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지옥이래. 푸하.
이 제목은 무엇이지, 클릭, 윤성현? 읭?
어릴적, 그러니깐, 이팔청춘, 고딩시절을 '어릴적'이라고 돌이키는 나이가 된 나의 어릴적,
장례식 맞춤 의상같던 교복을 입는 여고에 들어가기 위해 독서실에서 공부하던 어릴적
나는 라디오 키드였다. (라디오 중딩이라고 해야하는 걸까?) 그렇게 중3때부터 공부의 뗄래야 뗄 수 없는 단짝 라디오와 함께했던 나는
밤 10시에 하는 윤상을 열심히 들었고, 그 까만 교복 입는 여고에 들어간 후 자율학습 시간에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으며 내 사연이 소개되었다고, 꺅 소리를 질러 뭔가 쥐 나온 줄 안 온 반을 꺅 거려서 이사도라(이십사시간 도라다니는 팔토시 교장) 한테 딥따 혼나게 만든 피 뜨거운 애청자이기도 했다.
한국가요의 두번째 전성기였던 90년대, 라디오에서 신승훈, 김건모, 이승환, 015b를 처음으로 들었고, 그들 모두의 테이프를 나오는 족족 코묻은 (이란건 좀 과장이겠지만) 용돈 모아 사 모으던 가요 마니아기도 했다.
고등학교 3년내내 방송반이었던 나는 라디오에서 가요도 팝도 참 열심히 들었고, 음반도 참 열심히 샀다.
그러던 내가 ..
언제부터 라디오와 멀어지게 되었을까?
언제부터 라디오와 가까워지게 되었는지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최근에 유희열의 라천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유희열의 라천과 이어진 윤성현의 심야식당을 듣고 나서부터이다. (유희열의 라천 전에는 요즘따라 유난히 좋은 박경림의 별밤을 듣는다. 박경림의 별밤이라니! 난 이문세의 별밤 세대인데!)
심야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통통통통 (도마에 대고 뭔가 써는 효과음)
라천은 비교적(?) 어떤 의미에서는(?) 정상적인 방송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심야식당은 어떤 의미에서도 정상적인 방송이라고 하기 힘들다.
어느 날, 라디오를 다시 듣기 전에 라디오를 그냥 틀어 놓던 때가 있었다. 라디오를 틀어 놓는 것은 라디오를 듣는 것과 다르다. 물론, 당연히.
CD 하나가 통으로 나왔다.
뭐야, 이래도 되는 거야?
라는 첫인상
그때까지만 해도 '심야식당'이란 프로그램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난 여전히 라디오를 틀어만 두었지만, 날이 쌓여가면서 조금씩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심야식당'은 가끔 (... 보다 꽤 자주) 좋은 음반을 소개한답시고, 음반을 통으로 걸어 놓는다.
'심야식당' 디제이는 첫인사를 하면서 끝인사도 한다. 오프닝 멘트 하면서 '미리 인사드리겠습니다' 라고 클로징 멘트도 동시에 한다 ... 헐;
'심야식당' 디제이는 그 전에 하는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의 PD다!
피디가 왜 디제이도 하고, 목소리도 좋나요? 유희열에 의하면, 실제로 보면, 섹시해서 쓰러진다고 했는데,
실제로 안 보고, 북트레일러로 봐서 그런지, 김광진과의 수더분한 외모라 무릎 꺾일일은 없을 것 같은데? ^^
쨌든, 이 이상한 방송에 정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디제이지만, 목소리 듣기 힘든 윤디제이( 이자 피디) 의
거침없는..이라기엔 식상하고, 뭐랄까, 아무 생각없는 .. 이것도 아니고, 뻔뻔한! 그래, 이게 비슷하겠다.
뻔뻔한 방송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들으며 혼자 빵빵 터지며 웃는 나를 발견하고 뻘쭘해하던 시기도 이미 지나
혼자 그 심야에( 새벽 두시에서 세시) 푸하하, 파하하, 잘 웃기도 하고, 통으로 틀어주는 음반 들으며, 괜츈하네, 사볼까 생각하기도 하고, 와, 뻔뻔한지 알았지만, 진짜 뻔뻔하네 새삼 감탄하기도 하고, .. 그런다 ^^
얼마전 나는 정말이지 백만년만에 음반을 샀다.
요즘 꽂힌 음반은 '가을방학'이다.
이 음반의 타이틀 곡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은 취미' 가 처음 귀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심야식당'에서 통으로 틀어주면서였다.
난 정바비도 모르고, 계피도 모르고, 줄리안 하트도 브로콜리 너마저도 모른다. 몰랐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던 중에 '사랑은 취미~' 라니 이런 오글거리는 가사는 뭐람? 근데, 보컬 여자 목소리는 좋네.
그리고 잊고 있다가
가을방학 두 명이 심야식당에 게스트 디제이로 두 주 정도 나오면서, 디제이 디게 못하네, 풋 - 하다가
엊그제 유희열에 나와 라이브 할 때쯤에는 이미 음반도 알라딘 음원듣기 결제해서 다 들어보고, 타이틀 곡 외에 좋아하는 노래도 생긴 다음이었고,
백만년만에, 정확히 말하면, 신승훈의 라디오 웨이브, (그러고보니 이 음반의 타이틀곡이 '라디오를 켜봐요' 인건 별로 상관없겠지만) 였다(2008년) 그 전에 샀던 음반이 .. 아 너무 오래되서 재킷을 봐도 기억이 안 나는데, 2008년 몇 년 전의 김건모 음반이었다. (지금 서재에서 옛날 리뷰들 보니, 올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산 바비킴 음반이 있긴 하지만, 그건 고속도로에서 듣고, 그냥 엄마가 계속 차에 듣고 다니므로 바비킴의 그 음반이 사고 싶어 산 건 아니였으므로 패쓰) 그러니깐, 나는 라디오키드(?)였던 옛날을 신승훈과 김건모를 사며 회상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마, 클래식 음반은 가요 음반보다는 더 자주 가끔 샀을테고, 팝 음반도 가요 음반보다는 더 자주 가끔 샀던걸로 기억한다.
그러던 내가
유희열의 라천, 그러니깐 라디오천국을 듣게 되고, 심야식당을 듣게 되면서 사고 싶은 음반들이 늘어갔다.
엊그제 유희열에 가을방학이 나오고, 다음다음날 적립금이 들어오자마자 가을방학의 CD를 샀다. 가을방학의 CD를 기다렸고, 도착하니 반가웠다. 그날 밤, 새벽 세시 (그러니깐, 심야식당 끝난 다음에) CD를 걸어 놓고, 재킷도 보고, 부클릿도 유심히 보고, 가사도 읽어보면서(가끔 흥얼흥얼 따라도 하면서!) 오래간만에 '진짜' '음반'을 '손에 쥔' 기분을 만끽했다.
가요를 가끔 들어도 벅스나 멜론을 이용했던 나.. 였는데 말이다.
그게 바로 유희열과 유희열의 라천을 만든 윤피디와 심야식당 덕분이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신간 훑어 보는데, 눈에 들어온 라디오지옥. 아 놔, 라디오 지옥이래 ㅋ 제목 좀 성의있게 만들지. 여전히 뻔뻔하시군요!
안 하던 짓 하려한다.
라디오 피디의 에세이집을 사다니; 안하던 짓이다.
욕은 없구요. 라고 하는데, 그걸 말이라고 하냐!
윤피디, 나는 글로 사람을 많이많이 파악하는 편인데, 책을 읽고, 더 더 파악해주겠어.
라디오지옥. 이라니, 저자가 조 힐 정도 되어 주어야할 것 같은 제목이긴 하지만,
좀 많이 궁금하다.
* 이건 책페이퍼일까, 음악방송 이야기니깐 음악 이야기일까? 책 좋아하는 사람들 중 심야식당(아베 야로 심야식당 말고) 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를 바라며, 책페이퍼로 넣어본다. 아 근데, 심야식당에서 가끔 선물 줄 때 아베 야로 심야식당 주기도 하는듯.
가을방학 음반 리뷰를 오래간만에 써볼까 한데, '사랑은 취미' 라는건 이런 노래에요.