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환상문화단편집에서 신간이 나왔다. 바로바로 두구두구두구(라고 해봤자, 위에 다 있잖아;)
닐 게이먼의 <신들의 전쟁>이다. 재미없어 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건 순전히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가 재미없었던탓; 즉, 전혀 근거없는 제목에의 편견임)
휴고, 네뷸러, 브람 스토커, SFX, 로커스 상을 휩쓴 21세기 최고의 환상 문학!
라고 한다. 휴고랑 네뷸러 상까지는 알겠는데, 상이 많구나..
SF를 즐겨 '사기'는 하지만, 즐겨 '읽지'는 않는데, 얼마전에 엔더시리즈 읽고 그야말로 뿅간- 상태라서
휴구, 네뷸러, 하악하악- 이러고 있다; 플러스, 닐 게이먼은 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사랑스러워~' 인 문장들로
나의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지 않은가.(그래도 왠지 북스피어의 그린북레드북은 안사게 된다. 왜? 응?)
다 사고 다 읽어서 더이상 읽을 것이 없이 잠시 가장 좋은 마음의 서랍 한 구석에 모셔놓은 이름이 바로 닐 게이먼인데,
나와주니 반갑네, 그려.  얼마전에 그림책을 지르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닐 '가'이먼의 <벽속에 늑대가 있어> 우슐라 르 귄의 거미 어쩌구는 솔직히 별로였지만(그러나 나는 소설의 우슐라 르 귄여사와도 안 친한지라) 닐 '가'이먼(이 우리가 아는 닐 게이먼 맞다)의 <벽 속에 늑대가 있어>는 기대중이다. 위의 책 중에서 <베오울프>는 닐게이먼스럽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는데, 북유럽신화와 특유의 모호한 선악, 인간의 immortality가 정말 멋진 소설이다. 많은 판타지 소설들이 영화로 나오지만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은 꽤 좋아한다.) 닐 게이먼의 위의 두 소설만은 정말 책쪽에 열손가락 다 들어주고 싶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요즈음
(어제 날씨로만 보면 완전 겨울, 꺄- )

예술의 전당 '서양미술 거장전'(렘브란트 만나다) 의 도록이 좋은 가격에 티켓 포함해서 나오더니, 시립미술관의 '퐁피두 센터 특별전' 의 도록이 두개나 나왔다. 티켓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더 관심가는 전시이므로, 전시관에 가서 두 도록을 다 보고 결정해야겠다.
11.22- 내년3월까지
서울시립미술관퐁피두센터전

조이스 캐롤 오츠<사토장이의 딸들>
리뷰에서 못 했던 이야기. 천페이지를 눈깜짝할사이에 읽어버렸다.
어떤 책을 읽고, 아, 이 사람은 범접할 수 없는 천재거나 장인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성의 책을 볼 때, 정말 즐겁다. 책 읽는 즐거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가 잘 써진 책, Works,작품을 만날 때가 아닐까 싶다. 다 읽지마자 다시 첫페이지로 돌아가 다시 읽게 만드는 책. 이 책은 음악이다. 음악은 유일한 것이다. (라는건 레베카의 대사다.)
폭력의 유전에 대해 나는 전적으로 폭력을 행한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이 책을 보면, 어쩔 수 없이, 레베카의 공포와 무력함을 이해하면서, 그녀 인생의 불공평함을 이해하면서도, 역시, 폭력을 행하는 제이콥과 티그너에 대한 눈꼽만큼의 이해와 동정의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의미없는 이해와 동정인데, 조이스 캐롤 오츠가 글을 그렇게 썼다! 그들의 이름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제이콥과 티그너라는 이름으로 다가와서 읽는 내내 왠지 레베카에게 미안했다. 내가 열광하는 미국 작가들은 카슨 매컬러스(가을이면 버릇처럼 뒤적인다.), 너세네이얼 웨스트(지금 읽으면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키 김(평가 유보하고 열광했는데, 후속작이 안나온다!) 정도인데, 처음 읽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사토장이의 딸>에 조금은 뜨뜻미지근하게(내가 그동한 얻은 나이와 살만큼) 열광 하고 있다. <블랙 워터>와 <작가의 신념>정도가 있는데, 2007년에 나온 <사토장이의 딸>이 그녀의 36번째인가 37번째 장편소설이다. 누군가의 작품을 서른편 넘게 읽는다는건( 그것도 원서로;)무슨 만화책도 아니고, 약간 불가능하게 느껴지지만, 그녀의 문장과 이야기에 콩깍지가 끼워진 나로서는 시도해 볼 일이다. 위에 적은 카슨 매컬러스나 너세네이얼 웨스트의 책은 다 가지고 있다.(고 해봤자, 너세네이얼 웨스트는 요절로 작품이 네개인가 밖에 없고, 카슨 매컬러스도 중편소설, 단편이 대부분이다.) <사토장이의 딸>이 조이스 캐롤 오츠의 평작.이라고 들었다. 이런, 일단 <블랙워터>를 읽고, 천천히 짚어 나가야지. 인생의 작가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간에서 그녀의 이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로마제국 쇠망사 1>을 읽기 시작했다. 책이 너무 예쁘다. (이런 얘길 가장 먼저 시작하는 내가 나도 때론 .. 쫌 글타) 근데, 정말 책이 너무 예쁘다. ^^; 명문장가에 수많은 로마사책의 근간이 되었다는 책. 묘한 성격의 인물인듯한 에드워드 기븐스의 글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울듯하다. 근데, 명문장가라고 해서, 약간 곰브리치 아저씨처럼 재미있고, 옛날이야기처럼 서술하는 것일까 혼자 막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딱딱한 시작이다. 프롤로그만은 재미있었다.
1,2권이 나왔고, 올해말에 3권이 나온다던가, 6권까지 나온다고 하는 믿음직한 출판사이니,
역시나 기대된다. (책이 너무 예뻐서;; 6권까지 꽂아두면, 책장의 많은 책들 중에서 자체발광 할 것 같다. 흐흐.. 이런, 끝까지;)

 

 

 

 

 

 

 

 

 

 

위의 책들을 읽고, 사느라고
아래의 책들을 못 사고 있다. 흑. 연말에 들어올 눈먼 적립금을 기대해본다.
<보기, 배우기>는 보이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듯하고 (종이질은 훌륭한데, 앞에 몇장 빼고는 다 흑백도판인데, 가격이 ㅡㅜ 두 권 다 사면 도대체 얼마냐구)
<추의 역사>는 <미의 역사>와 함께 서점에서보다 책장에서 덜 빛난다. 재미있고, 흥미롭고, must have임에는 분명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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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8-11-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생각의 나무 책은 아무리 좋아도 일단 신간일때는 안사게 되요.1년만 지나면 후두둑 세일을 많이 해서리...

하이드 2008-11-19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보급판으로 나왔던 책들 다시 가격 올려서 50%정도? 올려서 나오더라구요. 저도 보급판 나올까 싶어 망설여지긴 하는데,종이질이 확실히 틀리긴 하더라구요. 근데, <보기 배우기>는 도판이 흑백;

외국소설/예술MD 2008-11-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배우기>의 도판은 흑백만은 아니구요, 국내에서 입수하지 못한 이미지만 흑백입니다. 컬러와 흑백이 7:3 정도라고 생각되네요. 인쇄 자체는 당연히 컬러구요.

하이드 2008-11-20 23:37   좋아요 0 | URL
오늘 서점에서 1권2권 처음부터 끝까지 한장 한장 넘겨 보고 왔는데요, 도판의 수를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앞에 몰린 컬러도판을 제외한다면, 내용의 도판은 컬러와 흑백이 반반이거나 흑백이 더 많아 보였어요. 그러나, 생각했던것만큼 흑백이 거슬리지는 않았고, 컬러와 골고루 나와 있었고, 국내에 입수하지 못한 레어한 이미지만 흑백이라고 하니 흑백 도판이 그정도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책을 사는데 주저하게 될 이유가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요. ^^

하이드 2008-11-1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1권을 후루룩 끝까지 넘겨 봤는데, 앞부분만 컬러고, 내용부분은 다 흑백으로 봤는데;; 아마 보시고 하시는 말씀이니 맞겠지요. ^^

외국소설/예술MD 2008-11-19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원서가 도판이 흑백인데 워낙 레어한 이미지들이 많아서, 따로 구하지 못한 경우에는 원서의 흑백 이미지를 가져다 썼다고 하네요. 안타깝지만 그만큼 평소에 보기 힘든 이미지들이니까요. 재밌습니다. ㅎ

Kitty 2008-11-19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멋진 책들 많네요. 추의 역사 재밌겠어요(재미..라고 표현해도 되나;)
그리고 연쇄 살인범과 다중인격도 관심이 가네요.
요새 로앤오더 보다보니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아주 흥미진진해요 ㅎㅎㅎㅎ
뭉텡이로 담아갑니다 ^^

가넷 2008-11-19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merican Gods .... 어지간히도 기다렸던 작품인데, 이제서야 보게 되는 군요.-_-;
 
사토장이의 딸 - 상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박현주 옮김 / 아고라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레베카라는 여자가 있었다. 사토장이의 딸이였다.
천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사토장이의 딸, 레베카가 헤이젤 존스로, 그리고 다시 레베카로 살아 남는 이야기이다.
아름답고, 강한, 강해서 아름다운 레베카. 인생의 첫장을 아버지와 남편의 폭력으로 시작하지만, 그 다음장부터는 자신의
인생을 조심스럽게 개척해나가는 강한 여자다. 팜므파탈이라는 말이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팜므파탈보다는 상처받은 작은새에 가깝지만, 그녀 내부의 어떤 알 수 없는 힘은 결국 그녀와 그녀의 인생에 평화를 가져다준다.
그녀는 이중적이다. 레베카에서 헤이젤 존스로 다시 태어나고자 했으나 헤이젤 존스인 그녀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레베카라는 이름의 무게와 과거의 그림자를 달고 있었다. 거기에서 나온 이중성일 것이다. 팜므파탈이자 상처받은 새, 누구도 믿지 않으나 동시에 무한신뢰를 준다. 사랑하고 동시에 두려워한다. 완벽하게 꾸민 겉모습에 얼핏 얼핏 드러나는 순진한 눈빛과 터져나오는 환한 미소. 종국에는 헤이젤 존스라는 이름도 농담이었다. 그녀의 깨지기 쉬운 험난한 인생에 던져진 거대한 농담.   

레베카 혹은 헤이젤은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다. 두고 두고 곱씹고 싶은 캐릭터다. 이야기는 그녀의 이야기지만,
그녀 인생의 악역들에게도 관심이 간다. 그녀는 사토장이의 딸이였다.  사토장이의 이름은 제이콥 슈워트. 고등학교 수학교사였고, 과학 잡지의 편집자였다. 전쟁이 일어났고,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뒤로 한채 미국으로 향하는 배를 탔다.
그의 아내와 그의 두 아들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딸, 레베카와 함께.

그들이 자리잡은 곳은 작은 도시, 그는 도시의 무덤을 관리하는 사토장이가 되어 가족을 부양하게 된다.
사토장이, 독일에서 건너 온 유대인, 작은 마을의 가장 하층계급보다 더 아래 있었던 가족은 작은 돌오두막집에서 살게된다.
1년만 참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토장이로서의 삶은 그의 남은 평생을 좀먹는다. 고등학교 수학교사였고, 과학 잡지의 편집자였던 남자는 자신을 굽히고, 더 굽히고, 또 굽힌다. 그 겝, 하늘과 땅만큼의 겝, 독일에서의 인생과 미국에서의 인생사이의 겝에 적응하는 그의 방법은 그의 모든 분노를 가족에게 터뜨리는 것이였다. 정신이 왔다갔다하는 아내. 아들 둘은 왜 둘다 모자라고, 폭력적이여야만 했을까. 결국 슈워트가에서 마지막까지 만족스럽게 살아남는 사람은 가장 작고 약한 아이, 막내딸인 레베카였다. 레베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 그녀의 남편 티그너. 190 장신에 주류중개인을 하며 전국을 오가는 그는 짐승과도 같다. 매력적인 짐승. 매력적이지만 위험한 짐승. 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그가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고,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고, 사랑을 믿지 않고, 그의 아내인 레베카와 조그만 아들에게 어마어마한 폭력을 가하는 것을 보면, 분명 그에게도 그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천페이지는 결코 길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흡입력 있고,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물흐르듯이 자연스레 오간다.
이야기는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이야기 자체도 멋진데, 첫장부터 끝장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플롯은 책을 이제 막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첫페이지부터 펼치고 싶게 만든다.

"동물의 세계에선 약한 놈들은 죽음을 당한다. 언제나 자신의 약점을 감춰라"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조금 다른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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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센 시리즈 2편 <기병총 요정>이 나왔다.
거 참, 얼마만인지;;; <식인귀의 행복을 위하여> 이후에 표지는 좀 더 요즘 스럽게 빠졌고,
아마 <식인귀..>보다 더 재미있을 2편이다.

기다리다기다리다기다리다 <식인귀..>를 정리해버렸는데, 2편이 나왔으니, 일단 읽어보고
다시 사들이는 일이 생길지도;; (뭐, 종종 있는 일이다. 이 악물고, 눈 질끈감고)

다니엘 페낙의 <독재자와 해먹>이나 <마법의 숙제>, <정열의 열매>같은 책도 있지만,
아, 4편인가 5편인 <말로센, 말로센>도 있다.

다니엘 페낙의 베스트라고 꼽는 것은 동화인 <늑대의 눈>과 <소설처럼>이라는 에세이다.
말로센가 이야기는 벨빌가(street)에서 벌어지는 말로센가(family)의 이야기.
가장 독특한 캐릭터의 가족 이야기. 그 가족들의 가장인 말로센의 이야기.
프랑스 소설 최고의 자/가학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프랑스식 큰웃음 주는 말로센가 시리즈. 거 참, 오랜만에 반가운 시리즈 출간이구나.

 

올겨울 아마도 가장 핫한 전시가 될 서양미술 거장전(렘브란트전)
생각해보니, 지난번에도 도록을 알라딘에서 샀던것 같다.

도록의 퀄러티는 가격에 비해 물론 훌륭할 것이고,
미리보기로 본 본문도 좋아보인다.
티켓도 한 장(12,000원) 들어있다는걸 감안하면,

안 살 이유가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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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pie 2008-11-1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기병총 요정]나왔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친구한테 알려줘야겠어요. 저도 한 권 사고...:D

바람돌이 2008-11-18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서관 가는데 다니엘 페낙 찾아서 한 번 봐야겠네요. ^^

그린브라운 2008-11-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기병총 요청!! 기대안하다보니 기쁘네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왜 이제 나왔어요...네요 ㅎㅎ

스밀라 2008-12-03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낙을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기뻐요~
 
밤을 켜는 아이 국민서관 그림동화 55
레이 브래드베리 글, 리오 딜론.다이앤 딜론 그림 / 국민서관 / 200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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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레이 브레드베리는 미국의 소설가이자 에세이작가, 극작가, 시인입니다. 그는 SF 소설로도 유명해서 <화성연대기>라는 작품 등을 써 네뷸라 상을 받았고, 티비 드라마 ' 할로윈 트리'로는 애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그린 리오 딜런과 다이앤 딜런은 부부작업가입니다. 칼데콧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등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들이죠. SF 소설가가 쓴 '밤을 무서워하는 아이' 이야기는 2차원과 3차원을 오가는 에셔의 기법을 이용하여 더욱 환상적인 느낌입니다.  

속지부터 말을 하고 있습니다. 별이 잔뜩 떠 있는 밤에 온 마을의 불이 꺼지고 잠에 빠져있는데, 유독 한집은
집안 가득 불을 켜고 있습니다.

밤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있어요. 
어둠 앞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잘 표현된 첫장이다.

그림의 톤은 어둠조차 따뜻하기만 한데, 어둠을 무서워해서 아이가 좋아하는
'초롱과 램프, 호롱불과 양초, 횃불과 모닥불, 손전등과 너울거리는 불꽃' 의 그림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중 하나인데, 나 역시 그런 작은 불빛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모든 그림은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탁자밑에 밤에 빠진 아이의 얼굴, 벽 뒤에 계단을 내려가는 아이의 모습..

밤이 내리면 잠들기 전까지 아이는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놀았습니다.
캄캄한 밤에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습닏. 
앞의 그림들에서 에셔를 잘 못느꼈다면, 이그림부터는 아, 어디서 많이 보던! 에셔.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수학, 과학, 기하학, 미스테리의 에셔 그림에서 엄청난 복잡함과 두통을 느꼈다면, 이런 그림은 어떤가?
아이는 온 집에 불을 켜 놓은채 거실과 식품창고, 지하실과 찬장, 다락방과 벽장, 골방과 복도에서 놉니다.



 '아이는 전등 스위치가 무척 싫었어요. 전등스위치를 내리면 노란 불, 초록 불, 하얀 불, 복도 불,
  집 안의 모든 불빛, 불빛이란 불빛이 다 꺼졌거든요. 전등 스위치라면 만지고 싶지도 않았어요.'

오른쪽 위의 사진.. 매력적이다. 매력적이야.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다니며면서 온 집안이 불을 끄면, 불이 켜진 방은 아이방뿐이다. 
그림이 비교적 복잡하다보니, 글 읽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그림을 읽으며 흘러간다.

아버지는 멀리 여행을 떠나고, 어머니는 일찍 잠자리에 들자, 아이는 혼자 돌아다니며 온 집안의 불을 켭니다.
너무 예쁘고 따뜻한 빛을 표현하고 있다. 나도 아이처럼 태양과 빛을 좇아 가고 싶을만큼.

'그래도 아이는 외로웠어요. 깜깜한 밤, 동네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었거든요. 멀리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웃음소리' 
아이는 밤이 두려워서 항상 외롭다. 집 안에서 불을 켠채로만 밤을 겁내며 돌아다니니 언제나 혼자다.
그 때 방충망 뒤를 두드리는 검은 형체

어둠입니다. 어둠이라는 이름의 여자 아이가 빛보다 따뜻하게 웃으며 밤 속에 서 있다.
' 까만 머리칼, 까만 눈동자에 까만 드레스를 입고 까만 신발을 신고 있었어요.
  얼굴만 달처럼 하얬지요. 눈동자도 하얀 별처럼 빛났어요."

" 너, 지금 외로운 거지?" 
  어둠이 말했어요.'

"잘 봐, 스위치를 내린다고 꼭 불이 꺼지는 건 아냐!
 스위치로 밤을 켜는 거야.
 불을 켜고 끌 수 있는 것처럼,
 네 마음대로 밤을 켜고 끌 수 있는 거란다." 




빛만큼 예쁜 어둠이 보여주는 밤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이제 아이는 밤이면, 불을 키는 대신에, 밤을 켭니다. 

근래 본 그림책중 가장 어둡고 복잡한 그림체다. 어두운 컬러인데 따뜻한 톤이다. 밤을 켜는 아이디어도 좋고
밤을 켜야만 들을 수 있는 여러가지 소리도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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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눌 2009-03-17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딜런 부부 그림책은 정말 완벽해요. 남편은 흑인이고, 부인이 백인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아프리카이야기도 많이 그리고요.

하이드 2009-03-1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렇군요. 에셔의 세계를 그림책으로 가져오다니,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작품들도 찾아봐야겠어요.
 

서평단 책을 받았다. 왠지 낚였다. 라는 생각이 드는 이 불길한 예감.
뭐, 첫번째 책이니깐, 벌써부터 불평하는 것은 성급할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신간 2-3권

인데, 10월 27일 시작한 서평단 책 오는 꼴을 보니 앞으로 또 한 보름 기다려야 다음책이 오는게 아닌건가 싶다.
석달이 공식 활동기간이니, 한 대여섯권이나 받아보려나.

예전 서평단이 있을때 나는 한 열번에 두세번 정도 신청했다. 읽고 싶은 것들 위주로.
서평단 책을 받으면, 읽고 싫어도 별 세개의 리뷰는 남기곤 했다.

간혹 (지금 내가 생각하는건 딱 하나이긴 한데) 서평단 책에 엄청난 혹평이 달려 있는 경우가 있다.
그건 뭐랄까, '서평단 도서라도 굴하지 않고, 나는 혹평을 날린다' 는 에고가 풀풀 풍기는 그런 리뷰였다.

혹평에 '인간에 대한 예의'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서평단도서 '신청'해서 받아놓고, 그렇게 혹평 날리는 것도 보기 부끄럽다.

리뷰 쓰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서평단은 출판사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투자' 하는 것이다.
내가 일반독자가 아니라 극성스러운 독자라서, 일반 독자에게 홍보 리뷰가 어느 정도의 효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뭐,이건 딴 얘기고.
홍보를 목표로 받은 도서를 '신청'해서 받아 놓고, 혹평을 날리는 것은 신생아처럼 순진하거나
이상한 방면으로 잘난체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게다가 당시의 서평단은 '신청' 하는 것으로, 자신이 관심 있을만한 분야를 책소개 보고 신청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그런 엄청난 혹평이 나올만한 책들이 거의 없었지만, 만약 있다면( 있었다면 ) 서평을 안 쓰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첫 서평단 도서가 생각했는데, 초반부터 하느님,기도 어쩌고 하고, 상처받은 가족 어쩌구 하는게, 
뭐 앞서서 개독이니 뭐니 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기도 무섭다. 그냥 체질적으로 바퀴벌레가 끔찍한것처럼 기도 어쩌구가 끔찍한 것 뿐이다. (이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이니, 밤마다 기도하시는 분들 오해말길)

근데, 아직 안 읽어봤지만, (읽어보긴 할 생각이다. 웬만하면 리뷰와 페이퍼도 쓰긴 할 것이다.)

무튼 평소라면 절대 신청 안 할 도서가 첫 서평단 도서로 도착하고 보니,
(존 어빙을 기대해서 충격이 세배)
낚,였,다. 라는 생각이 드는거다. 앞으로 받을 도서들 대여섯권에서 열권 정도라고 하면, (원래 공지했던대로라면, 서른권 이상 와야 한다.) 그 중에서 내 취향이 아닌 도서는 얼만큼일 것인가.

내가 내 취향도 아닌  '양질의 설문 페이퍼'(인정해라. 내가 이런 페이퍼를 좀 잘 쓴다는건 사실이지 않은가.) 를 써야 하는가.  

출판사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서평단을 모집하는 것이 사실인만큼,
나도 '내가 읽고 싶은' 공짜책을 목적으로 서평단을 신청한 것이다.

가끔이라면 그저그런(그러니깐,책이 그저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에 그저그런) 책들의 리뷰와 페이퍼도 그럭저럭 쓸테지만, 현재까지 100%  마음에 안드는 서평단 도서를 어찌해야한단말인가.

읽기가 너무 괴로운 상황이 온다면, 나는 혹평보다 노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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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pie 2008-11-14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서평단은 출판사에서 '홍보'를 목적으로 '투자' 하는 것이다.
그쵸, 까맣게 잊고 있는 듯한 사람이 종종 있어요. 도저히 좋은 소리를 못 할 거 같은 상황일 때 스폰서에 대한 예의를 끝까지 생각해서 자신 안의 균형감각과 긍정적인 측면을 끌어내려고 필사적으로 애썼던 소심한 저는 심지어 부럽기도 했습니다. ^^;

이번 바뀐 서평단 모집도, 실은 그런 경우가 두려워서 신청하지 못했어요. 읽기가 너무 괴로운 책, 만지기도 싫은 책을 받게 되면 어쩌나 하고... 아무쪼록, 하이드 님께 다음에 갈 책은 취향에 맞는 책이길 바라요. ㅠ_ㅠ

비로그인 2008-11-14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이는 것이 두려워 아예 서평단 신청을 안했더랬습니다. 지금은, 아아아, 할 걸, 하고 후회하는 중이이에요. 후회하는 이유는-혹여나 재미있는 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후회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하는 이유는-이렇게 낚이면 어쩌나.
책을 선택해서 읽는 것이 아닌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지요.

이매지 2008-11-1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차피 100프로 서평 쓸 필요는 없으니까 정말 못 쓰겠다 싶은 건 저도 포기하려구요 -_-;
사실 <작은 기적들>도 제 취향은 아니라 난감 멍- 이러고 있었어요.
저도 내심 존어빙을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ㅎ
어쨌거나 낼름 읽고 기억이 저 편으로 보내야겠어요. 쩝.

Apple 2008-11-14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슨 책이 올지 몰라서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책이 걸리면 난감해지기 때문에, (게다가 저는 서평단에 뽑히면 왠만하면 서평을 쓰려고 하거든요. 책임감이 들어서..) 그래서 서평단 신청을 안했던것같아요..^^;;
근데, 서평단 도서인데 혹평만 날려놓는 사람도 그렇지만, 지나치게 호평해놓은 사람들도 별로인것같아요..
별로인 부분이 있다면, 그 점도 걸고 넘어가야하는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그게 공정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