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국 생활의 자명한 진리 중 하나를 깨닫게 됐다. 일단 인기를 얻으면 어디서나 그 사람을 찾는다. 미국 문화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늘 무시된다.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취급되기 일쑤다. 발행인, 잡지 편집자, 제작자, 갤러리 주인, 에이전트들을 설득하려고 필사적으로 애쓰는 사람은 낙오자로 취급될 뿐이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밝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모두 그 사람에게 전화한다. 성공이ㅡ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빅 픽처 - 더글러스 케네디  


더글러스 케네디의 <빅 픽처>에는 두고 볼 포인트들이 꽤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성공, 미디어, 인기, 타이밍' 에 대한 이야기. 사진작가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게리가 몬태나에 머물면서 신문사 사진부장인 앤을 사귀게 되고, 앤의 별장이 있는 숲 속 깊은 오두막에서 사랑을 나누다가 산불의 한 복판에 놓여지게 된다. 몬태나 지역의 아름다운 산, 자연경관, 국립공원이 있는 곳으로,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그 와중에 게리는 소위 '사진 한 장으로 백마디 말을 하는' 그런 사진을 찍게 된다.  

신탁 담당 변호사 시절의 벤과 사진가인 게리는 같은 사람이다. 그의 사진이 며칠만에 대단히 나아질 리 없다. 물론 그가 변호사에서 아마추어 사진가로의 옷을 갈아 입으면서 힘을 뺐을 수도 있고, 책에도 나오듯이 사진가, 화가, 소설가 등의 예술가들의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몬태나' 의 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아마추어 사진가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가로, 타임지를 비롯한 전 세계의 유명한 언론에서 그의 사진을 찾고, 그를 찾게 만든 것은 바로 산불이 난 그 장소에 있었던 타이밍.이었고, 그 장소에서 어린 소방관을 잃은 소방대장의 절규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으로 그는 '누구나 찾는 사람'이 된다.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성공'을 알아보게 하는 것은 실력보다는 타이밍. 운. 이라는 이야기.
물론 그건 실력도 있고, 노력도 많이 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타이밍 + 운'   

미국에서는 '타이밍', 프랑스에서는 어느정도 '실력'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연줄, 빽, 인맥, 돈, ...  

 

 에밀 아자르 <그로칼랭>  

1974년 초, 먼저 갈리마르 출판사, 그 다음에는 메르퀴르 드 프랑스 출판사의 편집자들과 전문 원고 검토자들은 정체를 알 수 없지만(그 때문에 이미 조금 의심을 사고 있었다) 대단한 재능이 있는 (레몽 크노는 그 점 때문에 어떤 이들은 이것이 이미 자리를 잡은 작가, 한마디로 '성가신 인물'의 계획임을 알아차렸다고 독서 노트에 썼다) 젊은 작가, 어쨌든 에밀 아자르라는 작가의 첫 원고인 <그로칼랭>을 검토한다. <그로칼랭>은 미셸 쿠르노와 시몬 갈리마르의 열광적인 반응 덕분에 그해 가을 메르퀴르 드 프랑스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그후 비평가와 독자들이 그 새로운 목소리에 열광하면서 성공을 거둔다.  

<그로칼랭> 머리말中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의 이름으로 낸 첫 소설 <그로칼랭>은 '비단뱀' 파리에 사는 서른 일곱 노총각과 2미터 20센티미터가 넘는 비단뱀과의 동거 이야기이다. 독특한 소재에 감각적인 글이다. 머리말에 따르면, '임신중절 논란에 대한 비판' 이라고도 하니, 새롭고, 재미있고, 의미있고, 테크닉 뛰어난 그런 소설인가보다고 짐작하고, 한 장 한 장 읽을때마다 그 짐작을 굳혀가고 있다.  

그렇게 로맹 가리는 완전히 새로운 이름 '에밀 아자르'로 또 한 번 자신을 인정 받는다.... 천잰가? 

그는 그 줄 타던 남자가 분명 제법 오래전부터 이 일을 준비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냥 즉흥적인 줄타기는 아니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몸으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었다. 만약 그가 떨어졌다면 글쎄, 그가 떨어졌다면, 하지만 그가 살아남는다면 그는 하나의 기념비가 된다. 돌에 새겨지고 놋쇠에 둘러싸인 그런 것이 아닌, 사람들로 하여금 욕이 섞인 감탄사와 함께 "도대체 믿어져?"라고 말하게 하는 그런 뉴욕의 기념비가 되는 것이다. 뉴욕 사람들의 문장에는 항상 욕설이 섞여 있다. 소더버그는 나쁜 언어 습관을 좋아하지 않지만 적절한 때에는 거기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잇었다. 줄을 타는 남자, 공중 110층에서, 이런 지랄 염병 도대체 믿어져?  

컬럼 매켄 <거대한 지구를 돌려라> 中 

컬럼 매켄에 나오는 솔로몬 판사 (주인공 이름이 솔로몬 소더버그야. 흐) 의 챕터에 나오는 독백이다.  

 

위의 가리가 천재는 천재였으니, 그렇게 새로운 이름으로도 다들 알아 보았던 거겠지. <그로칼랭>을 읽으면서, 거창한 머리말을 읽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내가 읽는 책 중 '욕설을 섞을만한 가치가 있는' 천재의 책은 바로  

존 파울즈 <마법사 Magus> 

기묘한 노인 콘키스 등장. 주인공이자 화자인 니콜라스 어프와 대조적인 콘키스는 조르바의 두목과 조르바를 연상시킨다. (그러니깐, 초반을 읽는 느낌은 그렇다. 이질적이면서도 끈끈한 관계가 말이다.)  

그의 영어는 훌륭하긴 했지만 어쩐지 현재 영어가 아닌, 오랫동안 영국에서 살지 않은 사람의 영어에 더 가까웠다. 또 그의 전체적인 모습도 이국적이었다. 그는 이상하게도 피카소와 먼 친척 간인 것 같았다. 그는 원숭이 같기도 하고 도마뱀 같기도 했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명력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것을 버리고 수십 년을 햇빛 속에서 살아온, 순수한 지중해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원숭이처럼 교활하고 여왕벌처럼 권위를 지닌 듯한 그는 천성에 의해서만큼이나 자신의 선택과 수련에 의해 강렬한 모습을 갖게 된 것 같았다. 그는 옷차림에서 멋을 부린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거기에도 또 다른 종류의 나르시시즘이 있었다.  

존 파울즈 <마법사>中 

두툼한 두 권의 책의 이제 150여쪽을 읽었을 뿐이지만, 존 파울즈가 그려내는 그리스와 인물들에 감탄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고 있다. 첫등장하는 콘키스에 대한 묘사를 읽으며, 이미 작가가 그려준 생생한 배경 속에 생생한 인물이 뚜렷하게 떠올랐다.  

시발, 진짜 잘 쓰네  

-> 욕을 그대로 쓸 수 없을때 쓰는 몇가지 영어 'Shoot' , 'Shut the Front door'... 막상 쓰려니깐 생각이 안 나 'ㅅ'  

-> 내가 우리말에서 '시발'을 대체하는 몇 가지는 '쉬발', '시퐁', 'ㅅㅂ' ... 이것도 더 생각 안 나네. 

뭐, 그렇다고.  

아.. 근데,  이 페이퍼 왜 '시발'로 마무리 되는거지? orz  
 

술 땡긴다. 비 더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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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7-18 0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이밍 ㅋㅋ 아웃라이어 너무 재밌어요. 아직 캐나다 하키선수 이야기밖에 못봤지만 너무 좋아요.
우리나라는 완전 거의 반대죠. 1월,2월생을 학교 빨리보내버리니;;;
이젠 빠른 xx생 이런거 없어졌다죠??

하이드 2010-07-19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콤 글래드웰 책들 번역된 거 다 읽었는데, <아웃라이어>가 이거 저거 따지면 가장 나은듯.
아마존에서 몇년째 탑50 에서 내려오고 있지않는 초초베스트셀러

moonnight 2010-07-1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밀 아자르 라는 이름으로 낸 원고의 대단함을 알아본 출판사 사람들도 대단해 보여요. 우리나라였더라도 같은 결과였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_-;;;
하이드님 저 지금 휴가 중인데 너무 좋아요. 아침부터, 맥주나 한 잔 할까 생각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어찌나 행복한지 ^^ 그렇다고 마신 건 아니에용. ;;

하이드 2010-07-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제 관람 중이신거에요? 아침부터 맥주나 한 잔! 캬~~ 좋아요! 시원하다 못해 쌀쌀한 극장, 약간의 알콜이 중간에 있어도 좋겠는걸요.

에밀 아자르의 책은 아마 미국에서도 외면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귀신같은 프랑스 사람들이라 알아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ㅎㅎ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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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세가지 장소의 공통점을 한 눈에 알아본다면, 당신은 본격미스터리 매니아.  

클로즈드 서클의 단골 장소로 등장하는 눈 오는 산장과 외딴섬, 그리고 관.이다.  

<벚꽃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면>으로 잘 알려진 우타노 쇼고의 신간이 두 권 올 여름 소개되었는데, 하나는 에도가와 란포의 오마주라고도 할 수 있는 <시체 사는 남자>, 그리고 나머지가 바로 이 책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로 밀실살인의 대표적인 세가지 장소에 대한 우타노 쇼고식 이야기들이다.  

다작의 작가라고 하는데, 국내 번역된 세 권의 책이 각기 다른 책이라 작가의 스타일이 어떻다.라고 말하기 힘들고, 작가에 대한 호오도 말하기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치의 작품에서 늘 2% 부족함을 느낀다 .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단편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단편이자, 이미 있던 다른 단편 두 개 '생존자 1명'과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 에 새로이 덧붙여진 작품이기도 하다.  

세가지 작품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기에, 진심으로 읽다가 책을 덮을뻔 했다. '생존자 1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스릴 있고, 반전의 밀도도 좋았다고 생각되며,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지루했지만, '관'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 마니아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는 제법 분위기 있는 단편이었다고 생각된다.  

각 단편의 제목이 각 단편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데,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근래 나온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을 생각나게 하는 코믹한 투(이지만 코믹하지 않고)의 어리버리 왓슨이 나오는( 교코쿠도의 세키쿠치같은, 그러나 엄청 억지스러워서 보는 내내 짜증났던) 작품이다. 작품의 결말도, 반전도 영 시시해서 무지 실망스러웠던 작품  

큰 실망을 안고 읽기 시작한 '생존자 1인'은 신흥종교에서 지하철 테러를 감행하고, 감행한 신도들을 무인도로 안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알고보니 교단에서 버림받은 신도들은 무인도에 갇힌 상태가 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섬에 살인귀가 있어 한 명씩 죽어나가게 된다.  외딴 섬이 배경인 미스터리 또한 많으나, 이 작품은 개중 독특하다. 범인으로 짐작되는 인물이 계속해서 바뀌며, 외딴섬 밖의 뉴스와 외딴섬 안의 이야기가 교차편집되어 있어, 마지막에야 '생존자 1인'이 드러나는 식인데, 그것이 꽤 그럴듯한 의외여서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서 곤두박질쳤던 이 단편집에 대한 평은 수직 상승한다.  

마지막 작품인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에서'는 추리소설에 나오는 '관'(집 말고, 성 말고 관) 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추리소설 매니아가 마침내 '관'을 만들고 예전의 추리소설 서클 멤버들을 초대하여 '추리놀이'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야기자체가 지루한 면이 없지 않고, 결말마저 놀라운 척도 안 하지만, '관'이 배경인 추리소설을 읽어 온 독자로서, 그럭저럭 분위기 있는 단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단편집에 대한 별점이 3개인 것은 전적으로 별다섯개인 '생존자 1인'이 다른 두 작품과 수렴한 결과다. 이런 이야기 좀 그렇지만, '생존자 1인'만 서점에서 보아도 (단편이니 분량이 많지 않다) 후회하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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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1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16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영 2010-07-16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벚꽃피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같은데요...?

하이드 2010-07-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 제가 이거 제목을 죽도록 못 외워서 맨날 <벚꽃 피는 계절에..> 혹은 <벚꽃..>으로 길어서 줄인척 했는데, 딱 걸렸네요.

안 그래도 제목 쓰면서 나중에 찾아서 확인해야지 했는데, 깜박했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벚꽃피는 계절에 눈이 내리면' 이라니 ㅎㅎ

Beetles 2010-07-2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지금 명탐정읽고..있는데 진심으로 책을 딱 덮고 싶은 심정입니다..도서관에서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오자마자 한달음에 갔는데..ㅠ.ㅠ 명탕정..스킵하고 생존자1인부터 읽어야겠어요... 잠자는 인형도 대기중인데...^^;;

하이드 2010-07-25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심정이 그 심정이었슴다. ㅎㅎ 생존자 1인은 단편으로 괜찮았고, 뒤에 관이라는 이름의 낙원도 뭐하면 스킵하셔도 될듯해요.
 

그리스 앓이...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이다. 하고 읽다가 문득 표지의 원제가 눈에 들어왔다. 'The Magus'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 그리스인 조르바中 -  

 

 

 

 

 

 

 




 

를 보고 나는 책을 덮고 그리스로, 크레타 섬으로 떠났다.    

당시에 조르바 외에도 그리스 책 여러권 찾아서 읽고 갔었는데, 그 중에 원서 Magus 가 있었던 것.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마법사> 왠지 마구 사고 싶더니, 어제 새벽 읽다가 만나버렸다.   

 

 

 

 

 

 

 

 

<그리스인 조르바>보다 더욱 그리스에 대한 욕망을 펌푸질 하는 이야기.  

영국에서 그리스의 어느 사립학교로 지원해서 가게 된 주인공.   

"나는 10월 초까지 그리스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앨리슨이 몰랐던 사실은 - 나 자신도 그것을 거의 깨닫지 못했기에 - 9월 하순 동안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그 여자의 이름은 그리스였다. 설사 면접에서 떨어졌다 해도 나는 그리스에 갔을 것이다. (중략) 아무런 가망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 훌륭한 해결책이 불현듯 떠오른 거소가 다름없었다. 그리스.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나는 그리스로 간다.> 그것은 너무도 멋지게 들렸다."  

"내 주위의 세상 위로 가장 지중해다운 빛이 내리비쳤을 때 그것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빛이 내게 닿았을 때, 나는 그것이 적대적인 것을 느꼈다. 그 빛은 정화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식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아크등 아래에서 이제 막 시작된 심문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벌써 나는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끈이 달린 고문대를 보았고, 이미 과거의 나의 자아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근원까지 벗겨진, 사랑에 대한 공포였다. 그것은 도착한 순간부터 그리스의 풍경과 영원히, 전적으로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그리스가 너무도 도발적인 관능을 지닌 여인이어서 내가 육체적으로 그리고 절망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너무도 차분하고 귀족적인 여인이기도 해서 나로서는 결코 다가갈 수 없기라도 한 것처럼. 사랑과 함께 모순적이며 거의 짜증스러운 무력감과 열등감도 찾아왔다. 내가 읽은 어떤 책도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그리스의 이 키르케적 속성을 설명해 주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는 자연의 풍경 그리고 북구의 부드러운 빛과 무척 억제되고 차분하며 순치된 관계를 맺은 가운데 살아간다. 반면 그리스에서는 풍경과 빛이 너무도 아름답고, 온전히 존재하고, 너무도 강렬하고, 너무도 야성적이어서 관계라는 것이 그 즉시 사랑과 증오처럼 열정적인 것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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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릴 2010-07-15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택배 보냈어요 ~ 내일쯤 도착할꺼같아요 ^^
여행 페이퍼 오픈해주세요!으히히.
그리스사진 새삼 구경하고프네요 으흐흐

하루 2010-07-1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왜 이렇게 여기저기서 <마법사> 이야기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전 지금 결제하고 있는데 말이죠!

하이드 2010-07-16 0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사세요.
여행사진 몇 개 공개로 돌림 ^^ 옛날 사진들 보니 부끄럽군;
 

   

 

 

 

어정쩡하게 절판이던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 연대기>
가 나오네요.  

1권하고 2권만 나온 상태  나머지 3권도 나오겠지요. 혹시 이전에 번역되지 않았던 뒷부분도 같이 나올 수도 있을까요? 뭐, 전 원서로 있긴 합니다만.. 번역본도, 더 이상 레어가 아니네요 'ㅅ'  

그렇다고 해도, 구버전을 가지고 있는 것도, 신간이 새로 나오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 로저 젤라즈니를 좋아하게 만든 작품이 바로 <앰버 연대기>
하드보일드 SF 라고 합니다.  

왕자님 같은 주인공 @@ 이 나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그 반전이 그야말로 뒤통수를 뻑 치는 그런 반전이 나오지요. 아직도 그 때의 충격을 떠올리면 뒷골이 땡긴다는;  

이로써, 해외서점에서도 찾기 힘든 로저 젤라즈니도 우리나라에 많이도 소개되었군요.  

 

추천 작품은  중단편집인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드림 마스터>, 그리고 장편인 <앰버 연대기> 입니다.
1권부터 5권까지라고 해도, 각각이 다른 이야기이면서 연결되는, 그러니깐 반지의 제왕 1,2,3처럼 그러니깐, 기다렸다가 살 필요 없고, 그냥 나온 권부터 사도 됩니다.  

재미로는 <앰버 연대기>가 최고! 평단과 대중이 모두 열광하는 작품입니다.

 

 

 

 

 

 

 

이 외의 로저 젤라즈니 :   

<집행인의 귀향>은 중편보다 많이 짧고, 단편보다 약간 긴 3부작중 마지막 작품으로 수상작
<저주받은 자 딜비쉬>와 <변화의 땅>은 시리즈물로 말하는 말 블랙이 나오고
<그림자 잭>, <내 이름은 콘래드> 은 신화, 어둠과 빛, 등에 바탕을 둔 재미난 이야기
<별을 쫓는 자>와 <신들의 사회>는 좀 어려울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고. (근데, 지금 다시 읽으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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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7-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이책을 다 구했지만 새로 나온다니 환영이네요^^

하이드 2010-07-15 18:49   좋아요 0 | URL
대환영! 표지가 드래곤라자를 떠올리게 하는게 좀 걸리긴 하지만요. 하하

moonnight 2010-07-15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사놓고 1년 넘었지 싶은데 아직도 안 읽고 있다는 ㅠ_ㅠ;

하이드 2010-07-15 18:48   좋아요 0 | URL
단편집이니깐, 한개씩 한개씩 옆에 두고 읽어봐요. ^^
앰버 연대기는 한번 시작하면 후다닥 읽을꺼에요. 재밌거든요

191970 2010-07-15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신들의 사회가 젤라즈니 책 중에 가장 재밌었는데요. ^^;

하이드 2010-07-15 18:48   좋아요 0 | URL
지금 읽으면 좀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로저 젤라즈니의 책이 워낙 아는만큼 보지만, 그 중에서도 '신들의 사회'와 '별을 쫓는 자'는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러니깐, SF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도 재미있는 책이라면, 역시 앰버 연대기나 중단편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가넷 2010-07-15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핏 들은 것이라서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신엠버도 사람과책 출판사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하이드 2010-07-15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앰버도 나오나요? 기존의 앰버에 비해 별로라 그렇게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데 ^^
영원의 아이는 구매할꺼고, 앰버 연대기는 있는 걸로 패스하려고요. 신앰버가 나온다면 사야겠네요.

가넷 2010-07-15 22:47   좋아요 0 | URL
아마 행책SF 자유게시판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요. 그나저나 하나같이 다들 신 앰버를 별로라고 하시네요. 그래도 젤라즈니다 보니 쬐금~은 기대가 됩니다. 재미없던 재미있던 신 앰버가 나오면 사둘려구요.ㅎㅎㅎ;;

로저 2010-10-27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로저젤라즈니 영문판e-book 8-10권 잇는데 ㅋㅋ
필요하신분메일주시면보내드릴게요..ㅎㅎ kgg1015@naver.com입니닼

마음별이 2011-01-2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앗, 요즘 열심히 로저젤라즈니 열공중인데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메일주소 cocoxx78@naver.com임당
 

 양치기 소년 북스피어에서 드디어 늑대를!!  

텐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가 나왔습니다.
예약판매중이고, 상,하 한꺼번에 사면 적립금 5천원 준다고 하니, 예판필수!  

이 책이 좋은 책.인건 둘째치고, 개인적인 몇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텐도 아라타는 가족에 대한 심란한(?) 책을 쓰는 걸로 유명한! 작가지요. 얼마전에 나온 <애도하는 사람>은 그나마 밝은 소설이었지만, (세상에, 애도하는 사람이 밝은 소설이라니, 얼마나 어두운지 알겠지요?)  그 외의 소설들은 대단히 우울합니다. 어둡고, 우울한 그것들이 '가족' 과 연관되어 있을 때, 아동폭력과 연관되어 있을 때, 그 어둠은 더 시꺼먼 것 같습니다.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인 '소'와 단골 와인바에서 와인을 마시며 책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그 날 저는 친구에게 주기 위해 존 버거의 <행운아>를 들고 나갔지요. 그렇게 존 버거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친구가 텐도 아라타를 아냐고 물었고, 그때까지만해도 저는 텐도 아라타를 가족을 소재로 미스터리를 쓰는 작가로만 알고 있어서, 그렇다.고 하니, 그 친구가 <영원의 아이>를 읽고 자신의 인생관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저는 여자친구들과 있을 때와 남자친구들과 있을 때 꽤 틀린데, 이건 아니무스가 꽤 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무튼, 그래서 여자친구들은 여자라서 더 대하기 조심스러운, 불편한 것과는 다른 그런 면이 있어요.  그렇다고 내 성적취향이 그쪽이라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서 제 남자 친구들은 친구. 가족 같은. 제 여자 친구들에게는 약간 동경하고, 애정하는. 그런 면이 있지요. 얘기가 중심없이 길어졌는데, 무튼 그래서 몇 안 되는 여자 친구인 '소'가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까지 하는 소설이 제게 의미를 갖게 됩니다.  

알라딘에 '영원의 아이' 어떻게 구하면 좋겠냐'고 글을 올렸거든요.  

 이 책이 당시에 프리미엄 붙은 책도 구하기 힘들던 시절이었어요.  

namu님이 댓글을 달아주었습니다.  

그렇게 namu님께 이 귀한 책과 사루비아 의 히비스커스 홍차를 선물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소'와 너무나 고마운 'namu'님. 영원의 아이.를 선물로 받다니, 제 욕심보;;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 이거든요. 이제 북스피어에서 드디어 새 책이 나오지만, 이 표지의 이 책.이 제게는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쭉- 의미 있을 책입니다.  

북스피어의 책 세 권 짜리가 두 권으로 나오면서 700페이지, 800페이지 넘는 두툼한 분량이에요. 새로운 애정을 쌓아갈 책이네요.  

일본의 웬만한 인기 미스터리 소설은 드라마화, 애니화 되는데요,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이 드라마는 휴우- 책 읽고 읽었는데도, 드라마로도 무척 좋았던 작품이에요.  

일단 나오는 배우 세 명이 대단한 연기파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들

왼쪽부터 와타베 아츠로,나카타니 미키,시이나 깃페이. 이 배우들은 이 후에 나온 모든 드라마에서 다 완소완소
굴절된 영혼, 섬세하고, 안쓰러운 어른의 꺼풀에 갇힌 아이의 흔들리는 영혼을 이들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배우들을 보면 이 드라마의 역할이 강하게 인상이 남아, 보기만해도 왠지 심장이 꽉 쥐어지는 듯한 기분입니다.  

그러고보니 나카타니 미키, 와타베 아츠로 둘 다 비극적인 주인공을 많이 했던듯.  
아, 이 드라마의 음악은 류이치 사카모토에요.  


 


이 책을 보고 제 친구처럼 제 인생이 바뀐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도.  
아동폭력이라서 더 가슴 아프지만, 누구라도, 언제라도, 죽을만큼, 아니, 죽는 것이 더 나을만큼 상처 받을 수 있어요.
그것이 '책속에서' 라서 다행입니다. 누구에게도 이들에게처럼 불행한 일은 생기면 안되니깐요.
 

 * 추천 2010 여름 미스터리 소설 도 놓치지 마세요~ 라는 광고성 멘트로 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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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10-07-1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원의 아이가 상하권으로 나왔군요. 도서관에 3권짜리로 있을때 들었다놨다 반복했는데,,,,이젠 신간으로 구매를..^^

비연 2010-07-14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기다리고 있었는데. 당장 사야겠네요^^

moonnight 2010-07-14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하이드님이 얘기하시던 바로 '그' 책이로군요. 바로 예약해야겠어요. ^^

Kitty 2010-07-14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ㅎㅎ 양치기 소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케 2010-07-14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판 3권을 다 가지고 있습니다. rare item...자랑입니다. ^^

2010-07-15 0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10-07-15 0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wow!!! finally!! +_+
I am reading [Outliers] though.

카스피 2010-07-15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읽어 봤지만 무척 재미있지요^^

2010-07-15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