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페이퍼의 광펜으로 몇년째 정기구독을 해 오고 있는 나이지만,
이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 그닥 맘이 땡기지 않았다.

몇 번을 미루고 미루다가 다음달( 헉. 이젠 정말 다음달이야;;) 도쿄행을 위해
홍콩 갔을적 한권 구입했다. 얼마나 그 다음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하며 '런던' 도 함께
딱 두권을 사고 보니 태극기라 좀 거시기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최고다!
내 가방속에서 핸드폰이나, 지갑을 잃어버리고 안 챙길지언정, 월페이퍼 씨티 가이드 '도쿄'만은
언제나 가방속에 안착하여 누군가가 '그래서 도대체 어디서 살려고?'
하면 꺼내서 착 -  '그래서 도대체 거기가 어딘데?' 하면 꺼내서 착 -  보여줄 수 있는건 덤이고
세련된 레이아웃의 극강을 달리는 월페이퍼의 그 소중한 정보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며
'기둘려라' 부르르~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월페이퍼와 아트서적을 전문으로 내는 그 파이돈이 만났다.
아, 난 왜 그 동안 이 책을 애써 외면했던 거야. 바보바보바보팅이


첫 장을 펼치면 이런식의 씨티초광각 사진과 지역명이 나온다. (사실은 요렇게 펴지는지 한참있다 알았다;;)

사진 옆에는 '한 눈에 보는 도시' 섹션이 있다.

나카 메구로 : 잘 나가는 부띠끄, 바, 빈티지 스토어가 메구로 강을 따라 잘 정비된 가로수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 -> 이곳이 내가 머물 곳이다)

에비수, 아타고 그린 힐즈, 시부야, 등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 다음 페이지에는 '인트러덕션'으로 도쿄라는 시티에 대해 간략하고 군더더기 없고 쿨하게 소개 하고 있다. ( 아, 난 정말 런던빠-)

에센셜인포 섹션이다.
이 섹션 역시 내가 펼쳐서 들이미는 섹션인데, 젤루 더울 때 아니야? 그러면
8월이 제일 더울 때고 그 다음이 7월. 난 5,6월 있을 꺼니깐 괜찮아. 뭐, 이런 식

왼쪽에도 역시 알짜배기 정보들인데, 특히나 맘에 드는건 books 와 websites
딱 내가 좋아하는 정보들이 있다.

( 아, 놔- 손톱 빨간색 차이나 글레이즈에서 샤넬의 베이지도르beige d'or로 바꿨다. 대충 맘에 든다.)

사진이 누런건 책 종이가 누래서 -_-a 다.
앞부분의 정보는 재생지 뒷부분의 사진과 정보들은 질 좋은;; 종이다.

그 다음은 '네이버후즈'
색색깔로 글씨 써서 이렇게 안 후지고 멋져 보이게 하는건 월페이퍼와 파이돈이기 때문이리라.
메구로 섹션을 옮겨 보자면

Ebisu and Meguro
Grown-ups tired of crowds, neon lights and noise should come here, to find a maze of winding lanes lined with Tokyo's best cafes, avant-garde fashion stores and the city's best record shop, Bongjour Records ( T 03 5458 6020). Meguro is where Tokyo's intelligentsia are heading right now for retro finds and first -edition books.

라고 한다. 으쓱.

작은 책 주제에 이렇게 편하게 섹션을 나눠 놓은 것도 별 다섯개감이다.
나눠 놓은 섹션에 따라 나는 책의 쿨하고 안 쿨함을 가르는데,
월페이퍼 씨티가이드의 섹션은 다음과 같다.

landmarks, hotels, 24hours, urban life, architour, shopping, sports, escapes
나와 꼭 맞는 섹션들이다. 이러니,이 책을 안 끼고 살 수가 없는거다.

사진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왠만큼 호텔책, 여행책 본 나에게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다.


아, 내 사진은 후지지만;;
이 곳이 내가 묵을 호텔이다. 아, 물론 아래 사진은 호텔에서 가장 큰 401호
나는 쬐맨한 스튜디오식 룸에 묵을 꺼다. ^^: 퇴직금 두달만에 날릴일 있나;;

호텔에 대한 소개도 조금 옮겨 보면
This 1970s block was revamped b the architects intentionallies in 2003, and remains the only real boutique property in the city. The nine rooms are a treat, sparsely filled with handcrafted furniture and low-key Japanese touches. No two rooms are the same: one has an attached terrace, another has a view from the bathtub. The first-floor restaurant, The Lobby (see 052) , has its own party space, while the second-floor gallery showcases the newest cultural creations. It also has a popular bookshop and the city's trendiest pet parlour, DogMan.

뭐, 이런 식

포시즌스 마루노우치에 대한 소개 (그러니깐, 이런 식의 레이아웃이다)

사진은 렌드마크와 아키투어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작지만 있을건 다 있다.
나의 후진 사진으로 잘 안 나타나지만, 그리드, 라인, 무지의 3종 노트가 뒤에 있다.
내 개발괴발 글씨로 이 멋지구리한 책에 해끼칠까 두렵다. 덜덜

지금 나와 있는 것 중에서는 방콕, 이스탄불, 뉴욕, 싱가폴 등의 가 본 도시와 밀란, 빠리, 마드리드 등의 안가본 도시 것으로 더 사고 싶고

올해 나올 아테네, 홍콩, 프라하, 교토, 쿠알라룸프르, 정도가 사고 싶다. '서울'은 정말 두렵다. 개실망할까봐서리;;옥의 티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



따로 쓰려다 그냥 덤으로 붙이는 몰스킨 씨티 노트북
'런던' 을 샀다. 도쿄도 있었으면 샀겠지만, 어디서나 비싼 몰스킨에 몰스킨 씨티. 더 비싸기도 한지라
아무 도시나 맘내키는대로 살 수는 없지.

The First guidebook you write yourself :
라고 한다.

고급스러운건 알겠는데;; 잘 안 보이는 저저 'LONDON' 표시
뒤에는 물론 'MOLESKINE®'이라고 되어 있다.

극강의 폰트와 심플 컨텐츠를 자랑하는 몰스킨.
몰스킨 씨티도 예외는 아니다. 
Travels Planning/Memo
Destination/Itinerary / Date/ Note 
한 번 갈때마다 한줄한줄, 한 페이지를 채워나가면 월매나 뿌듯할꼬

맨 앞에 있는 키맵이다.

키맵 뒤에는 언더그라운드 맵, 아, 런던 튜브의 로망 >.<

열여덟장에 걸친 씨티맵과 역시 십수장에 걸친 스트릿 인덱스가 뒤에 있다.
런더너들도 a to z같은걸 들고 찾아다녀야하는판에 관광객주제에 저거만 믿고 갔다가는
낭패x2겠지만서도,

스트릿 인덱스 ( 도움 될 듯하다)

각기 다른 색의 책 끈 3개

씨티파일이란 제목아래 저렇게 인덱스 나뉘어져 있다.

섹션은 다음과 같이 나눠져 있다.
places, legends, recipes
Bars, wineries, stories
Places, dreams, adventures
Names, faces, encounters
등등등

정말 왠만해선 따라가기 힘든 카테고리다. 정말 멋지다. 멋져 >.<

뒤에는 빈 인덱스가 있다.

뒷장에 붙어있는 뜯어주는 종이메모 아래에는 저렇게 'London'이라고 죽도록 꺌끔하게 적혀 있다.

뒤에 있는 주머니도 빼트릴 수 없다.

트레이싱 페이퍼(즉, 미농지, 포스트잇 쓸 때처럼 한장씩 떼어 쓸 수 있다) 묶음이 있는데
뭐에 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맘에 들고 본다.

아까 말한 인덱스

유럽 도시들 말고 '도쿄'도 나와줬으면 좋으련만.
무튼, 지금은 도쿄만 생각하지만,

나의 로망의 끝은 언제나 '런던' 이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7-04-02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게 머에요. 여행 잡지 같은거에요?

하이드 2007-04-02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 가이드에요. 아래는 노트구요. ^^
월페이퍼는 워낙에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인데, 런던에서 만들어지는 멋지구리한 잡지구요.

mannerist 2007-04-02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 앞에 있는 키맵이다. ( 저런, 조리개를 너무 씨게 조이셨습니다 ;;)
>>조리개 개방. ㅂㅂ =3=3=3

하이드 2007-04-02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맨날 헷갈려 -_-;; 그렇다고 나한테 ㅂㅂ라고 그러고 도망가는거냐? 담주 내내 야근이나 처해라
이렇게 훌륭한 페이퍼 아래 이런 댓글 달면 정말 짜증만빵

Mephistopheles 2007-04-02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이던 책중에 건축책도 볼만한게 많습니다..
특히 사진이 좋아요..오호호

하이드 2007-04-0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집에 있는 파이돈은 주로 미술책들이 많아요. 건축책도 많군요. 타쉔이나 파이돈이나 좋은 책(비싼책?) 잘 만들어요. 저 책의 사진은 월페이퍼쪽인지 파이돈인지 둘 다인지 모르겠지만, 건축물 사진들이 특히나 멋지더라구요

에이프릴 2007-04-0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영어잘하고싶다!
전 해마다 다이어리는 듬뿜사지만 결국은 몰스킨으로 쓰게되요.
쫙-펴지고 정갈한게 좋쵸~ 으히.

플로라 2007-04-0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너무 멋지다! 맘에 쏙쏙 들어오는 것들이네요. 월페이퍼 이름값 했어요. 하나하나 준비해가는 기쁨을 마음껏 누리삼~^^

하이드 2007-04-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로라님, 정말 멋진게죠. 타임아웃트래블가이드 시리즈에 이어 월페이퍼 시티가이드 시리즈도 쫘악- 모아 놓고 싶어요. 헤-
에이프릴 / 근데, 이 몰스킨은 제본 상태가 100% 맘에 들지는 않는 것이, 왠지 쓰다가 떨어질 것 같어 -_-a
 
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군가' 에서 스기무라라는 평범한 탐정을 등장시키기 위해 그 모든 아기자기한 분위기들을 위한 장치들이 등장했다면, '이름없는 독'에서는 그 신선함들이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심장이 약하지만 씩씩하고 사랑스러운 회장님 딸 나오코나 역시나 똑똑한 딸 모모코. 심술맞은지 아닌지 헷갈리는 편집장, 카리스마로 그 이름만으로 등장인물들을 죄다 휘어잡고 영향을 끼치는 회장님, 얼음여왕인 비서 등등등

전편에서 맘에 드는 캐릭터였던 아르바이트생은 빠지고 이름만 간간히 나온다.
다만, 그 대신 온 아르바이트생인 겐다 이즈미가 사건의 중심이다.

뺑소니사고라기에도 뭣한 자전거 뺑소니에 죽은 할아버지의 사건을 해결한 스기무라가 이번편에 만나는 사건은 좀 더 악에 가깝고, 더 레벨업 되어 있다. 전편의 사건이 우발적이었다면, 이번편은 계획적인 것보다 더 나쁜 무언가이다.

도쿄에서 네번째로 일어난 무차별 독살사건.
스기무라는 악질 아르바이트생 겐다 이즈미의 뒤를 쫓아 가타미라는 전직 경찰신분인 사립탐정을 만나러 갔다가 마지막 희생자의 손녀인 미치카와 마주치게 된다.

"...스기무라 씨가 불러모으는 거야, 사건을." 이라고 말하는 스이렌의 지배인 말이 절대 맞다.
시체들을 몰고 다니는 말로. 처럼 사건을 불러모으는 스기무라

사건의 해결이라던가, 플롯이라던가가 스기무라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니라 하겠다.
평범하지 않아보이지만 ( 대기업 회장이 밖에서 난 딸 심장 약한 나오코와 결혼한 소심하다면 소심한 아동출판사 출신의 스기무라) 그저 가족을 사랑하는 평범한 가장인 스기무라.와 그 가족
착한 마음씨( 라는건 왠지 좀 예스럽지만) 덕분에 이런저런 사건에 얽히는 스기무라.
딱히 번뜩이는 직관이라던가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보니.라는 느낌이 들게 사건이 해결되는, 그런 느낌의 시리즈이다. 범인들도 우리가 추리 소설에서 보는 범인유형이라기 보다는 뉴스나 주변에서 보는 그런 류의 범인이다.

이 시리즈의 매력은 결국 '평범' 인걸까?

책의 마지막에는 스기무라의 다음 활약이 암시되고 있다. 언제나 나오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피? 앤 도넛. 도 아니고, 쇼핑? 앤 드링킹이라니. 정말 일등신부감이지 뭔가!

the little vimrod 시리즈 중 shopping 과 drinking 을 사서
홍콩 여행중 쇼핑과 드링킹 화끈 거리는 발바닥을 달램 중간 중간 침대에 딩굴거리며 키들키들거리며
읽었더랬다. 몇가지 재미있는 것을 꼽아보자면,


저 만두같이 생긴 아이의 이름이 빔로드다.
쇼핑과 드링킹.정말 누구누구의 분신이지 않을 수 없다.

쇼핑은 아트에요.
나는 아티스트죠.
제발 좀 절 존중해줘요.

눼눼 - 저 순진무구하고 아티스틱한 빔로드.

정부기관에서 전화가 왔어
나한테 말하더라구
경제를 돕기 위해
나는 '좀 더 쇼핑을' 해야한다고
뭐,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난 경제를 돕기위해 완전 준비되있는게지

너 혹시,, 니 크레딧카드널 비웃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 있니?

라이프 이즈 판타스틱 (위드 플라스틱)
아- 이 얼마나 카드사와 쇼퍼홀릭들을 위한 엄청난 경구.란 말이냐.

커다란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랑' 이지
하지만, 대부분의 작은 질문에 대한 답은 '돈을 더 써라' 라고나 할까.


텅빈 와인잔이 바로 꽉 찬 삶을 의미하지요.

자, 대낮부터 꽉 찬 삶( 텅빈 와인잔) 누려볼까나?
엄마 길모어가 말했어. '저 세상 어딘가는 지금 밤이야'
진리로고..

만약 인생이 에베레스트산이라면,
넌 나를 산 입구 베이스 캠프 와인바에서 찾을 수 있을꺼야

어제 나는 우울했지 felt blue
그래서 나는 레드 와인을 마셨어. red wine
나는 지금 보라야 feel purple

보드카는 신이야! god
아니, 내 말은 좋다구 good

나는 49%의 화이트 와인과 49%의 레드와인
그리고 2%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외계인한테 납치되었어
완전 무서웠지,
근데, 나한테 마실껄 주더라구
뭐, 그러니깐 기분이 나아지더라구.


큰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랑'
하지만, 모든 작은 물음에 대한 답은 '좋은 레드 와인'

쇼핑의 와인버젼인게냐 ? ㅋㅋ



너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사랑'
그리고, 진
그리고, 토닉,
그리고,


댓글(9)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ephistopheles 2007-04-01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저자가....하이드..??

비로그인 2007-04-01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술만 <마시고> 있어요 :)

마늘빵 2007-04-01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엽네 녀석

하루(春) 2007-04-01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식피식~ 나도 요즘 가방 사고 싶은데.... 베이지색 운동화랑...

에이프릴 2007-04-02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언니를 위한책이다 ㅎㅎㅎ
언니는 아~티스트죠! 아티스트!

에이프릴 2007-04-02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안할수가없네요! ㅎㅎ

moonnight 2007-04-0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정말 하이드님을 위한 책. ^^

비로그인 2007-04-02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저도 이거 어디서 구할 수 없나 몰라요? (특히 Drinking one)
Now I feel purple은 정말 명문..

하이드 2007-04-02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죠 진짜죠 번역하면 말 안되지만, 완전 명문이라니깐요 ^^
달밤님, 일등신부감이요? ^^;
에이프릴/ 호호호 우리 모두 아티스트~
하루님/ 그거 가방 사라고 정부에서 전화왔던데
아프님/ 구엽죠? 빔로드라고 해요
체셔고양이님/ 저는 둘 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허부적허부적
켈님/ 보드카는 상당히 좋아하는 술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혼자 마시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그 날이 오면, 난 정말;;; 그나저나, 백같이 돈 많이 드는걸!
메피님/ 저도 한 번 써볼까요? 헤헤-
 
 전출처 : 문차일드 > 도스또예프스끼 수집가용 한정판에 대한 소론

 

 
내가 과연 수집가였다면 이 전집을 샀을까?
25권으로 출간된 초판,
낱권으로 판매되었던 반양장 레드판,
2007년 수많은 도끼 매니아들을 통탄하게 한 보급판에 이어...
말도 많고, 탈고 많고, 때로는 출간된다는 것조차 의심스러웠던 긴 기다림 끝에
수집가용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영구보존판이 출간되었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3판의 수집가용 한정판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양장본을
구매한 대부분의 독자층은
새롭게 도스또예프스끼를 읽는 입문자보다
정말 수집의 목적으로,
이 전집의 가치를 익히 몸으로 체득한 독자층이 아니었을까?
 
내가 진정한 수집가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후회의 몫은
충동구매(라곤 했지만 고민의 늪은 광대했다)한 본인보다는
열린책들의 과실이지 않을까?
 


열린책들의 보유작가군은 국내최강이다.

번역자층 또한 비할 바가 없다.

가장 멋드러진 양장본을 만들어내는 신뢰도 높은 출판사라고 생각하는 증거는

자신의 서가에서 [열린책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떠올리면 될 듯싶다.

보급판 페이퍼백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것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니 미미한 불평일 뿐이라고 자조한다.

그러나 동시에 절판된 양장본의 복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는 절망한다.

 

이번에 출간된 도스또예프스끼 양장본은...

관심이 있는 소수의 독자층에게, 또는 그 주위에

불유쾌한 스캔들로 남을 수도 있지 않을까?

 

 


210질의 양장전집은 고유의 넘버링이 되어 있다.

그러나 흐릿하고 성의없게 찍혀있어 출간의 묘가 현저히 퇴색되었다.

최강의 홍보전략은 과대광고였단 말인가?

영구보존판이라고 하기엔,

마분지재질의 표지에 문제가 많다.

일반적인 아트지에 비해 원가가 4배는 비싸다고 했던가?

읽으려고 손에 드는 순간(대부분 400~8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의)

손에 항균처리라도 되어 있지 않는한

일독한 후의 구김과 더러움에 마음이 쓰라려올 것이다.

군데군데 접혀있고, 찢겨진 페이지는 어떤가?

여러 번 출간일정이 지연되어 독자의 원성을 샀지만,

이런 상태로 출간할 수 있는 뻔뻔함은 간과하기 어렵다.

차라리 나에게만 이런 책이 왔다면 개인적인 클레임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지만,

문제는 210질이 매진되지 않은 상황에서조차

속속 들려오는 파본상태에 대한 경악의 목소리들.

 

열린책들의 담당자분과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고서

더욱 참담한 심정이 되었다.

출판사도 당혹스러울만큼 전집의 상태는 좋지 못하다고 인정하면서

연일 회의가 열린다고 한다.

210질, 그리고 전집당 18권의 도서를

일일히 확인하여 배송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그 분의 말에

현기증이 났다.

이런 상태의 도서를 만들어낸 것의 최종책임은 열린책들이 지겠지만,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믿고있는 눈치였다.

 

고가의 전집이며 한정판이다.

210명의 구매자들은 특권층도 아니며 재력가도 아니다.

등가의 적당한 권리를 보장받을 권리가 있는

열혈 독자층일 뿐이다.

뭔가 특권이나 으쓱거림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어렵사리 결정하고 지불한 만큼에 상응하는 등가의 교환물을 받을

상식적인 권리가 보장받으면 될 일이다.

 

이미 결정되고, 출간된 도서의 리뉴얼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출판사의 의도와 독자의 기대가 만들어낸

가장 성공적인 출판물의 결과를 볼 수도 있는 황금같은 기회를

분주한 사후처리로 묵인해야하는 답답함이 꺼려질 뿐이다.

파본인 책은 교환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대를 저버린 실망스런 인상까지 보상받을 수는 없다.

 

 오래오래 이 전집을 보면서

불쾌하게 달라붙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싸우게 되겠지.

수집가도 아니고 애서가도 못 되는 일개의 독자는

이런 결과를 씁쓸하게 감내해야만 하는가...

 

 도스또예프스끼라는 거대한 명성의 파고가

날 겸허하게 만든다.

3판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낙점된 스폐셜한 기획이

연일 소동으로 얼룩지는 것을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열린책들이여...

책에 고유의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일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 아니라는 작지만 확실한 진리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가?

 

 신뢰를 완전히 접기에는 그간의 이미지와 만족도가 너무 높다.

실망보다는 찬사를 보낼 수 있는 출판물들을 자신작으로 내놓는

그런 출판사로 거듭나주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살육에 이르는 병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시공사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네크로포비아. 시간(屍奸)의 내용이 나오는 이 책은 그 소재가 19세 빨간딱지가 무색할정도로 자극적이며, 그 묘사 또한 거침없다. 이 책 전에 읽은 '외과의사' 딱히 그 잔인함을 두고보면 어느 것이 더 잔인하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나 희생자 입장에서는 '외과의사' 가 훨씬 잔인하다. ) 소재에 있어서 자극적이기로는 더하고 덜함을 다투기 힘들다.

그러나 별두개와 한개를 고민했던 '외과의사' 에 비해 더 밥맛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별 다섯개를 준 것은 자극적 소재에서 마이너스 먹고도 꽉 짜인 플롯과 예기치 못한 반전. 짧은 분량에 기승전결을 무리 없이 담아낸 작가의 역량 덕분이다.

이 책의 반전에 대한 열광적인 말에 '반전이 있다는 말 자체가 스포일러'라고 생각했던 나는
범인과 반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틀렸다.
걱정하지 마라,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반전을 짐작할 리는 없을 것이다. 맘 놓고 읽어라.

이 책의 엽기적인 범죄장면들은 시간과 시점을 오락가락하며 독자를 혼란스럽게 한다.

그와 같은 기본적인 장치 이외에 이소설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것은,
이 소설이 담고 있는 기본적인 분위기는 '부조리' 이다.
'그는 이제 자신의 생사나 다른 사람의 생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경찰의 체면, 시민들의 안전, 범인에 대한 분노- 그런 문제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다만 세상이 부조리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 그것에 대한 분노와 체념- 그뿐이었다. 살 가치가 없는 세상에서 살 가치가 없는 인간이 연명하고 있다. 농담이 아니었다. 이 세상은 웃을 수도 없는 농담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25쪽

굳이 이 책을 권하고 싶진 않다.
강한 묘사는 흥미를 끌기 위함보다는 역겹다. '외과의사'는 우습다.
무튼, 우스운 것보다 역겨운 것이 더 오래가니깐.

난 이 책 아무한테도 추천 못해. (반어법 아니라, 진짜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코코죠 2007-03-20 0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리뷰 절대로 추천 안 해요. (진짜 아니고, 반어법이에요)

이 책 때문에 어제 밤샜잖아요. 읽은 다음, 다시 처음부터 읽느라구요. 아, 아아, 뭐 이래요. 이럼 못써요 -_-;

바람돌이 2007-03-2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자극적인 책은 음~~~ 망설여져요.

그린브라운 2007-03-20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그러니까 슬슬 자꾸...궁금해지는군요..사실 안봐야지 했던 건데... ^^;;;

비연 2007-03-20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