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릴적에는 꿈도 꽤 스팩타클했다. 왜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만화같고, 동화같은 꿈을 꾸지 못하는 걸까. '무서운 꿈'이라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재미가 없다. 내게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무서운 꿈은 다 어린시절에 꾸었던 꿈들의 잔재다. 요즘은 거의 꾸지 않지만, 나의 무서운 꿈 베스트 3는 이렇다.
1. 거인꿈
2. 드라큘라꿈
3. 계단꿈  

거인과 드라큘라는 현실에 나타날리 없지만, '계단'이라면 매일매일 접한다.
'계단꿈'에서 무서운건 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인데, 끝도 없는 계단을 올라가며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차서 점점 속력이 떨어지고, 나를 쫓는 존재로부터 가까워지는 꿈. 현실에서는 계단을 쫓겨 올라갈리 없지만, '지각' 이 무섭더라도, 나는 항상 환경오염주의속성을 지닌 현대인답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으니깐 말이다. 다만,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발이 미끄러질까봐 약간 가슴이 뛰고, 에스콸레이터를 탈때에도 넘어져서 손이 낀다거나 하는 몹슬 상상이 자동으로 되어 손에 땀이나곤 한다. 내가 일명 '계단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인 증상이다.  

 

 

 

 

발터 뫼르스의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을 읽고 있다.
이치는 어른이 되어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꿈을 꾸고 있구나 싶다.

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나의 몇가지 공포를 발견했다.  

푸른곰이 바다를 표류하다가 수다파도를 만났는데, 수다파도가 오랜세월 바다를 떠돌다가 본 이야기들을 해준다.  

그들은 바다에 소용돌이를 일으켜서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내는 어마어마한 태풍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서로 싸우면서 물불을 내뿜는 거대한 바다뱀 이야기도 해 주었다. 또한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 다리가 수 킬로미터나 되어 섬을 통째로 둘러쌀 수 있는 문어, 물마루 위에서 춤을 추면서 맨손으로 나는 물고기를 잡는 물도깨비,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바다의 소용돌이'에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해서, '바다뱀' 이야기에서 자리를 뒤척이고,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 부분에서 땀이 삐질 났다.  

맞어.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데, 바다는 더 무섭다. (이건, 내가 수영을 못 하기에 생길 수 있는 공포일 것이다.)

커다란 뱀은 그것이 나의 태몽이었을지라도, 무섭긴 무서운거고,

'고래'! 그렇다. 나는 '고래'를 무서워한다! 게다가 '속이 훤히 보이는' 이라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속이 훤히 보이면, 그 무서운 바닷속에서 
그 무서운 고래한테 먹혀서 고소공포증까지 느끼게 될 지경인 것이다.  

훅-  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라니... 진짜 무섭다.  

  

* 한가지 정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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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2-1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베스트 무서운 꿈은 바로바로 공룡꿈이에요~! 풍선 공룡인줄 알았는데 진짜 공룡이어서 마구 도망가고 ㅋㅋ
바다뱀이나 속이 비치는 고래라니 왠지 제겐 매력적 '-'; ㅋㅋ

하이드 2009-02-1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공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아요. 공룡이라 ... ^^

eppie 2009-02-1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몽이라기에도 좀 머쓱하긴 한데, '가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의 꿈을 종종 꿉니다.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는데, 안에 붙잡을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mannerist 2009-02-1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 감사. 바흐와 쇼팽 악보 샀다우. 간신히 오른손만 놀리는 수준이지만 들으면서 읽는것만으로도 재밌어서. =)

2009-02-19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2-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꾼 무서운 꿈은 동굴을 헤메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이었지요.이런 꿈 꾸면 키가 큰다는데 저는.............. OTL

하이드 2009-02-1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선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공룡꿈, 굉장한 속도로 가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꿈, 동굴 밖으로 나오니 절벽 꿈 .. 오-

Kitty 2009-02-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곰이라 머리만 대면 자고 꿈은 연중행사로 꾸는 1인;; 저도 좀 민감, 예민 이런 단어랑 친하고 싶어요 ㅠㅠ
일생에 기억나는 꿈이 별로 없지만;; 저는 사실적인 꿈이 제일 무서운거 같아요.
마치 생시처럼 가족 중에 누가 아프거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막 울다가 깨거나 그런거요.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에 전화해보기도 한다는 ㅎㅎ

bookJourney 2009-02-1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가끔 꾸는 계단꿈~ 저도 무서워요. --;
전, 여전히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스펙타클한 악몽도 꿔요. 깨고 나면 줄거리가 너무나 황당하여 웃어버리지만, 꿈에서는 너무나 무섭고 초조해서 .... 아직 어른이 못 되었는나봐요. ^^;;;

하이드 2009-02-20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스펙타클한 악몽도 가끔은 꾸고 싶어요!

키티님, 저도 예전에 키티님이 겨우 홍차 먹고 심장 벌렁인다고 할때 똑같은 얘기 했습니다요. '저도 좀 민감, 예민 이런 단어랑 친하고 싶어요!' ㅎㅎ
 
경관의 피 - 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2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30년이나 생각하면서 계속 조사하는 건 자연스럽지 않아."
"조사를 시작한 건 최근에 들어서야."
"더더욱 부자연스러워. 형은 직업인으로서는 주재 경관으 임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할 거야. 사생활에서는 남편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의 아들이야. 그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짐까지 짊어지겠다는 거야?"
"짊어지고 뭐고, 난 아버지의 아들이야."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는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올랐던 작품이다.
제목과 상 이름의 방점을 나는 이렇게 찍고 싶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와 <경관의 '피'> 
그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의 1위에 올랐던 작품으로는 <바티스타팀의 영광>와  <금단의 팬더>를 읽어보았을 뿐이지만,
이 작품을 포함해서 정통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대신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와 미스터리 외의 전문적인 요소는 상당히 많다. <바티스타팀의 영광>은 저자가 현직 의사이고, <금단의 팬더>는 저자가 전직 요리사였다. '이게 무슨 미스터리냐' 라고 묻는 독자는 많았지만, 전문가가 쓰는 의료 이야기나 요리 이야기에 미스터리가 가미된 재미있는 작품들임에는 틀림없다.  

<경관의 피>는 3대에 걸쳐 경찰의 길에 들어선 세 남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챕터도 각각의 이름으로 나누어져 있다. 정통 미스터리를 기대한다면, 거의 없거나 시시한 결말이지만, 그 외의 것들은 무척 재미난 소설이다. 제목의 '경관'이나 주인공 3인이 모두 '경관'인 것을 보아 '경찰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소설에 대한 인상보다는 '경관의 '피'! '경관'이라는 가업을 운명처럼 물려받는 진한 경관의 피가 더 인상적이었다. 직업의 가업을 잇는 이야기는 일본 드라마나 소설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세대가 바뀌는 이야기를 무지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3세대가 같은 직업으로 나오면서 각각의 세대 묘사가 나오는데, 그 것이 내게는 가장 재미있었다.  

아버지는 주재원 경관이 목표였다. 주재원 경관이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지역순찰을 하는 경관인데, 수사 경관에 비해 안전하고, 온 가족이 경찰인 아버지의 공적인 모습과 사적인 모습을 모조리 보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주재경관의 아들이 주재경관이 된다고 하였을때, 아버지는 아들에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하여 추켜세워지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경관 1대에서는 전후 어수선한 시국의 경관의 모습, 2대에서는 학생운동이 한참이던 시절에 스파이로 잠입한 공안으로서의 경관의 모습. 3대에서는 1대의 의문사와 미결 살인 두건, 2대의 순직과 1대부터 내려온 미스터리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3대 경관인 가즈야는 경관의 모습을 검정과 하얀색의 경계에 서 있다고 표현하였다. 조직에 몸과 마음을 희생당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의 경관이 사는 방식은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그 모습이 결코 나빠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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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9-02-19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자 후기를 보시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매년 출간된 일본과 해외 미스터리의 베스트 랭킹을 투표를 통해 뽑는 부문과, 신인상 격의 작품을 뽑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설명이 나옵니다. <경관의 피>는 2008년 랭킹 1위에 오른 작품이고, 말씀하신 <바티스타 팀의 영광>과 <금단의 팬더>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이라는 신인상을 탄 작품들이죠.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세 작품을 동일선상에 놓고 정통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엔터테인먼트성에 치중했다는 말씀은 약간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베스트 선정은 1988년부터 했는데, 그간 정통 미스터리도 랭킹 1위에 많이 올랐었거든요^^ 대단한 것은 아닌데 살짝 오해가 있는 듯하여 몇 자 남기고 갑니다~ 마침 저도 어제 다 읽고 독후감 좀 읽어보던 중이었거든요~

하이드 2009-02-19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좀 헷갈리는데요;; 제가 본 리스트는 아마, <이 미스터리가 대다하다! 대상> 이었나보군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낙원 2009-03-05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바로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위엣분 말대로 1988년 부터 계속 이루어진 그해의 미스터리(본격이든 뭐든 완성도나 인기 그런요소를 포함)중에 뽑아온 것이었고 이게 나름 권위를 얻게 되면서 미스터리분야의 신인들에게도 길을 하나 내주자 해서 4~5년 전부터 <대상!>을 붙여서 신인작가들의 작품에만 따로 상을 주는걸로 알고 있어요
하여튼 비슷해서 헷갈리는데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이 미스터리 ~대상!>은 신인상이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MVP라고 보시면 될거 같아요
 

 

 

라고 한 번 웃고 가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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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2-1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ㅎㅎㅎㅎ 정말 대단한 스포일러입니다.^^

Mephistopheles 2009-02-17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너무나 완벽한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뭐라 반박도 할 수 없군요..ㅋㅋ

Apple 2009-02-18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하하하 진짜 센스 짱!!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케

조선인 2009-02-18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끝내줍니다. ㅎㅎㅎ

보석 2009-02-18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정말 확실한 스포일러네요. 님, 매너요!
 
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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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번째 존 딕슨 카의 책이다. 원서를 구해서 읽는 정도의 열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을 사기가 너무나 망설여지는 표지..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물도 좀 괴롭다. 나에게는 책의 알맹이만큼이나 겉모양도 중요하기에, 저런 얼굴 나와 있는 표지는 정말이지,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노땡큐이니 말이다.
책선물을 받을때 이 책을 고른건, 아무래도 내 돈 주고는 못 사겠다는 심리와, 그래도 존 딕슨 카인데 하는 심리와, 장경현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 이름 때문이었다.  

기획자.. 정도로 부르면 될까? 장경현님의 후기에도 나왔듯이 옛 거장들의 책들이 번역되어 나와 기뻤던 것도 잠시, 일본 추리소설과 팩션이 밀어닥치면서, 영미쪽의 '고전'이 외면당했기 때문에, 그 점이 무척 아쉬워서, 영미쪽 '고전'에 조예가 깊은 장경현님의 기획이라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었다.  

다만, 기대가 커서일까, 마케팅문구가 과장된걸까, 단지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았을 뿐인걸까. 그닥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였다.
실제 사건이 있는 이야기로, 존 판리경의 영지에 자신이 진짜 존 판리다. 라며 나타난 한 남자.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이 이 작품의 중심이다. 카 작품의 단골 탐정인 펠 박사가 나오는데, 일단, 펠 박사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도 별로였고, 표지나 제목이 내용과 그닥 싱크로가 높지 않다는 것도 별로다. 딕슨 카 특유의 기괴함은 나오다 만 것 같아서 찜찜하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일단 시작부터 결말까지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펠박사는 덜 매력적이었지만, 등장하는 판리경'들'의 캐릭터는 존 딕슨 카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러니깐, 나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 뭔가 기대하고 그런 것부터가 잘못된 독서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다! 보다는 지루하다.. 는 생각으로 그리 길지도 않은 책을 몇번에 나누어 읽은 걸 보면, 역시 나의 입맛도 알게 모르게, 단순하고, 자극적인 일본추리소설에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표지에만 좀 더 신경을 써 준다면, 앞으로 나오는 장경현의 MOM(Magnum opus Mystery)는 꾸준히 구매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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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9-02-17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딕슨 카의 소설은 저한텐 그닥 맞지를 않아서(마녀얘기라든가 그 기괴한 분위기..) 저도 좀 지루하긴 했지만..
고전을 읽는다는 차원에서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계속 구매할 생각~^^

무해한모리군 2009-02-1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표지의 벽을 넘지못한 인간 있습니다.. 정말 비호감 표지라는..

Kitty 2009-02-18 0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진짜 후덜덜 -_-b 아줌마 누구세요? ㅠㅠ

보석 2009-02-18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려고 장바구니 담았다가 표지 보고 슬그머니 뺐다지요;; 정말 비호감;

하이드 2009-02-1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리즈 잘 되야 하는데, 출판사 표지디자인좀 힘내줘요!
 

  

 

 

 

 

 

몰랐는데, 고등학교때 읽었던 이문열의 <세계문학 명작 산책> 시리즈가 어느새 양장본으로 나왔었나보다.
이미지로 보는 만듦새는 훌륭해 보인다. 아직도 동생 방 어딘가에는 내가 고등학교때 산 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의 반양장본의 짝 안 맞는 몇 권이 더 이상 듣지 않는 카세트 테이프들과 함께 굴러다니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렸을때부터 항상 책이 고팠는데, 아니, 어렸을때부터가 아니라, 어렸을때는. 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 집에 있던 몇 질인가의 전집들을 생각하면, 그 많은 전집들을 읽었던 꼬꼬마때가 아는 건 개뿔 없어도, 가장 풍부하게 순수문학을 접했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이가, 집에 있던 세로 줄에 한문까지 섞여 있는 양장본의 검은 전집을 들고, 장농과 벽 사이의 구석에 들어가서 책을 읽는 모습이라니.

어렴풋이 사진처럼 남아 있는 기억은 그렇다. 그 나무 장농의 조각들을 손으로 훑으며,검은색 양장에 아무도 안 읽어 세월의 먼지가 앉은 비닐이 있었고, 각각의 책은 케이스에 들어 있었다. 그 책의 약간 바랜 종이의 색과 냄새와 글씨체들. 당시 나에겐 아무 의미 없었던 한문들. 그때 그 전집들은 어디로 갔을까? 

교보에서 세트로 66,500원에 판매하고 있고, 3천원 쿠폰이 있고, 적립금도 좀 있으니, 이번달의 지름은 이 전집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버뜨, 10권이라고 하니, 또 어디에다 쌓아야 할 것인가가 고민된다.

다시 확인한 컨텐츠는 무척 맘에 든다.  어쩔까나..


1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1권 <사랑의 여러 빛깔> 서문

르네|F. R. 샤토브리앙 _ 초월로 가는 길목으로서의 사랑
호수|테오도르 슈토름 _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영혼의 낙인
귀여운 여인|안톤 체홉 _ 세상을 이해하는 눈 혹은 삶의 방식
에밀리를 위한 장미|윌리엄 포크너 _ 세월과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의 전율스러움
환상을 좇는 여인|토마스 하디 _ 외날개의 새
달로 가는 도중에|바실리 아크쇼노프 _ 싱싱하게 형상화된 사랑의 양면성
별|알퐁스 도데 _ 멀고 잡을 수 없는 것의 아름다움
라이젠보그 남작의 운명|아르투르 슈니츨러 _ 치정, 혹은 흉기 같은 사랑
서정가|가와바다 야스나리 _ 곱고 애절한 사랑의 만사
바니나 바니니|스탕달 _ 다른 가치와의 충돌

2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2권 <죽음의 미학> 서문

우국|미시마 유키오 _ 삶의 보완 양식 혹은 가치 부여의 수단
숲 속의 죽음|셔우드 앤더슨 _ 삶을 인상적으로 진술하는 방식
크눌프|헤르만 헤세 _ 삶의 최종심
킬리만자로의 눈|어니스트 헤밍웨이 _ 신이 없는 죽음과 감추지 않는 주저흔
이반 일리치의 죽음|레프 톨스토이 _ 한 속인을 통한 죽음의 성찰
연인의 죽음|마르크 베르나르 _ 살아남은 자의 외로움과 슬픔
나라야마 부시코|후카사와 시치로 _ 죽음으로 다가가는 또 다른 양식
알리스|샤를르 루이 필립 _ 독점욕이 빚어낸 특이한 죽음의 양상
불 지피기|잭 런던 _ 관념이 배제된 죽음의 과정
마차|바이오레트 헌트 _ 염세적 세계관을 배음으로 한 기상곡

3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3권 <성장과 눈뜸> 서문

조니 파이와 바보귀신|스티븐 빈센트 베네 _ 삶에 대한 눈뜸과 죽음과의 친화
토니오 크뢰거|토마스 만 _ 길을 잘못 든 속인의 자기 성찰
약혼녀|안톤 체호프 _ 애처롭고 아름다운 눈뜸의 이야기
나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프랭크 오코너 _ 정신분석의 명쾌하고 재치 있는 형상화
애러비|제임스 조이스 _ 상처 혹은 고통으로서의 눈뜸
늙은 소년 액슬브롯|싱클레어 루이스 _ 엉뚱한 늙은이의 신선한 눈뜸
시인|헤르만 헤세 _ 추상의 절심함과 아름다움
제3의 강둑|후앙 기마랑스 로사 _ 외로운 떠돎으로서의 삶
보트 속의 남자|에이빈트 욘손 _ 환상 혹은 신비적 체험으로서의 눈뜸
순직한 영혼|귀스타브 플로베르 _ 단순하고 소박한 영혼의 궤적

4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4권 <환상과 기상(奇想)> 서문

젊은 향사 브라운|나다니엘 호손 _ 환상적으로 드러낸 원죄 의식 혹은 인간 내면의 악마성
사빈느|마르셀 에메 _ 진진한 향수와 참혹한 종장
벽문|H. G. 웰즈 _ 때묻은 상상력으로는 열 수 없는 문
스페이드의 여왕|알렉산드르 푸슈킨 _ 죄의식이 만든 환상
립 밴 윙클|워싱톤 어빙 _ 익숙한 상상력의 서구적 형상화
악마와 대니엘 웹스터|스티븐 빈센트 베네 _ 어리숙한 악마를 물리친 통쾌한 억지
국경 위의 집|엘리아스 카네티 _ 제도와 권력의 희화
어셔 가의 몰락|에드가 앨런 포우 _ 현실에 바탕한 환상의 미학
하동|아쿠다가와 류노스케 _ 동양적 상상력과 서구적 정신병리의 만남
천녀유혼|포송령 _ 인의와 괴기가 어우러진 동양적 전범

제5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5권 <삶의 어두운 진상> 서문

골짜기|안톤 체홉 _ 곱게 차린 악마들만 웃는 세계
원유회|캐더린 맨스필드 _ 소유가 연출하는 세상의 양면성
비계 덩어리|기 드 모파상 _ 양파 벗기기
마땅한 대책도 없이|아서 모리슨 _ 분배의 그늘에서 엇갈리는 삶의 명암
종신형|마르틴 A. 넥쇠 _ 어둡게 파악된 삶의 다른 이름
형리|페르 라게르크비스트 _ 신이 화석화한 뒤의 인류사와 그 주재자
나생문|아꾸다가와 류노스께 _ 인간성의 어두운 심연을 보는 차가운 눈길
가정을 가진 남자|V.S. 프리체트 _ 결혼 제도를 보는 이중적 시각
비|서머셋 모옴 _ 육신을 가진 존재의 슬픔 혹은 공허한 승리의 실상

제6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6권 <비틀기와 뒤집기> 서문

하룻밤의 유숙|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_ 낭만적 환상에 끼얹는 찬물
목걸이|기 드 모파상 _ 두 가지 독법과 결말에 대한 시비
발전의 전초기지|조셉 콘라드 _ 문명과 진보의 암흑상 혹은 무위성
장거리 선수의 외로움|앨런 실리토 _ 불협화음을 주조로 한 미묘한 협주곡
외투|니콜라이 고골리 _ 러시아 현대문학을 덮어주는 외투
티볼리의 독심술사|빌헬름 모베리 _ 기이하면서도 통쾌한 복수
토버모리|사키 _ 인간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위험
엉뚱한 라디오|존 치버 _ 남의 감춰진 진실이 이끌어낸 자신들의 진실
개|파금 _ 개도 될 수 없는 개
뇌물|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_ 뒤집기의 뒤집기

제7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7권 <사내들만의 미학> 서문

마테오 팔콘느|P. 메리메 _ 사내만이 연출할 수 있는 비정의 미학
우상 숭배자들|가브리엘 다눈치오 _ 광기와 공격성이 빚어내는 처절미
사카이 사건|모리 오가이 _ 단호함과 일치됨의 미학
기우사|헤르만 헤세 _ 거룩함으로 승화된 비장미, 그리고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재주
두 소몰이꾼|S. W. 스코트 _ 문화의 차이가 빚어낸 비극
타베티|프랑스 E. 실란패 _ 무엇이 위대하고 무엇이 비소한 것인가
왕이 되고 싶었던 사나이|R. 키플링 _ 왕다운 죽음으로 왕이 된 건달
무사의 혼|조셉 콘라드 _ 명예, 용기, 위엄, 신의
단지 비누 거품일 뿐|에르난도 테예스 _ 심약한 정의를 압도하는 악의 강건미
규염객전|두광정 _ 천하를 양보하는 의기

제8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8권 <시간의 파괴력과 돌아보는 쓸쓸함> 서문

다시 찾아간 바빌론|F. 스코트 피츠제랄드 _ 불타버린 뒤의 적막감
귀향|그레이엄 그린 _ 의미에 간섭하는 시간 혹은 천진성의 의미
진홍빛 커튼|쥘 B. 도르빌리 _ 해석 안 되는 과거의 길고 쓸쓸한 여운
고향|노신 _ 전망을 남긴 애상
크리스마스에 걸려온 전화|알베르토 베빌라꽈 _ 모르는 사이에 피었다가 스러져간 사랑
레드|서머셋 모옴 _ 끔찍한 파괴자 혹은 말없는 목격자
살아 있는 송장|이반 투르게네프 _ 시간과 고난이 파괴하지 못한 아름다움
추억|다자이 오사무 _ 분장사로서의 시간
공주인형|카를로스 푸엔테스 _ 연결되지 않는 의미의 고리 잇기
서러워라 늙는다는 것은|E. 아리아스 수와레스 _ 아름다운 승복의 여운

제9권
'세계명작산책'을 내며
제9권 <병든 조개의 진주> 서문

변신|프란츠 카프카 _ 소속 또는 관계의 비정함과 허망된
무소|외젠느 이오네스코 _ 병든 현대사회와 뒤집힌 진실
바나나피시가 나오는 날|제롬 D. 샐린저 _ 정신병자에게 포착된 전후 미국의 그늘
산월기|나카지마 아쓰시 _ 병든 시심이 빚은 끔찍한 진주
쾅, 쾅, 쾅|다자이 오사무 _ 관념의 타성을 깨는 ㅡ망치 소리
광인일기|노신 _ 광기로 해석된 사회사
나와 미스 맨디블|도널드 바셀미 _ 드러난 기호와 감추어진 기호
러브데이씨의 짧은 외출|이블린 워 _ 우리 안에 숨어 있는 힘 - 광기의 또 다른 이름
터널|프리드리히 뒤렌마트 _ 종말로 치닫는 지구라는 열차
지빠귀|로베르트 무질 _ 잠든 의식을 깨우는 신호음

제10권
'세계명작선책'을 내며
제10권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서문

가난한 사람들|빅토르 위고 _ 가난해서 오히려 눈부신 인정
고향에 돌아온 죄수|우고 와스트 _ 우리 밖 한 마리 양이 주는 감동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레프 톨스토이 _ 그래도 사랑할 만한 인간, 살 만한 세상
마지막 잎새|O. 헨리 _ 사랑으로 완성되는 예술혼
이즈의 무희|가와바다 야스나리 _ 사랑의 아름답고 깔끔한 변주
빨간 망아지|존 스타인벡 _ 불통 속에 단련되는 유년의 순수
행복한 왕자|오스카 와일드 _ 순수하고 고양된 유미주의의 결정
어머니를 그리며|다니자키 준이치로 _ 순수한 그리움과 아름다운 서정
눈 속에 흘린 당신 피의 흔적|가브리엘 G. 마르께스 _ 어처구니없는, 그러나 사랑스런 당착들
헤르만과 도로테아|요한 볼프강 괴테 _ 건강한 사랑, 조화로운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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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도착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2-25 21:25 
      차분한 책등의 밤색과 책 표지의 푸른빛 띤 녹색에 전통문양이 들어가 있는 것이 맘에 듬. 이 시리즈의 단편들은 정말 주옥같고, 한권씩 사서 원하는 것만 모으기에는 안 원하는 것이 없었기에 이렇게 전집으로 사게 되었다. 판형이 예전에 가지고 있던 반양장본보다 작아서 놀랐음. 신경써서 만든 양장본으로 보여, 소장 가치도 있다. 다만, 살짝 신경 쓰이는 것은 .. 예전에는 영웅이었던 이름이나, 지금은 ... 내가 그에 대해
 
 
무해한모리군 2009-02-17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전질을 사면 왠지 몇 권 안읽게되요.. 흑흑

하이드 2009-02-17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요건 10권이라 좀 만만하지 않나요? ^^ 전 이거나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정도면 사고파요.

무해한모리군 2009-02-17 10:35   좋아요 0 | URL
로마인 이야기는 가지고 있는데 한권씩 사모았거든요..
토지도, 태백산맥도 생각해보니 모두 한권씩 산 거 같아요..
(그래서 토지는 판형도 출판사도 지멋대로임 ㅠ.ㅠ)
뭔가 한권씩 안사고 10권 20권이 한꺼번에 나타나면 기가 질리나봐요.
내공이 빈약해서죠 --;;

Joule 2009-02-1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전집 사실 내용이 좀 알차지요. 저도 살짝 손가락이 근질거리는데 실물이 어떨지 모르겠어요.

하이드 2009-02-1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로는 꽤 괜찮아 보여요. 가격도 착하구요. 일단 저는 양장본인 것이 좋아요. 케이스가 통케이스가 아니라, 각각 케이스 달린거면 더 좋았겠지만요.

Joule 2009-02-17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 님이 먼저 사서 인증샷 올려 주시면 그거 보고 저도. ☞☜

하이드 2009-02-17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곧 올라갑니다. 인증샷. 기다렸어요. 함께 질러줄 사람-

카스피 2009-02-17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집을 별로 안좋아해서 4권만 가지고 있다는.....

하이드 2009-02-17 22:01   좋아요 0 | URL
저도 집에 전집..이라 할 만한건 하나도 없긴 합니다만 ^^a 요정도는 욕심 나네요.

mannerist 2009-02-17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문열"이라는 글자가 박힌 책 중 가장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1人 ㅎㅎㅎ
저거 1996년 살림 초판본으로 헌책방에서 짝 맞추는데 2년 걸렸다지요. 마지막 빠진 이빨을 제대하고 처음 간 부산 보수동 골목에서 맞췄을때의 짜릿한 기분이란!! 소인의 베스트는 "환상과 기상" -_-b

하이드 2009-02-17 22:00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덕분에 찾아 봤다가, 양장본 세트로 나온걸 알게 되었다지 -_-;;

보물선 2015-02-02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작품초이스가 죽인대요~ 갑자기 갖고 싶어졌으나, 품절. 교보문고 딱 한군데 ~ 고민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