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고 미세먼저 좋음. 실제로 비가 오는지는 확인하지 않았지만 습도가 높은 아침에 '이달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비가 자주 오면서 아직은 5월다운 5월이다. 책을 읽는 데도 나쁘지 않은 날씨다. 



1. 문학예술


문학에서는 먼저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사탄탱고>(알마)를 고른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고골, 멜빌과 같은 대문호와 자주 비견되며 매년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다. <사탄탱고>는 그의 대표작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헝가리의 작가주의 영화감독이자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거장 벨라 타르에 의해 1994년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는 소개가 구미를 당기게 한다. 벨라 타르의 영화들도 이 참에 챙겨봐야겠다. 


편혜영의 신작 장편 <죽은 자로 하여금>(현대문학)도 이달의 읽을 거리. "2017년 7월호에 「현대문학」에 발표한 소설에 200여 매를 더해 장편소설로 재탄생한 이번 소설은 2년 만에 발표되는 편혜영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이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묵직한 무게감과 강한 메시지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편혜영의 이번 소설 역시 위태로운 오늘의 시대, 문학이 희망에 관여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해마다 이런 반응이었는지 모르겠지만 <2018 제9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문학동네)도 읽어볼 만하다. 다만 단편만으로 한국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본다는 건 무리라는 전제하에.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예일대학의 공개강의 시리즈인 '오픈예일코스'의 두번째 책으로 스티븐 스미스의 <정치철학>(문학동네)을 고른다. 지난해에 이안 샤피로의 <정치의 도덕적 기초>(문학동네)가 나왔었다. 1년에 1강씩 나오는 건 너무 더딘 페이스로 보이지만, 여하튼 세계 최고수준 대학의 교양강의란 어떤 것인지 청강해보아도 좋겠다. 


민속학자 주강현의 신작 <우리문화의 수수께끼>(서해문집)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0여 만 독자들이 선택한 베스트셀러의 귀환. 민속학자이자 해양문명사가 주강현의 귀환. 20여 년 전에 출간되어 쇄를 거듭하며 전 국민의 '우리 문화 교과서' 역할을 했던 바로 그 책이 한 권의 결정판으로 돌아왔다. 웬만한 정보는 아무 때나 검색이 가능한 요즘이지만 디지털이 주지 못하는 이 책의 가치는 지금도 여전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우리 문화 관련 많은 정보의 원전에 가까운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제가 '도깨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하여'다. 



역사 쪽으로는 미국의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의 <블랙 어스>(열린책들)를 고른다. 중유럽 및 동유럽사와 홀로코스트가 주 연구분야로 <피의 땅>(2010)과 <블랙 어스>(2015)가 주저다. 토니 주트와의 대담집 <20세기를 생각한다>(열린책들) 때부터 주목해왔는데, 지난해 나온 <폭정>(열린책들)이 '20세기의 스무 가지 교훈'을 다룬 좀 가벼운 책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블랙 어스>가 본격적인 주저에 해당한다. 홀로코스트를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는 책이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식민지쟁탈전으로 2차세게대전을 살펴본 <피의 땅>도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3. 사회과학


먼저 '광장'을 키워드로 한 책 두 권이다. 이영미의 <광장의 노래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가>(인물과사상사)는 노래를 통해 살펴본 광장의 역사다. "노래는 왜 대중을 뜨겁게 하는가? 우리는 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는가? 이승만 정권의 독재를 끝낸 4.19혁명에서는 <애국가>, <삼일절 노래>, <광복절 노래> 등 다양한 노래가 불렸다. 1980년 서울과 광주 금남로에서 대중은 가장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훌라송>을 부르며, 정권 타도를 외쳤다. 2016년 겨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졌을 때 대중은 광장에 모여 <하야가>를 불렀다." 그 노래들 이야기다. 


그리고 다카기 노조무의 <광장의 목소리>(21세기븍스)는 부제가 모든 걸 말해준다. '일본인의 눈으로 바라본 촛불혁명 134일의 기록'. "<광장의 목소리>는 그중에서도 특히 일본인의 눈을 통해, 광장을 뒤덮었던 함성과 전율을 되짚어보고 촛불혁명이라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함께 다시 한 번 진지하게 되새겨보려는 시도다."


최태섭의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위즈덤하우스)는 '세월호에서 미투까지, 어떤 억울함들에 대한 기록'이 부제다. "이 책은 세월호에서 미투까지 2010년대의 핵심 사건들을 따라가는 동시에 ‘헬조선’부터 ‘한남’에 이르는 수많은 키워드를 통해 억울함이라는 시대정신이 주도하는 이 사회의 천태만상을 관찰한다."



4. 과학


가이아 빈스의 <인류세의 모험>(곰출판)은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문학동네)에 이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휴먼 에이지'가 '인류세'를 쉽게 풀이한 용어다). "인류세(人類世)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이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새로운 지질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인류세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자연환경 파괴다. 그 동안 인간이 자행해 온 일련의 행위들은 지구의 근본적인 환경체계를 변화시켰고 인류는 이러한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저자는 어떤 삶이 우리가 만든 지구의 최전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지 직접 확인하고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에서 세상을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우리가 자초한 문제들을 스스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따뜻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블랙홀 옆에서>(사이언스북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책으로, 우주에 덧씌워진 낭만적인 이미지를 장난스럽게 비틀고 기기묘묘하고 냉혹한 우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천체 물리학 책이다." 타이슨의 책은 몇 권 더 소개돼 있는데, <날마다 천체 물리>(사이언스북스)나 <스페이스 크로니클>(부키) 같은 책들이다. 좀더 어려운 책으로는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사이언스북스)도 있다. "이 책은 블랙홀의 본성에 대한 스티븐 호킹과 헤라르뒤스 토프트, 그리고 서스킨드 사이에 벌어진 논쟁을 다루고 있다."



5. 마르크스


이달의 주제로는 마르크스를 고른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개러스 스테드먼 존스의 <카를 마르크스>(아르테)는 분량으로 압도하는 평전이고, 토머스 스타인펠트의 <마르크스에 관한 모든 것>(살림)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철학자 에티엔 발리바르의 <마르크스의 철학>(오월의봄)은 개정판 재번역으로 다시 나온 책. 난이도는 있지만 마르크스의 철학과 그 유산을 되짚어보려는 독자라면 씨름해볼 만하다. 


18. 05. 06.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새번역본으로 나온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문학동네)을 고른다. 군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고, 나는 내달에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이번주부터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와 도스토에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는 강의를 이진아도서관에서 진행한다). 그렇게 여름을 맞게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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