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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경첩
존 딕슨 카 지음, 이정임 옮김, 장경현 감수 / 고려원북스 / 2009년 1월
평점 :
여덟번째 존 딕슨 카의 책이다. 원서를 구해서 읽는 정도의 열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이 책을 사기가 너무나 망설여지는 표지.. 이미지뿐만 아니라 실물도 좀 괴롭다. 나에게는 책의 알맹이만큼이나 겉모양도 중요하기에, 저런 얼굴 나와 있는 표지는 정말이지, 아무리 좋아하는 작가라도 노땡큐이니 말이다.
책선물을 받을때 이 책을 고른건, 아무래도 내 돈 주고는 못 사겠다는 심리와, 그래도 존 딕슨 카인데 하는 심리와, 장경현이라는 이름이 붙은 시리즈 이름 때문이었다.
기획자.. 정도로 부르면 될까? 장경현님의 후기에도 나왔듯이 옛 거장들의 책들이 번역되어 나와 기뻤던 것도 잠시, 일본 추리소설과 팩션이 밀어닥치면서, 영미쪽의 '고전'이 외면당했기 때문에, 그 점이 무척 아쉬워서, 영미쪽 '고전'에 조예가 깊은 장경현님의 기획이라고 하니, 관심을 가지고 보고 싶었다.
다만, 기대가 커서일까, 마케팅문구가 과장된걸까, 단지 나와 취향이 맞지 않았을 뿐인걸까. 그닥 인상적인 작품은 아니였다.
실제 사건이 있는 이야기로, 존 판리경의 영지에 자신이 진짜 존 판리다. 라며 나타난 한 남자. 그리고, 벌어지는 살인사건 등이 이 작품의 중심이다. 카 작품의 단골 탐정인 펠 박사가 나오는데, 일단, 펠 박사의 비중이 생각보다 적었던 것도 별로였고, 표지나 제목이 내용과 그닥 싱크로가 높지 않다는 것도 별로다. 딕슨 카 특유의 기괴함은 나오다 만 것 같아서 찜찜하다.
맘에 들었던 것은 일단 시작부터 결말까지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펠박사는 덜 매력적이었지만, 등장하는 판리경'들'의 캐릭터는 존 딕슨 카의 소설에서 기대하는 그런 캐릭터였다. (그러니깐, 나는 작가의 이름을 들어, 뭔가 기대하고 그런 것부터가 잘못된 독서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다! 보다는 지루하다.. 는 생각으로 그리 길지도 않은 책을 몇번에 나누어 읽은 걸 보면, 역시 나의 입맛도 알게 모르게, 단순하고, 자극적인 일본추리소설에 길들여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표지에만 좀 더 신경을 써 준다면, 앞으로 나오는 장경현의 MOM(Magnum opus Mystery)는 꾸준히 구매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