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앓이...
어디서 많이 보던 내용이다. 하고 읽다가 문득 표지의 원제가 눈에 들어왔다. 'The Magus'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 그리스인 조르바中 -

를 보고 나는 책을 덮고 그리스로, 크레타 섬으로 떠났다.
당시에 조르바 외에도 그리스 책 여러권 찾아서 읽고 갔었는데, 그 중에 원서 Magus 가 있었던 것.
이번에 열린책들에서 나온 <마법사> 왠지 마구 사고 싶더니, 어제 새벽 읽다가 만나버렸다.


<그리스인 조르바>보다 더욱 그리스에 대한 욕망을 펌푸질 하는 이야기.
영국에서 그리스의 어느 사립학교로 지원해서 가게 된 주인공.
"나는 10월 초까지 그리스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앨리슨이 몰랐던 사실은 - 나 자신도 그것을 거의 깨닫지 못했기에 - 9월 하순 동안 내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다. 그 여자의 이름은 그리스였다. 설사 면접에서 떨어졌다 해도 나는 그리스에 갔을 것이다. (중략) 아무런 가망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 훌륭한 해결책이 불현듯 떠오른 거소가 다름없었다. 그리스. 왜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나는 그리스로 간다.> 그것은 너무도 멋지게 들렸다."
"내 주위의 세상 위로 가장 지중해다운 빛이 내리비쳤을 때 그것은 더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빛이 내게 닿았을 때, 나는 그것이 적대적인 것을 느꼈다. 그 빛은 정화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부식시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아크등 아래에서 이제 막 시작된 심문을 받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벌써 나는 반쯤 열린 문 사이로 끈이 달린 고문대를 보았고, 이미 과거의 나의 자아는 이제 더 이상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근원까지 벗겨진, 사랑에 대한 공포였다. 그것은 도착한 순간부터 그리스의 풍경과 영원히, 전적으로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치 그리스가 너무도 도발적인 관능을 지닌 여인이어서 내가 육체적으로 그리고 절망적으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너무도 차분하고 귀족적인 여인이기도 해서 나로서는 결코 다가갈 수 없기라도 한 것처럼. 사랑과 함께 모순적이며 거의 짜증스러운 무력감과 열등감도 찾아왔다. 내가 읽은 어떤 책도 불길하면서도 매혹적인, 그리스의 이 키르케적 속성을 설명해 주지 못했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는 자연의 풍경 그리고 북구의 부드러운 빛과 무척 억제되고 차분하며 순치된 관계를 맺은 가운데 살아간다. 반면 그리스에서는 풍경과 빛이 너무도 아름답고, 온전히 존재하고, 너무도 강렬하고, 너무도 야성적이어서 관계라는 것이 그 즉시 사랑과 증오처럼 열정적인 것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