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휴일을 보내면서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더 미루다가는 포기하겠다). 이달에는 세계 책의 날과 도서관 주간이 들어 있어서 다양한 독서문화 행사도 개최되는 걸로 안다. 독서 여건이 좋은 듯도 싶지만 한편으로는 꽃구경 가기 좋은 계절이기도 해서 역시나 만만치는 않다('꽃보다 책'이라고 선뜻 말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사정을 감안하여 '살살' 고르도록 한다.
1. 문학예술
먼저 문학 분야에서는 이스라엘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의 작품이 두 권 더 나왔기에 골라놓는다. <나의 칼이 되어줘>와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웅진지식하우스, 2018). <시간 밖으로>(책세상, 2016)가 나왔을 때에야 처음 주목한 작가이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 평하긴 어렵다. 다만 (아마도 아모스 오즈와 함께) 현대 이스라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고, 지난해에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작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 특히 <나의 칼이 되어줘>는 카프카의 편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라고 해서 더 관심이 간다.
예술 분야에서는 영화책으로 두 명의 감독책, <왕가위>(씨네21북스, 2018)와 <존 포드>(이모션북스, 2018)와 함께 (프랑스나 영어권이 아닌) 독일의 이론서라는 점에서 눈에 띄는 <현대 영화이론의 모든 것>(앨피, 2018)을 고른다.
더불어, 사진책으로 새로 나오기 시작한 '매그넘 컬렉션'에도 눈길을 줄 만하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과 <로버트 카파>(서해문집, 2018) 두 권이 나왔는데, 카파의 책은 이전에 나온 <그때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필맥, 2006)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2. 인문학
무거운 책과 가벼운 책을 고른다. 무거운 책으로는 먼저 결정판 번역이라는 이순신의 <난중일기>(글항아리, 2018)다. 아무리 중요한 저작이라고 해도 1200쪽이 넘는다면(게다가 가격은 6만원대에 이른다) 무모한 독서거리다. 여하튼 무거운 책임에는 틀림없다. 또 한권은 현대사 책으로 지난 정권이었다면 나오기 힘들었을 법한 <민청학련>(메디치미디어, 2018)이다.
"민청학련은 유신정권을 타도하기 위하 대대적인 반독재 학생봉기를 계획하고 주동했던 일군의 대학생과 민주인사들을 일컫는다. 이들은 1974년 4월 반유신 항쟁을 준비하면서 전국적인 규모의 강력한 민주화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라는 명칭을 내세웠다. 민청학련은 이를 줄여 부른 말이다. 이 책은 민청학련의 존재를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그 의미를 재조명하기 위한 최초의 시도이다."
최초의 시도임에도 오래 별러온 탓인지 700쪽이 넘는다. 역시나 무거원 책이다. 그리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서승의 <옥중 19년>(진실의힘, 2018). 초판은 지난 1999년에 나왔으니까 거의 20년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아주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어찌 가벼운 책이라고 하겠는가.
가벼운 책으론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의 신간들을 골랐다. 지난 연말에 나온 <번역>과 최근에 나온 <유토피아니즘>, <제2차세계대전>이다.
특히 제러드 와인버그의 <제2차세계대전>은 앞서 3권짜리로 나온 <2차 세계대전사>(길찾기)의 압축판으로 읽을 수가 있어서 꽤 요긴하다 싶다(이 세권은 나도 구입을 보류한 상태다. '첫단추'로 대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
3. 사회과학
일단 페미니즘 관련서부터 고른다. 퍼트리샤 에반스의 <언어폭력>(북바이북, 2018), 그리고 앤디 자이슬러의 <페미니즘을 팝니다>(세종서적, 2018), 니나 파워의 <도둑 맞은 페미니즘>(에디투스, 2018) 등이다. 나대로는 꽤 부지런히 관련서들을 구한다고 하는데, 거의 쏟아지다시피 하기 때문에 저지선을 지켜내기가 어렵다. 이달에는 이 세권을 일차 저지선으로 삼으려고 한다.
그리고 사회과학 쪽에서도 무거운 책을 고르자면 역시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지식노마드, 2018). 원서까지 구입해놓았기 때문에 나로선 읽은 준비가 완료된 상태다(시간벼락만 떨어지길 기다리면 된다). 에드먼드 버크가 보수의 원조라면 진보 혹은 급진주의의 원조격으로 루소의 <사회계약론>도 필독서다. 이번에 '정치+철학 총서'의 첫 권으로 <사회계약론>(후마니타스, 2018)이 다시 나왔는데, 기존의 번역본(가량 전집판)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봐야겠다.
4. 과학
탐나는 과학책이 많은데, 그 중에서 요즘 읽고 있는 책 위주로 골랐다. 아구스틴 푸엔테스의 <크리에이티브>(추수밭, 2018)는 '증보판 진화론'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한 독자에게 최적의 책. 그리고 로버트 란자 등의 <바이오센트리즘>(예문아카이브, 2018). "란자 박사는 양자 역학의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우주가 의식적인 관찰자에 의해 탄생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실재)은 의식을 수반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생물중심주의 7가지 원칙을 설명한다." 비교적 얇은 분량이지만 매우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에 타계한 스티븐 호킹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동아시아, 2018)도 덧붙인다. 이종필 교수의 해설이 추가되어 있다.
5. 책읽기/글쓰기
먼저 열명의 과학자가 지난 한해 가장 인상 깊었던 과학책과 비과학 분야의 책을 한권씩 골라서 서평을 쓴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바틀비, 2018). 과학자들의 독서 성향도 살짝 엿보게 해준다. 정민영의 <미술책을 읽다>(아트북스, 2018)은 미술 애호가가 읽어주는 미술책이로, 미술 대중서 56권의 서평을 모았다. 그리고 아무때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우치다 타츠루의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원더박스, 2018)로 글쓰기 책은 가름한다.
18. 04. 09.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일본 프롤레타리아문학의 대표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의 <게 가공선>(1929)을 고른다. <게공선>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와 있는 작품이다. "난바다를 떠돌며 게잡이를 하는 대형 어선을 배경으로 20세기 초 자본주의의 극악한 노동 착취를 고발한 문제작이다. 청년실업, 양극화, 비정규직 노동 등 자본주의의 그늘이 짙어지는 오늘날 다시 한번 열렬한 공감을 일으키며, 하나의 상징적 현상으로 현대 자본주의사회를 이해하는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년 전에 수십만 부가 판매되어 다시금 화제가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고바야시 다키지에 대해서는 미국 시카고대학의 일본문학 교수인 노마 필드가 쓴 평전 <고바야시 다키지>(실천문학사, 2018)가 번역돼 나와 있다. 이즈 도시히코의 <전쟁과 문학>(제인앤씨, 2007)도 '지금 고바야시 다키지를 읽는다'가 부제인 책으로, 제목과 부제가 바뀌었으면 식별이 더 쉬웠겠다(원제는 '전쟁과 문학'이지만). 아울러 국내 전공자의 연구서로는 <고바야시 다키지 문학의 서지적 연구>(어문학사, 2011)가 나와 있다.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고바야시 다키지 선집>(이론과실천, 2015)도 세 권짜리로 나와 있다. 이 정도면 다키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읽을 거리가 아닌가 싶은데(그래서 다행스럽다), 나로선 이 달에 이 책들을 구입하고 얼마간 읽는 게 목표다. 그런 관심에서도 고른 '이달의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