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릴적에는 꿈도 꽤 스팩타클했다. 왜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만화같고, 동화같은 꿈을 꾸지 못하는 걸까. '무서운 꿈'이라는 것도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재미가 없다. 내게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무서운 꿈은 다 어린시절에 꾸었던 꿈들의 잔재다. 요즘은 거의 꾸지 않지만, 나의 무서운 꿈 베스트 3는 이렇다.
1. 거인꿈
2. 드라큘라꿈
3. 계단꿈  

거인과 드라큘라는 현실에 나타날리 없지만, '계단'이라면 매일매일 접한다.
'계단꿈'에서 무서운건 내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상황인데, 끝도 없는 계단을 올라가며 다리가 무거워지고, 숨이 차서 점점 속력이 떨어지고, 나를 쫓는 존재로부터 가까워지는 꿈. 현실에서는 계단을 쫓겨 올라갈리 없지만, '지각' 이 무섭더라도, 나는 항상 환경오염주의속성을 지닌 현대인답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으니깐 말이다. 다만, 계단을 내려갈 때는 발이 미끄러질까봐 약간 가슴이 뛰고, 에스콸레이터를 탈때에도 넘어져서 손이 낀다거나 하는 몹슬 상상이 자동으로 되어 손에 땀이나곤 한다. 내가 일명 '계단공포증'이라고 이름 붙인 증상이다.  

 

 

 

 

발터 뫼르스의 <푸른곰 선장의 13 1/2의 삶>을 읽고 있다.
이치는 어른이 되어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꿈을 꾸고 있구나 싶다.

무튼,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나의 몇가지 공포를 발견했다.  

푸른곰이 바다를 표류하다가 수다파도를 만났는데, 수다파도가 오랜세월 바다를 떠돌다가 본 이야기들을 해준다.  

그들은 바다에 소용돌이를 일으켜서 거대한 구덩이를 만들어 내는 어마어마한 태풍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서로 싸우면서 물불을 내뿜는 거대한 바다뱀 이야기도 해 주었다. 또한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 다리가 수 킬로미터나 되어 섬을 통째로 둘러쌀 수 있는 문어, 물마루 위에서 춤을 추면서 맨손으로 나는 물고기를 잡는 물도깨비, ...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바다의 소용돌이'에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해서, '바다뱀' 이야기에서 자리를 뒤척이고, '배를 통째로 삼키는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 부분에서 땀이 삐질 났다.  

맞어. 나는 물을 무서워하는데, 바다는 더 무섭다. (이건, 내가 수영을 못 하기에 생길 수 있는 공포일 것이다.)

커다란 뱀은 그것이 나의 태몽이었을지라도, 무섭긴 무서운거고,

'고래'! 그렇다. 나는 '고래'를 무서워한다! 게다가 '속이 훤히 보이는' 이라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속이 훤히 보이면, 그 무서운 바닷속에서 
그 무서운 고래한테 먹혀서 고소공포증까지 느끼게 될 지경인 것이다.  

훅-  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속이 훤히 보이는 붉은 고래라니... 진짜 무섭다.  

  

* 한가지 정보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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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2-19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베스트 무서운 꿈은 바로바로 공룡꿈이에요~! 풍선 공룡인줄 알았는데 진짜 공룡이어서 마구 도망가고 ㅋㅋ
바다뱀이나 속이 비치는 고래라니 왠지 제겐 매력적 '-'; ㅋㅋ

하이드 2009-02-19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다른 어떤 것보다도 '공포'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같아요. 공룡이라 ... ^^

eppie 2009-02-19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몽이라기에도 좀 머쓱하긴 한데, '가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의 꿈을 종종 꿉니다. 굉장한 속도로 움직이는데, 안에 붙잡을 게 아무것도 없는 거예요.

mannerist 2009-02-19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 감사. 바흐와 쇼팽 악보 샀다우. 간신히 오른손만 놀리는 수준이지만 들으면서 읽는것만으로도 재밌어서. =)

2009-02-19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09-02-19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꾼 무서운 꿈은 동굴을 헤메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절벽에서 떨어지는 꿈이었지요.이런 꿈 꾸면 키가 큰다는데 저는.............. OTL

하이드 2009-02-19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풍선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공룡꿈, 굉장한 속도로 가로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꿈, 동굴 밖으로 나오니 절벽 꿈 .. 오-

Kitty 2009-02-19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곰이라 머리만 대면 자고 꿈은 연중행사로 꾸는 1인;; 저도 좀 민감, 예민 이런 단어랑 친하고 싶어요 ㅠㅠ
일생에 기억나는 꿈이 별로 없지만;; 저는 사실적인 꿈이 제일 무서운거 같아요.
마치 생시처럼 가족 중에 누가 아프거나,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막 울다가 깨거나 그런거요.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한국에 전화해보기도 한다는 ㅎㅎ

bookJourney 2009-02-19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가끔 꾸는 계단꿈~ 저도 무서워요. --;
전, 여전히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스펙타클한 악몽도 꿔요. 깨고 나면 줄거리가 너무나 황당하여 웃어버리지만, 꿈에서는 너무나 무섭고 초조해서 .... 아직 어른이 못 되었는나봐요. ^^;;;

하이드 2009-02-20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도 동화 같고 만화 같은 스펙타클한 악몽도 가끔은 꾸고 싶어요!

키티님, 저도 예전에 키티님이 겨우 홍차 먹고 심장 벌렁인다고 할때 똑같은 얘기 했습니다요. '저도 좀 민감, 예민 이런 단어랑 친하고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