만 알려진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지만지)이 번역돼 나왔다. 1777-1785년에 집필되었지만 출간되지 않았고 1910년에야 사본이 발견된(그러니까 120여 년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괴테의 이 '연극소설'이 완성본으로 가치가 있는지는 전문가들이 판단할 문제이지만, <빌헴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를 더 깊이 읽으려는 독자들에게는 의미가 없지 않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도 사실 문학사나 괴테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 외에는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이 아니지만 <연극적 사명>도 막상 번역되고 보니 장바구니에 넣지 않을 수 없다. 작품의 의의에 대해서는 이렇게 소개된다. 



"<연극적 사명>에는 괴테가 1770년대와 1780년대 중반까지 독일 연극의 발전에 대해 생각해 왔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연극적 사명>은 그 자체로 괴테가 젊은 시절에 쓴 ‘연극 소설(예술가 소설)’로 읽을 충분한 가치가 충분하다. 즉, <수업 시대>에서 펠릭스라는 아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아들의 교육을 걱정하며 귀족들이 세운 이념을 따라가는 ‘교양 소설’의 주인공 빌헬름 마이스터가 아닌, 젊고 추진력 있으며 예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면서 자신을 계발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혀 있는 ‘젊은 빌헬름’을 만나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빌헬름의 모습은 <수업 시대>에 등장하는 ‘수동적인’ 빌헬름보다 독자들에게 훨씬 흥미로운 ‘능동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헤르더의 말대로, 독자들은 빌헬름이 어린 시절부터 인형극을 즐기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극을 우연히, 그러나 운명적으로 따라다니면서 성장해 가는 것을 계속 지켜보기 때문이다. <수업 시대>에서는 이런 개인에 대한 의미, 특히 사회 질서에 대한 빌헬름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태도들을 많이 축소시키고 있지만, <연극적 사명>에 등장하는 빌헬름은 삶을 마음껏 즐기려 한다. 비록 이런 빌헬름도 세상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려는 경향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자신의 의지와 세상의 흐름이 부딪힐 때 나타나는 것이 바로 빌헬름의 성찰이다. 이런 성찰을 통해 빌헬름은 마지막에 가서 자신이 처음부터 계획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가장 원하던 것을 성취하는 ‘행운아’라고 스스로 여기게 되는 것이다."



'빌헬름 마이스터' 시리즈에 해당하는 <수업시대>와 <편력시대>(<방랑시대>)는 각각 2-3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었으나 현재는 민음사와 동서문화사 판만 살아 있다. 가을의 독일문학기행을 준비하면서 다시 점검해봐야겠다. 



괴테의 삶과 문학 전반에 대해서는 자프란스키의 평전 <괴테, 예술작품 같은 삶>(휴북스)이 결정판에 해당하고, 국내 학자들의 책으로는 임홍배의 <괴테가 탐사한 근대>(창비)와 공저 <괴테>(서울대출판부)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괴테도 올해의 과제 작가로군...


18. 05.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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